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사 삼국지 - 위서 2
진수 지음, 김원중 옮김 / 민음사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魏가 삼국중에서 황제국으로 대접받은 이유는 촉이나 오에 비해서 강역의 크기나 인구의 수 경제적 번영등의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적인 면에서 두나라에 월등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위는 오나 촉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강력한 소프트웨어가 존재했다. 다름 아닌 인적 관리시스템에서 뛰어난 면모를 보여주었다. 물론 이러한 인적 네트워크의 중심에는 조조라는 걸세출의 영웅이 존재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난세일수록 영웅의 주변으로 인물들이 모이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러한 맹장,책사들은 함부로 자신이 충정을 바치지 않는 법이다. 漢제국을 창립하는데 일등공신 역활을 한 장량은 군주를 자신이 가려서 삼는다고 했듯이 조조라는 인물을 보고 각지에서 뛰어난 인재들이 몰려든 것이었다. 그만큼 조조는 유비나 손권에 비해 인적 네트워크라는 막강한 파워를 바탕으로 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단면적으로 보더라도 무신계통의 신하나 전략가인 책사들의 면모만을 보더라도 위나라는 그야말로 인재들이 넘쳐 났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촉에 제갈량,방통,법정등의 전략가가 전부였다면 위에는 순욱,순유,가후,종요,화음,왕랑,정욱,곽가,동소등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전략가들이 포진해 있었다. 또한 야전사령관들의 면모만 보더라도 하후돈,하후상,조인,조흥,장료,악진,우금,장합,서황,조엄등을 비롯한 풍부한 전투경험을 가진 장수들로 메워져 있었기에 제국의 창건이 가능했던 주요인이었다. 물론 이러한 인재풀의 네트워크를 적재적소에 배치했던 뛰어난 감각을 가진 조조가 있었기에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었던 것이고, 이렇듯 조조의 위는 인간이 역사를 만들어간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오죽했으면 진수는 선봉대장격인 장료,악진,우금,장합,서황의 전을 상당히 후반부에 배치했을 정도로 열거 해야할 인재들이 그 만큼 많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암시하고 있다. 다시금 국가경영에서 인재의 중요함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이번권에서 주목해야할 점은 다양한 기예로 이름을 떨친 명인들을 모은 방기전과 한국사와 밀접하고 민감한 부분을 다룬 오환선비동이전이다. 우선 방기전은 신의 경지에 올랐다는 명이 화타, 아악의 부흥자 두기, 관상가 주건평,꿈 해몽의 달인 주선과 점패 풀이의 명인 관노등의 전을 다루면서 사마천의 사기열전의 테마형식을 따르고 있으나 그 격은 많이 떨어지는게 사실이다. 사마천이 각양각색의 인간중심의 열전을 편찬했다면 진서는 공식적인 개념에 충실했다고 보는 편이 어울릴 것이다. 이번 책에서 진서는 등애와 종회전을 통해서 인간의 간사함과 허탈함을 대리표현하고 있다. 촉의 멸망을 받아낸 장본인 등애는 결국 종회의 모함으로 모반이라는 대역의 죄를 뒤집어 쓰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종회 역시 모반으로 생을 마감하는 부분에서 진수의 평은 사뭇 애간장을 녹이듯 간절한 표현을 쓰고 있기도 하다.  

무엇보다 삼국지의 위서가 우리에게 주목받는 이유중에 또 다른 하나는 바로 오환선비동이전중 동이에 대한 부분일 것이다. 사마천의 <사기의 조선열전>과 반고의 한서지리지, 후한서등 중국 고대역사서에 간간이 등장하는 우리역사 부분은 서술된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긴 다소 무리가 따른다. 워낙 춘추필법에 의한 역사서술이 관례화되었기 때문에(특히 공소도와 관구검전에서 마치 고구려를 멸한 것 같은 침소봉대된 서술이 대표적이다)우리의 상고사를 다루고 있는 유일한 정사인 삼국사기등과 비견하여 꼼꼼히 들여다 봐야 할 것이다. 진수 역시 자신이 직접 보지 못했기 때문에 선대의 역사서의 내용들을 대폭적으로 수용하여 약간의 가감을 했을 정도이지만. 고구려,부여,동예,옥저,삼한등 우리의 상고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충분히 심사 숙고해야할 사료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특히 동이전에서 고구려와 부여를 비롯한 한민족의 기원이라 볼 수 있는 다양한 민족국가에 대한 개념이 중복되고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들이 많은 것은 다름아닌 동이의 강역이 상당했음을 은연중에 시사하는 것일 것이다. 지금 동북공정프로젝트라는 미명하에 자국의 역사로 편입한 우리 상고사를 그들의 선조인 진수는 삼국지 위서 동이전에 분명히 못박고 있다는 점이 후대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큰 것이다. 

이처럼 위서는 소설 삼국지연의의 잘못된 역사인식을 바로잡기 위해서 읽어야 할 책이면서도 우리에겐 더 중요한 우리 상고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위해서도 읽어야 하는 중요한 사서중에 하나이다. 조조는 분명하게 위대한 난세의 영웅이었다. 단지 그의 경영전략이 대중들에게는 너무 야박한 정도로 철두철미하게 보였기에 좀더 덜 떨어진 유비에게 동정의 눈길이 가게 된 것이고 결국 간웅으로 낙인찍히는 능욕을 당했던 것이다. 하지만 소설은 소설일뿐이고 정사에서 평가되는 조조는 현대 다국적 기업의 CEO같은 존재였다. 빠른 판단과 실패를 인정하고 곧바로 새로운 전략을 만들어가는 조조만의 특유의 용인술은 당대나 지금이나 범접하기 힘든 조조만의 장점이었다. 결국 위나라도 사마씨의 손에 넘어가게 되지만 진과 한에 이어 그나마 제국 다운 면모를 보여주었던 국가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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