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사진가 - 사진과 그림으로 기록한 인간의 땅 아프가니스탄 세미콜론 그래픽노블
디디에 르페브르 사진.글, 에마뉘엘 기베르 그림.글, 권지현 옮김 / 세미콜론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우리에게 아프카니스탄 하면 떠오르는 두가지 장면이 있다. 미국 헐리우드액션의 선구적인 영화 람보와 9.11테러로 인해 오사마 빈 란데의 인계를 거부하여 미,영 연합국의 공격을 받았다는 정도 그리고 이슬람 원리주의를 표방하는 탈레반 정권에 의해 지금 이시각에도 상호간의 반목을 중지하지 못하는 나라정도로 기억에 남아있을 것이다. 역사적 배경을 살펴보면 조로아서트교의 중심으로 한때 번창하였으나 알랙산드로스 대왕의 동방원정으로 인해 인도에 편입되면서 페르시아 사산왕조와 인도의 굽타왕조의 침략에 하루라도 조용한 날이 없는 시기를 지내왔고 19세기에는 영국과 제정 러시아의 침략대상이 되었으며 독립된 와중에서도 구 소련의 내침등으로 인해 불안한 정치를 가지고 있는 불행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결국 정치적인 불안정은 반란과 쿠테라는 비정상적인 권력의 이동을 반복하게 되고 마침내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에 의해 신권정치가 자행되게 되었다.

<평화의 사진가>1979년 구소련군의 내침과 이에 호응한 카르말 정권이 등장하면서 반군세력인 무자헤딘의 대립을 다룬 르포형식의 내용을 담고 있다. 프랑스의 사진가 디디에 르페브로와 국경없는 의사회의 활약상 그리고 파키스탄과 아프카니스탄을 오가는 여정속에서 두눈으로 생생하게 목격한 전쟁의 참화와 아프카니스탄 국민들의 애환을 뷰 파인더에 담아 흑백사진과 더불어 삽화로 전쟁과 평화가 과연 어떠한 것인가를 지금의 우리에게 고스란히 전달해 주고 있다. 

베트남 전쟁 당시 네이팜탄의 폭격으로 온몸에 화상을 입은 소녀을 촬영한 사진 한장은 그 해 퓰리처상을 수상했지만 무엇보다도 이 사진 한장이 가져온 여파는 어마어마하게 퍼져 나갔다. 결국 반전운동에 굴복한 미국은 베트남에서 철수하게 되고 전쟁은 끝났지만 아무런 단어 하나 없는 사진 한장이 전파하는 무언의 메시지가 이처럼 강하게 울려 퍼지거라는 것은 작가도 짐작치 못했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깊게 각인 되었던 것이다. 사진의 힘은 이처럼 말로 설명하지 않더라도 언어를 뛰어넘어 사람들의 감정에 그대로 흡수되고 각인된다. 비단 한컷의 사진이지만 이 한 컷이 말해주는 것은 무궁무진할 것이다. 


이번 <평화의 사진가>에서도 말로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상황들을 아니 오히려 언어라는 문장으로 표현하면 왜곡될 수 도 있는 상황들을 사진이라는 단순한 전달 매체이지만 이처럼 완벽하게 전달해줄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거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한다. 인물들의 표정 하나 하나, 아프카니스탄의 산들과 들판 그리고 험난 하기만한 여정속에도 희망이라는 끈을 찾아가는 인간본성에서 우러나오는 상호간의 믿음과 우정들... 이러한 모습들은 과연 인간이 사용하는 언어라는 것으로 제대로 표현하는게 가능할까라는 생각마저 들도록 작가는 그 순간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고스란히 담아 내었다. 물론 작가가 밝혔지만 수도 없는 촬영 컷 중에서 단 한장의 쓸만하고 마음에 드는 사진을 건질 수 있다지만 이 역시 작가의 기본적인 감성이나 피사체들과의 교감이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작가가 파키스탄에 도착해서 아프카니스탄으로 떠나기 전 그들과 공감대를 찾기 위한 노력과 현지에서 무자헤딘들의 삶을 이해할려고 하는 자세에서 이미 그들과 상호간에 교감을 가지기 시작했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들과 일원이 되었던 것이다. 아마도 이는 작가가 이들과 언어로서 공감대를 형성할려고 했다면 불가능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최종 목적지인 야프탈로 향하는 여정이나 도착하고 나서 곧바로 의료행위를 펼치면서 전쟁으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다시 한번 전쟁의 참화를 여실히 깨닫게 한다. 결국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는 정치적 노선이나 이념과 전혀 무관한 일반 민중이다. 그중에서도 왜 전쟁을 해야하는것인지 이유도 모른채 전장의 총알받이로 내몰리는 어린이와 여성 그리고 노인들이다. 신의 뜻이라는 미명하에 자행되는 이러한 잔혹성은 그들이 믿는 신역시 바라지 않는 바일것인데도 지금도 그 신의 이름으로 이들은 죽음선을 넘나들고 있다. 과연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에 대해서 자문하게 하는 안타까운 장면이 많다.  

하지만 이번 작품이 전쟁의 참화만을 다루었다면 일반 전쟁르포형식의 다큐와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다. 작가는 이렇게 내일도 기약할 수 없는 전쟁통속에서도 사람들의 살아있는 눈빛을 통해서 평화와 희망을 보았고 이들의 모습을 고스란히 필름에 담아 내었다. 어쩌면 역설적이게도 이들은 바로 평화와 희망을 위해서 손에 총을 들 수밖에 없다는 모습으로 비쳐질 수 도 있지만  국가의 독립과 종교의 자유를 보장받고 싶어하는 열망은 세상 어느 나라 어느 민족보다도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국경없는 의사회의 자원의료봉사와 비단 종교적인 색체는 다르고 가치관을 달라도 같은 인간이라는 공통점에서 인간만이 공유할 수 있는 인간미를 보여주고 있다. 포탄의 바다 속에서도 봄이 오면 어김 없이 꽃이 피듯이 황무지 아프카니스탄에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시금 한장의 사진이 보여주는 감동을 온몸으로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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