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1
마크 레비 지음, 강미란 옮김 / 열림원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에디오피아 원주민 아이로부터 선물 받은 정체불명의 목걸이로 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집념이 강한 여성 고고학자와 그녀의 연인이자 약간 우유부단한듯 하면서도 순진한 천체물리학자가 끌어 가는 내러티브는 그동안 헐리우드 대형 액션물인 인디아나존스 시리즈 와 미이라 시리즈의 원형을 보는 듯 하다. 단지 영화에서는 남녀 두 주인공의 사랑 그리고 비밀을 추적하는 임무의 완수등 해피앤딩으로 마감하지만 <낮>의 결과는 물음표를 던지면서 왠지 후속편이 있을거라는 확신을 내심 독자들에게 던저주고 있다.
 
전반적인 플롯은 우리가 그동안 수없이 혹은 베스트셀러 반열에 진입했던 많은 스릴러 소설들과 비슷한 맥락을 가지고 있고, 작품의 소재 또한 아주 참신하고 특별하다할 만한 소재를 제시해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대체적으로 이런 장르의 소설이 가지고 있는 특징인 수월한 가독성과 그리고 시간이 가는줄 모르는 내러티브의 전개와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는듯한 생동감등에서 독자들의 상상력과 호기심을 자극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마지막 책장을 덥고 나서 혹은 세월이 조금 흐른뒤에 남는 것은 줄거리자체 마처 기억하기 힘들만큼 한순간의 유희정도로 인식되어온 것 역시 사실이다. 대체적으로 모험 스릴러물이 표방하는 서스팬스나 모험의 완수로 인해 풀어지는 비밀의 내막등이 작품의 마지막을 장식하면서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제공하고는 있지만 왠지 작품성 자체에 대한 보완적인 장치적 요소는 그리 크게 비중을 두지 못한다. 작품성 보다는 오히려 이러한 시간적 가독성의 제고가 이런 장르의 태생적인 한계일지도 모른다.(그렇다고 이러한 장르을 통째로 싸잡아 작품성이 떨어진다. 혹은 가십거리정도의 흥행에 집착한다고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작품성과 가독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수많은 작품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낮>을 이런 선입관적인 시각으로 접해 읽어나가면 정말 역시나 하는 생각을 버릴수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좀더 시각의 각도를 틀어서 보면 새로운 진면목을 만날 수 있는 흔치 않는 작품임을 알게된다.

인간의 기원을 진화론적 연대보다 훨씬 앞서있을거라 확신하는 고고학자와 우주의 탄생과정과 그 기원 그리고 지구와 같은 행성의 발견에 모든 것을 건 천체물리학자의 결합은 지금 우리가 확신하고 사실이라고 받아 들이고 있는 다윈의 진화론에 그 근거를 두고 있는 설정이다. 작가는 작품전체에 걸쳐 인류학과 천문학 그리고 고대 전설에 대한 사실적인 근거들을 제시하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키아라의 목걸이의 정체에 대해서 어느정도의 팁을 제공하면서 독자들 자신들이 생각하고 상상하는 결말로 은근히 슬쩍 몰아가고 있다. 하지만 결말 부분이 다가올수록 독자들은 왠지 어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기 시작한다. 여주인공의 사망과 그로인한 모험의 중단으로 인해 다소 당황스러운 느낌마저 지울수 없게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더 당황스러운것은 그동안 작가가 독자들로 하여금 진화와 과학에 대한 믿음 자체에 의문을 던진다는 것이다. 여주인공 키이라가 말한부분을 재 인용하면서 인간의 삶이 우연의 산물이거나 신이 만들어낸 것이라는 사실을 밝혀내고 싶다라는 말에서 걱정거리를 암시하면서 그럼 이런것이 밝혀지게 되면 인간의 진화에는 어떤 의미를 부여 해야 하는가? 단지 인간이 다른 문명으로 가는 한 단계일 뿐인지도 모른다는 말에 급반전의 플롯에 직면하게 된다. 특히 그동안 이 두사람를 모험의 길로 내몬 장본인 이보리의 편지에 수록된 요람위의 메신저이야기와 결합되면서 결말없는 이 소설을 온통 수수께기로 만들어 버린다. 여기에 우리의 두주인공을 끝까지 추적하는 안개속에 가려진 단체의 성격을 과연 창조론자인지 아니면 진화론자인지에 대한 추측도 독자들의 다양한 상상속에서 정립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오히려 이번 소설은 여기서 마감하는 것이 더 나을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가져보게 된다.   

이러한 결말은 그동안 보아왔던 이와 유사한 장르와는 사뭇 다른 방식을 제시해주고 있어 특별한 느낌을 갖게 한다. 대부분은 마지막 반전을 내심 기대하고 혹은 예측하고 있지만 이번 같은 반전은 그야말로 반전다운 반전이라고 해야할 정도로 한방 맞은 느낌을 갖게 한다. 특히 내러티브의 결말 자체에 대한 예상을 아예 독자들에게 리턴하므로서 다양한 상상력을 동반한 많은 내러티브가 탄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 작품이다. 전반적으로 작가의 과학적상식과 영국,프랑스,아테네,중국,미얀마등 다양한 국가의 모습과 생활 묘사등에서 공들인 표현을 엿볼 수 있고 소설의 이야기 자체만으로도 많은 결과를 낳을 수 있도록 마무리한 부분에서 작가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주목할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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