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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권의 책으로 노무현을 말하다
김병준 외 지음 / 오마이북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노무현 전대통령을 상징하는 아이콘 중에 바보, 바보 노무현이라는 것이 통용화 되고 있고 즐겨 회자 되고 있다. <바보>는 우리같은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인간들이 정해놓은 평균적인 지적능력에 약간 모자라는 사람들을 지칭할 때 혹은 나보다 못하다고 단정 지우고 싶을 때 즐겨 사용한다. 그럼 한나라의 국가통수권자였던 대통령을 왜 우리는 바보라고 부르고 있을까? 아마도 그것은 그 분이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올곧은 정신의 소유자였고 무엇보다 생각을 행동으로 실천했고 철저하게 외면 당했기 때문에 일반 대중들의 눈에는 그저 바보스럽게만 비쳐지기 때문일 것이다. 바보들은 여러모로 주기만 하고 당하는 입장에 처해 있다. 그리고 똑똑한 우리는 그런 바보를 자기 위안이나 방패막이 정도로만 생각할 뿐 그 이상은 아니다. 그래서 바보는 지금의 대한민국이라는 세계와는 어울리지 못하는 아웃사이더일 뿐이고 외로운 것이다.
노전대통령의 서거 이후 그에 대한 새로운 조명이 부각 되면서 숨겨진 비하인드 스토리에서 부터 미완성의 자서전등 그야말로 사회학 관련 출판업계에서는 속된 표현으로 대박이 났다. 노전대통령과 어떠한 연관이라도 있는 서적이면 단숨에 베스트셀러 반열에 진입하는 진풍경을 연출하면서 포스트노무현의 위력을 톡톡히 만끽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사태인가? 정작 생전에 그토록 철저하게 외면했던 대상을 죽고 나니 바쁘게 상품화아닌 상품화하는 현실속에서 그야말로 자본주의시스템의 실상을 보는 듯 하여 가슴 한켠이 씁쓸할 뿐이다.
그 동안 노전대통령과 관련해서 출판된 서적들의 트렌드는 평전, 유고 자서전, 생전인터뷰의 리뷰을 포함하여 다소 노무현이라는 한 개인에 대한 관점에 비중이 높았고 정작 그가 추구했던 사유적인 접근은 다소 빈약했다는 느낌이 든다. 이번 <10권 책으로 노무현을 말하다>는 참여정부의 정책방향과 그 기조 그리고 밑바탕 속에 깔려 있었던 노대통령의 사유의 근간을 잠시라도 엿 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좋은 작품 의도로 보여진다. 이미 알려졌듯이 노대통령만큼 책을 가까이한 국가통수권자도 드물다. 청와대 비서관 회의나 각료회의때 자신이 읽었던 책을 소개하고 일일이 참모들에게 책 선물하고 리뷰를 경청할 정도로 노대통령은 책은 단순한 독서의 대상이 아닌 본인 자신의 사유의 확장 및 정책의 밑거름 형태로 여겼다. 그래서 노대통령이 주목했고 탐독했던 책 속에서 우리는 그마나 그분 사유의 맥락이라도 잡을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대부분의 독자들이 자신만의 패러다임과 가치관에 부합하는 책을 선호하게 마련이지만 노대통령의 경우 참여정부을 실패한 정부라고 혹평을 한 장하준 교수의 [국가의 역활]을 참모진들과 열독하며 반면교사로서의 자신만의 사유의 확장을 해나가는 모습속에서 바보라는 아이콘에 대한 어렴풋한 진실을 알게 된다.
생전에 노대통령이 탐독했던 10권의 책을 보면 정치,경제,사회,문화등 다방면에서 걸쳐 현재 보다는 미래를 말하는 책들이다. 특히 진보의 미래에 대한 저자들 나름대로의 논거가 지금와서 돌이켜 보면 노대통령에게 많은 영향을 주기도 했고 당신 자신 사유의 확인 절차였다는 느낌이 든다. 아마도 노대통령은 지금 형태의 권력에 대해서 회의를 가졌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시민권력을 염두해 두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 퇴임 이후 소비자가 아닌 시민의 입장에서 대변될 수 있는 형태의 권력창출에 집중할려고 하였지만 우리가 알다시피 얄굳은 역사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 버렸다. 하지만 책에서 소개되고 전참모진들과 강연이라는 형태로 다가왔던 10권의 책에서 우리는 그분이 생각했고 염원했던 사유가 결코 바보스럽지 않았는 것을 느끼게 된다. 아마도 이러한 느낌을 갖게 되는 것 자체만으로도 하늘나라에서 당신은 만족하리라 여겨진다.
바보에게는 현재가 하등의 문제가 없다. 왜 다들 바보라고 하는데 나서서 아니다고 해봐야 별다른 소득이 없기 때문이다. 바보에게는 현재보다 미래가 더 중요하고 바보들은 미래에 매진한다. 그래서 똑똑한 우리는 바보들의 사유를 그저 바보스럽다고만 할 뿐이다. 그러나 역사를 상고해 보면 결국 시대의 리더는 똑똑한 우리 같은 바보가 아닌 사람은 될 수 가 없음을 수도 없이 확인 한다. 시대를 이끌어가는 리더는 그래서 항상 바보일 뿐이다. 바보 노무현 그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지금 시점에서는 상당한 반향성을 가지고 있는게 사실이다. 아직까지도 우리사회는 이분법적이고 단순하면서 눈에 보이는 것만을 보고자 한다. 아니 정확히 표현하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 그래서 똑똑한 우리는 나 이외의 사람을 온통 바보로 보는 지도 모른다.
▣ 이 책에 소개된 10권의 책은 진보, 보수, 중도등의 정치적인 스택트럼을 벗어 던지고 자신의 가지치관 한번 쯤 비교 검정해 볼 필요가 있는 상당히 좋은 책들로 보여진다. 비단 다 읽어보질 못했지만 강사들의 서머리만을 통해서도 날을 잡고 한번쯤 일독해 보고 싶어지는 책들인 것 같다. 무엇보다도 지금 같은 가치관의 혼란시대에 자기 자신을 올바르게 세울 수 있는 밑거름이 되고도 남을 책들이다. 여기에 덤으로 이 책들을 통해서 노대통령의 사유에 조금이나마 공감을 가질 수 있다는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꼭 그렇지 않더라도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임에는 틀림 없다. 유심히 책들의 저자를 보면 온통 바보들이다 우리도 이제는 바보들의 사유가 어떠한 것인가에 대해서 한번쯤은 들여다 봐야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