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의 진화 - 제러드 다이아몬드가 들려주는 성의 비밀 사이언스 마스터스 1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임지원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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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란 존재는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지구의 역사가 1만년 내외라고 믿는 창조론자들이나 적어도 45억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고 믿는 진화론자들이나 공통적으로 곡해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인간이 지구상에서 가지는 존재가치나 역활론에 대해서는 이구동성격으로 비슷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중에서 가장 고등한 생명체는 다름 아닌 우리들 인간 자신이고 인간을 제외한 그 어떠한 생명체들과 확연한 차이를 가지고 있다는 믿음이 그것이다. 창조론자들은 신이라는 형이상학적존재를 제외한 형이하학적 존재중에서 가장 으뜸이 바로 신의 아들들인 인간이라는 믿음과 이에 반해 조금은 덜 하지만 인간은 비롯한 모든 생명체은 어느날 갑자기 뚝딱하고 생겨난 것이 아니고 가장 원시적인 세포에서 서서히 진화했다고 믿으면서도 유독 우리 인간의 진화는 여타의 생물들과는 다른 길을 걸어 왔다는 은근한 자부심 아닌 자긍심을 가슴한켠에 남겨놓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예전의 인종차별이나 성차별만큼 위험하고 왜곡된 생각으로 종차별이라는 거대한 담론에서는 극히 잘못 인식되어 있는 사례라고 할 것이다. 

우리 인간은 모든면에서 우리와 극히 진화나 유전적으로 가까운 영장류와도 확연히 구별되는 진화를 거쳐 지금의 현대인류에 이르렀고 다른 생명체와 다른 문화, 예술, 언어를 사용함으로서 진화의 가장 최극점에 놓여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이러한 극단적인 예가 바로 섹스에 관한 담론이다. 우리 인간은 섹스를 여타의 포유류들과 달리(가장 흔히 볼 수 있듯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만인이 보는 앞에서 아주 당당하게 짝짓기를 하는 개들을 찌푸린 시선을 바라본적이 한두번 쯤 있을 것이다) 남들이 보는 앞에서 그리고 대게의 경우 배우자 내지는 고정적인 섹스 파트너가 아닌 다양한 사람들과 섹스라는 행위를 가지지는 않는다. 더욱 인간과 가장 닮은 영장류들과 확연하게 다른 점은 우리 인간은 섹스를 정해진 때(발정기나 번식기)에 구애받지 않고 그냥 하고 싶을때(물론 상대방과 합의하에)섹스를 한다. 또한 우리는 섹스를 번식의 대상을 떠나 즐거움 내지는 쾌락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다.
 
물론 우리에게도 일부다처제나 일처다부제라는 극히 제한적인 형태의 집단이 있지만 대게 보통은 일부일처제내지는 고정적인 섹스파트너와 그 행위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들 스스로가 만물의 영장인 것으로 생각하고 있고 이러한 생각은 거의 신앙의 수준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체들과 비교해 보면(그 범위를 좀더 줄여 포유류 아니 영장류로 줄이더라도) 인간의 섹스는 다소 의외의 면들이 많이 있다. 물론 이점에서 우리 인간은 스스로 생각하기에 동물들과 다른 사고라는 힘이 섹스를 통제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통제 가능한 섹스가 동물과 다른 인간만의 진화과정이라고 믿고 있다.  

하지만 약간만 아니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이러한 논리에는 허술한 점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는것을 금방 알 수 있다. 단지 우리가 인정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수의 동물집단에서 인간처럼 섹스를 하는 개체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물론 인간처럼 일부일처라는 규칙성에 따르는 동물들도 있지만 동물계 전체적으로 보면 이러한 규칙성은 극히 예외적이면서 왠지 불안정해 보일 정도이다. 그럼 인간의 섹스와 인간을 제외한 동물들의 섹스중에 어느것이 정상적인 것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된다. 물론 우리는 우리가 정상적이고 나머지는 수준 낮은 진화에 의거된 현상이라고 주장하고 싶을 것이다.

이에 대한 해답을 제러드 다이아몬드는 <섹스의 진화>에서 명백하게 그리고 다소 의기소침해지기 쉬운 주제이지만 저자 특유의 위트와 설명을 통해서 섹스의 진실을 말하고 있다. 결론은 인간의 섹스가 다른 동물과는 달리 고차원적이고 통제 가능한 인간만의 특유의 행위가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인간의 섹스 역시 찰스 다윈의 자연선택처럼 세월이 흐름과 처해진 환경속에서 철저하게 제거되면서 살아남은 진화의 결실이라는 것이다. 남녀가 왜 일부일처제를 더 선호하고 자식을 남녀공동으로 양육하는지는 우리 인간이 수준높은 문화를 가지고 있어 그런것이 아니라 단지 진화의 산물이라는 점을 밝히고 있다. 특히 여성의 패경에 대한 저자의 실랄한 논거는 상당히 수긍이 가는 진화론적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섹스가 우리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 내지는 윤리적 가치관의 산물이라고 주장하고 싶은 모든 인간들에게 외치고 있다. 섹스는 그저 단순하게 진화의 산물일뿐이라고...

인류와 영장류의 공통조상에서 가지치기를 시작하였던 500만년전부터 꾸준하게 환경에 적응하면서 철저하게 자연선택의 논리에 의해 진화 되어온 산물인 것이다. 우리는 마치 섹스에 대해서 고차원적인 의미를 부여하길 좋아한다. 아니 그러고 싶을 것이다. 이점이 여타의 동물과 다른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라고 해야 그 우월성확보에 이상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의 섹스만큼 유전자의 이기적인 선택에 의해 진화된 산물도 없을만큼 철저하게 유전자의 이해타산에 의해 자연선택된 일련의 행위일 뿐이다. 단지 우리는 예술,언어,문화라는 얄팍한 덮개로 진화라는 거대한 현상을 덮길 바랄뿐인지도 모른다.
즉 우리가 인정하고 싶은 인류라는 종 역시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들처럼 진화라는 역사에서 특정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특별하고 뛰어난 종이 아닌 지구라는 행성에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는 진화의 일부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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