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지 일본의 알몸을 훔쳐보다 1.2 세트 - 전2권
시미즈 이사오 지음, 한일비교문화연구센터 옮김 / 어문학사 / 2008년 4월
품절


근대화(近代化;modernization)의 의미,특히 동양에서의 근대화의 의미는 좀 더 다른 뉘양스가 담겨져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이라는 높은 파고는 순식간에 유럽 전역을 휩쓸고 대서양을 건너 신대륙으로 쉼없이 퍼져 나갔다. 이렇게 시작된 근대화는 인류에게 물질적인 풍요와 사유의 다양성을 던져 주었지만 또 다른 이면엔 제국주의라는 치명적인 독소 역시 동시에 던져준 양면의 칼날과 같은 존재였다. 특히 근대화 개념과는 동떨어져 있었던 동양에서는 강요와 강박으로 문호가 개방되면서 제국주의에 의해 도입된 근대화의 왜곡된 측면은 오랜기간 동안 그 중심을 잡지 못하게 되었던 것이다.

<메이지 일본의 알몸을 훔쳐보다>는 바로 이렇게 서구열강에 의해 동북 아시아에서 최초로 근대화의 길을 걷게 된 일본의 시대상을 서구인의 눈으로 그려낸 화보집이다. 좀 더 엄밀하게 보자면 풍속화첩이라고 해야 할까. 철도,근대적인 병사들의 모습, 게이샤와 창부 그리고 하녀들의 모습, 일본인들의 풍습, 각종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펜으로 스케치하여 당시 메이지유신 시대의 살아있는 현장감을 보여주는 일본에서도 보기드문 장면들이 많을 정도로 그 역사적 가치가 높다고 한다.
작가인 프랑스인 조르주 비고는 직접 일본인과 결혼까지 하여 일본에 대한 애착이 컸던 인물로 대게 서구열강의 신민이라는 우월적인 가치관에서 미개한 동양인을 바라보는 오리엔탈리즘을 가진 보통의 인물들과는 사뭇 다른 시각을 보여주고 있어 그가 바라 보았던 일본에 대한 시각이 좀더 객관적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태생적 한계를 모두다 극복했다고 할 수 는 없으나 일본이라는 거대한 국가차원의 껍데기를 관찰한 것이 아니라 일반인들의 세세한 부분을 촛점에 맞춤으로서 생동감 있고 현실성 있는 일본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단지 외국인이라는 신분적 한계로 인해 접할 수 있는 사람들의 계층이나 직업에 지엽성(군인,게이샤,창부,하녀등)을 가지고 있으나 다른 시각으로 판단하면 오히려 신분계층상의 최하층의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진귀한 자료임에는 틀림없는 사실이다.

근대화의 가장 큰 특징을 상징하는 것은 바로 강력한 힘 그리고 물질문명의 풍요로움이다. 대게 이를 반영하는 것이 철도라는 동양인들에게는 난생처음 접하는 바퀴 달린 괴물같은 동체였고 제복을 멋찌게 입고 총칼로 무장한 신식군대에서 강력한 근대화를 느끼게 된다. 최초로 개통된 <도쿄-고베>간 철도와 객실의 풍경을 그린 그림에서 근대화를 상징하는 의상과 그 의상과 어울리지 않지만 근대화를 온몸을 받아들이고자 하는 상부층의 인물들과 아직까지도 근대화에 대한 개념자체가 없는 일반인과 어딘가 모르게 어색해 보이는 근대화 추종자들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또한 군대입대를 위한 예비소집 광경을 묘사한 그림에서 우리는 신분적인 파괴를 볼 수 있다. 메이지유신으로 인한 근대화의 시발점은 다름 아닌 강력한 근대화의 군대 구성이었다. 그동안 사무라이라는 특정계층에 의해 유지되었던 군이라는 개념이 하층민에게도 개방되면서 일종의 신분상승의 창구역활을 하였고 결국 이는 비뚤어진 제국주의 학습효과를 가져오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이렇듯 근대화를 대표하는 철도와 군대는 일본을 빠른시간내에 근대화로 이끌어 갔지만 한편으로 동북아시아의 역사적 운명을 바꾼 역활을 하게 된다

근대화가 가져온 결과가 다 좋을 수 만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례가 게이샤와 창부들 그리고 하녀들이라는 최하층의 사람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그녀들의 삶은 사실상 막부시대가 종식되고 근대화를 상징하는 메이지유신이 개창 되었다고 해서 변하는게 별로 없었다. 오히려 굴절된 근대화라는 공간속에서 더욱더 개개인의 인간적인 가치보다 상품화되고 타자화되어 가는 자신을 발견할 수 밖에 없었던 시대였다. 물론 그중에서 힘있는 서양인의 눈에 띄여 정부로 신분 상승한 게이샤도 있었지만 대게의 경우는 근대화라는 물결속에서 몸에 대한 금전적인 가치로 환원된 삶을 살아야 했다는 점이 이들 하층민들의 현실이었다.

당시 메이지 시대의 일본인들에게 유행했던 것은 안경과 자전거였다고 한다. 특히 안경은 검은색을 더 선호했고 그래서 남녀노소를가리지 않고 안경을 쓰고 다니는 대유행이 이었던 것 같다. 또한 자전거 역시 처음엔 고가였던 것이 보급화되면서 다양한 용도로 사용 되었다. 우편배달에서 부터 유용하게 그리고 공적인 개념을 사용되던 자전거가 급기야 게이샤들의 오락거리로까지 파급 되면서 근대화는 계층의 차별을 뛰어넘는 풍요로움과 편리함을 일본인들에게 전해주었다. 이러한 모습은 비고에게 한편으로 신나는 풍속화 재료감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비고의 눈에 비친 평범한 일본인들의 모습은 때론 많은 충격을 주기도 했다. 특히 남녀혼욕은 그야말로 신비한 재료감이었고 비고의 손을 쉴사이 없이 바쁘게 했던 것 같다. 비고는 교사,외교관,병사,사진사,누드모델,외국인가정의 메이드,건널목 여자철도원,근대식 레스토랑의 여종업원, 간호사등 다양한 직종에서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도 스케치하여 당시 근대화의 한복판에 있었던 인물들의 생생한 모습을 전해준다. 한편으로 비고는 근대화와는 동떨어져 있는 순박하면서 전통적인 일본의 모습을 간직한 어촌의 여자들과 막 시작된 근대화를 쫓아가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 일반인들의 어울리지 않는 근대화 과정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특히 후반부에 그려져 있는 이 시대의 다양한 불평등조약체결과 그에 대한 평가 그리고 사상의 변화로 인한 지식인들의 혼란속에서 비고는 어쩌면 강요된 근대화의 어두운 면을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는 근대화라는 시대적 대세를 뒤쳐지지 않기 위해 발악하는사람들의 모습과 오버랩되면서 과연 누구를 위한 근대화였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이번 책은 그동안 가해자로만 각인 되었던 일본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이들 역시 크게 근대화의 피해자일 수 도 있다는 생각을 가져 보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관점은 우리와 일본의 독특한 관계를 걷어내고 철저하게 근대화의 과정과 근대화 시대를 맞이 하여 살아가는 운명에 놓인 일반인들의 모습에서 사뭇 유사점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메이지유신을 토대로 근대화를 받아 들였고 자체적으로 성공했다. 하지만 자신들이 받아 들인 근대화의 장단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불행한 과오를 범하게 되면서 동북 아시아에서 근대화라는 단어를 그다지 유쾌하게 만들지 못하게 하는 장본인이 되어버린 것이다.

많은 단어로 이루어진 글보다 이렇게 단장의 시각적인 표출물이 주는 효과가 어쩌면 더 사람들의 머리속에 오래토록 각인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근대화가 어떻고 그로 인한 파급효과가 어떠했다는 말보다 비고의 삽화가 보여주는 상징성과 진실성이오히려 독자들의 시선을 붙잡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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