강남몽
황석영 지음 / 창비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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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꿈(夢)이란 현실과는 정반대의 현상 즉 현실에서 간절히 바라던 소망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그래서 몽짜로 끝나는 구운몽이나 옥루몽같은 작품들을 한번쯤이면 누구나 꿈꾸어왔던 세상을 그리고 있고 우리 인간들은 그러한 꿈을 각자 나름대로 키우면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꿈은 그저 꿈꾸는 것만으로 아니 꿈을 꿀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유쾌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꿈 이야기와 다른 또 다른 꿈 이야기가 펼쳐진다. 황석영의 <강남夢>은 꿈은 꿈인데 그리 달콤한 꿈이 아니다. 한국 굴곡의 근현대사를 메타포로 다룬 가슴 아픈 꿈 이야기이다. 대한민국 강남특별시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강남은 이미 일반적인 행정구역의 개념을 넘어선지 오래되었다. 각종 인프라와 더불어 경제의 중심이자 대한민국 교육의 선도적인 위치 그리고 부동산시장의 리더라는 거대한 권력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누구나 다들 그런 강남을 곱지 않는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강남 입성을 위해 발버둥 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작가는 이렇게 거대한 공룡처럼 변해버린 강남의 변화를 우리 근현대사의 왜곡된 발자취를 더듬어 가면서 조명하고 있다. 각종 비리와 금권의 결합이 낳은 기형적인 도시 강남은 어쩌면 우리 현대사의 실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소일지 모른다. 자본주의시스템을 누구보다도 철처하게 완벽하게 몸에 익힌 우리가 꿈꾸어 왔던 세계가 바로 현실로 재탄생한 곳이 바로 강남인 것이다. 꿈은 잠에서 깨어나는 일장춘몽처럼 느껴져야 하지만 강남이라는 꿈은 사실상 꿈과 현실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인식되어 버렸다. 그만큼 강남은 이미 우리들에게 꿈일수가 없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강남의 겉으로 들어난 화련한 스포트라이트는 우리의 진짜꿈을 모두 덮어 버린다. 아니 진짜 자신이 꿈꾸어 왔던 희망이 무엇인지 조차 모르게 잊혀지길 강요한다. 그리고 그러한 강요의 흐름을 마치 하나의 트랜드로 받아 들여 버리고 동상이몽이 아닌 플롯과 내러티브가 동일한 꿈만을 꾸고 있는 것이 현대인들이다. 이런 시니컬한 강남몽는 모두가 인지하면서도 왠지 꿈꾸지 않으면 안될 것 처럼 만들어 버린 그동안의 사회적 분위기가 사뭇 전쟁터에 나가는 병사들처럼 비장감마저도 느껴지게 하는 사회구조가 이제는 왠지 다반사로 다가오게 하는 것이 강남몽의 힘인 것이다.  

작가는 이번 작품을 통해서 우리 근현대사를 마치 봄날의 꿈속처럼 빠른 속도로 다루고 있다. 비뚤어진 강남의 절정판인 대성백화점(삼풍백화점)의 붕괴와 강남의 인간상을 대표하는 박선녀의 죽음으로 막을 내리는 것 같지만 나이트메어의 악몽처럼 강남몽은 그자리에 마천루같은 고급주택을 건설하면서 굳건하게 이어가고 있다. 마치 영원히 깨어나지 못하는 꿈처럼 말이다.

그러나 허물어진 콘크리트 잔해에서 생존한 정아를 통해서 작가는 강남몽이라는 악몽이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희망의 메세지를 던져주고 있다. 언제가는는 강남은 한차례 거쳐야하는 호된 악몽으로 기억되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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