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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남자 - 인류 최초의 남성 '아담'을 찾아 떠나는 유전자 오디세이
스펜서 웰스 지음, 황수연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하나님이 자기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고 하나님이 그들에게 복을 주시며 그들에게 이르시되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라는 창세기 1장의 말처럼 우리 인간들은 그야말로 하나님(만일 존재하기라도 한다면)의 충복처럼 이 지구라는 행성을 뒤덮어 버렸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상 어디에선가 인간들이 태어나고 죽어가지만 멜서스의 예언처럼 인구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고 있다. 그리고 우리 인간들은 만물의 영장으로서 지구를 신이라는 존재에게서 위임받아 대리청정하고 있다는 착각아닌 착각속에서 하루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지구의 역사를 1년이라는 달력으로 축소해서 보면 고작 12월 31일 오후 늦게 등장한 생명체가 마치 그 앞의 364일을 살아온것 처럼 말이다.
이러한 인류자기 중심적인 사고가 지구라는 행성을 서서히 목죄우고 있고 이러한 행위는 결국 인류라는 종의 종말을 가져올 수도 있음을 모르고 있는게 현실이기도 하다. 이러한 인류지상주의는 결국 인류가 다른 생명체와는 다른 종교적인 표현으로 "신의 선택"를 받았다는 자기합리화에 그 기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학과 진화는 이러한 우리들의 얄팍한 자기합리화를 사정없이 깨트리고 있다. 우리가 받아들이던 아니던 간에 사실은 사실일 뿐이다. <최초의 남자>는 바로 인류의 기원에 대한 진화론적 고찰을 담고 있는 책이다. 대략 500-600만년전의 흔적에서 적게는 40-50년전의 호모에렉투스등 시간적인 감각이나 현생 인류와는 사뭇다른 외관등에 익숙한 우리에게 좀더 친근하고 접근가능한 범위로 축약한 인류의 기원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띄인다. 물론 이렇게 시간적 단위를 몇만년 범위로 축속했다고 해서 인류의 기원을 짧게 잡았다는 논거는 아니다. 저자는 철저하게 진화론적인 입장에서 인류의 기원을 고찰하면서 단지 지금 인류에게 있어 가장 최근의 조상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개할 뿐이다.
한가지 더 눈여겨 봐야할 것은 그동안 발굴된 화석이나 뼈에서 추출한 DNA로 연대를 측정하는 방식을 벗어나 좀더 현실성 있는 방법인 mtDNA(미토콘드리아 DNA)와 남성에게만 존재하는 성염색체인 Y염색체를 이용한 인류의 추적방식으로 현생 인류의 기원을 되집고 있는 점이 눈에 띄인다. 여기서 물론 세부적인 과학적 이론에 대한 가부를 언급할 수 는 없으나 저자의 논거가 과학적 접근방법이나 증명에서 오류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 이론적 근거는 의심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저자의 이러한 측정방식에 의거하면 인류의 기원은 대략 5만년전 아프리카 동북부에서 아담이라 지칭하는 M168이라는 최초의 남자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동안 인류는 아프리카를 비롯하여 세계 몇 곳에서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진화해왔다는 이론이 있었지만 이후 어떠한 과정을 통해서 지금의 현생 인류로 진화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명확한 해답이 없었다는 점에서 이번 저자의 이론은 주목할만하다고 할 수 있다. 아프리카에서 출발한 인류는 한차례의 빅뱅이라는 대도약을 거치면서 중동지방으로 이동했고 다시 유럽으로 아시아로 퍼져나가면서 구인류를 몰아냈고 그 자리를 자신의 핏줄로 메어나갔다던 것이다.
저자는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전세계로 퍼져나가게 된 결정적인 동기를 당시의 기후변화로 추론하고 있다. 열대우림에서 사바나로 그리고 스텝으로 이어지면서 수렵,채집으로 살아가던 인류에게 식량난이 닥쳐왔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인류는 자발적으로 좀더 안락하고 식량확보가 용이한 중동지방으로 진출했고 이어서 원예농경이라는 두번째 빅뱅시기를 맞이하여 세계 곳곳으로 퍼져 나가게 된 것이다. 특히 두번째 도약인 농경이라는 신기술로 무장한 신인류앞에 구인류는 그야말로 속수무책으로 당할수 밖에 없었던 것이고 결국 현생인류가 지구를 점거하게 된 것이다. 다윈의 자연선택은 우수한 유전자가 선택받는 것이 아니라 자연에 적응하지 못하는 유전자가 제거되는 것임을 말하듯이 이렇게 구인류는 차츰차츰 자연에서 제거되었고 그 빈틈을 신인류는 표나지 않게 메워나갔던 것이다. 저자는 세계의 다양한 인종들의 mtDNA와 Y염색체의 분석 그리고 세계 각지의 언어을 통해서 이러한 이동경로를 증명하였다.
아프리카에서 발원한 현생인류가 전세계로 퍼져나가는 과정은 기후 변화라는 외부적 환경도 한 몫을 했지만 결국 인류의 자의적이고 능동적인 힘이 그 근간을 이루었다. 결국 이러한 인류의 도약은 지금의 현생인류로 진화하는 원동력이 되었지만 양날의 검처럼 다른 이면은 철저한 정복과 파괴가 뒤따랐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인류가 첫 발을 뒤딘 미지의 땅에 살아가고 있던 다양한 생명체는 어느날 갑자기 출현한 인류라는 종에 의해 철저히 이유도 없이 멸종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인류가 진화해 나가야 할 방향타를 제시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세번째의 도약의 길에 놓여있다. 세계가 리얼타임으로 연결되고 국경이나 언어의 장벽등이 흐릿해지면서 그야말로 이동성에 대한 대폭발의 시대를 살고있다. 5만년전만 하더라도 아프리카에서 아메리카까지 인류가 이동하는데에는 1만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겨우 몇시간이면 이동할 수 있는 최첨단의 시대를 살고 있다. "자신의 역사를 안다는 것은 자신이 어디로부터 왔는지를 아는 것"이라는 말이 있듯이 앞으로 인류가 나아가고 진화해가는 길에 있어 가장 시급한 것은 바로 인류 자신의 정체성과 그 근원을 파악하는 것이다. 인류의 근원을 되돌아보면서 어떻게 인류가 진화를 해왔고 그러한 진화라는 과정에서 발생했던 다양한 변화들을 인식하는 것이야말로 미래로 나아가는 인류의 시금석이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