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서 온 편지 - 화석연료에 중독된 인류에게 보내는 경고
리처드 하인버그 지음, 송광섭.송기원 옮김 / 부키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미래에서 온 편지>는 저자의 경력 뿐 아니라 번역자의 이력 또한 눈을 끄는 책이다. 토목공학도로서 건설, 토목현장의 일선에서 인간의 편안한 삶을 추구했던 가장 두각을 나타냈던 분야의 전문가가 지구란 거대한 배에 흠집을 냈다는 참회의 심정으로 딸과 공동으로 번역한 환경 예측 보고서이자 지구와 인간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자기 반성이다. 옛 선현들의 말에 눈밭위를 걸을때는 항상 심사숙고를 하고 걸어라고 했다. 나의 발자취로 인해 뒤에 걸어 올 후대인들이 방향이 결정되기 쉽기 때문에 항상 조심스런 행보를 하라는 뜻일 것이다. 바로 선현들이 이말이 가장 뼈저리고 절실하게 느껴지는 때가 다름아닌 지금의 시대일 것이다. 지구라는 행성이 탄생해서 45억년이라는 가히 카운팅하기도 힘든 어마어마한 세월이 흘렀고 그 와중에 지구상에는 수 없이 많은 생명체가 나타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하면서 지금 인류처럼 가장 단시간내에 출현해서 지구의 구석구석에 그 발자취를 남긴 종은 없다고 봐도 무관할 것이다. 긴 시간동안 점진적으로 자연선택의 과정에 의해서 진화한다는 통설을 뒤집기라도 하듯이 인류는 단시간에 진화라는 역사를 새로쓸만큼 급진적으로 진화해왔다. 특히 맬서스가 우려했던 기하급수적 인구성장이 현실화 되고 산업혁명에 의한 일대 대폭발을 거치면서 그동안 진화라는 커다란 톱니바퀴에 그럭저럭 물려가던 방향성이 이제는 그 어떠한 규칙성을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한 세상으로 접어들게 되었다.

인구의 증가는 예전의 수렵,채집의 시대나 농경시대의 생산량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고 인간을 먹여 살려야 하는 식량의 확보는 다시 에너지원에 대한 무분별한 채취로 인해 환경 파괴라는 부메랑으로 다시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지경에 달하였다. 화석연료의 대책 없는 소비는 한정적인 에너지원의 고갈 뿐 아니라 그로 인한 지구온난화등 이제는 인간이 가장 맹신하고 자신있어 하는 과학기술로도 예측할 수 없는 극히 위험천만한 시기에 도달한 것이다. 특히 저자는 2107년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 후대인이 보낸 편지를 통해서 통제되지 않는 자원의 무분별한 사용결과가 얼마나 비참한 결과를 낳는지를 여실없이 보여주고 있다. 굳이 100년후를 예상하지 않더라도 지금 이 시간에도 전지구적으로 불길한 징후들은 수도 없이 감지되고 있다. 고생대 석탄기이후 매장되었던 검은황금 석유의 발견과 더불어 인류는 역사상 가장 지불 댓가가 저렴한 에너지원을 물쓰듯이 사용하고 있고 석유정점이라는 각계각층의 경고가 잇따르고 있지만 여전히 지금도 그 사용량을 줄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인간에게 안락한 삶을 가져다 주는 모든 하드웨어에 석유를 비롯한 화석연료는 이제 인간의 생활과 결부지어서는 상상도 못할 존재가 되어버린 동시에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해 가져오는 폐단 역시 사용의 댓가 치고는 엄청나게 큰 비용을 치루어야 한다는 사실이 조금씩 깨닫게 되었다. 사실은 이러한 깨달음이 지금 이전의 시대에서 부터 대두되었지만 각종 정치적인 논리로 발현되지 못했던 것이다. 

또한 저자는 지금의 위기를 화석연료가 대표한다는 생각자체에 대한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 문명의 모든 측면에서 그 한계와 종말적인 징후가 보이면서 더 심층적인 대안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인구의 증가, 환경서식처의 파괴, 지구온난화, 재생 불가능한 에너지원의 고갈등 제반 요소들을 사회적, 역사적 맥락에서 종합적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그 의미는 많이 퇴색하게 마련이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풍요로움의 시대가 모든 분야가 마치 씨줄과 날줄로 얽혀여 직조해낸 결과물이듯이 이에 대한 해법 역시 한가닥의 실타래만을 교체한다고 해서 풀어낼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을 염두해 두고 각 분야에서 상호유기적인 협력이 있어야만 그나마 사태 진전의 효과가 나올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그동안 선각자이자 신들로부터 불을 훔쳐 인간에게 가져다 준 프로메테우스의 먼저 생각하는 힘을 맹신했다. 항상 모든것에 대해 먼저 생각하고 진일보한 발자국을 먼저 남김으로서 인간은 형이하학적인 면에서 지구상에 명멸했던 그 어떠한 종보다 장족을 발전을 거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이러한 믿음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프로메테우스가 가져다준 불의 효용과 가치는 불이 가져단 준 결과에 비해 과대포장되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어리석은 자의 대명사인 에페메테우스의 과거를 돌아볼 수 있는 진정한 지혜와 성찰이 지금의 시대엔 더 필요한 것이지 모른다. 이제 더이상 앞만보고 달려가는 기관차의 동력으로는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개념은 성립할 수 없음을 기억해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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