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유사 - 조선왕조실록에서 다루지 못한 진짜 조선이야기 박영수의 생생 우리 역사 시리즈 2
박영수 지음 / 살림Friends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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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하는 우리의 최고의 역사서는 이미 알고 있는 대로 김부식의 <삼국사기>로 전통적인 역사서술방식은 기전체의 형식을 바탕으로 역사를 편찬한 정사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일연스님의 <삼국유사>는 삼국사기에서는 볼 수 없는 다양한 분야의 역사를 이야기 형식을 통해서 역사를 서술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정사가 아닌 야사로써 역사를 바로보는 시각에서 정사보다는 낮은 등급으로 폄하하고 있는것 역시 사실일 것이다. 흔히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 한다. 그 만큼 승자의 시각에서 서술하게 되었있는 것이 인지상정인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잠시 의구심이 든다. 그럼 승자들의 기록인 정사를 제외한 나머지의 기록들은 역사적 문헌으로서의 가치가 없는 것이고 역사적 타당성을 갖지 못하는 것일까? 이에 대한 해답은 누구나 알고 있듯이 정사만큼 소중한 우리의 역사적 산물이라는 것이다. 遺事는 단어 뜻 그대로 예로 부터 역사적 사건들을 이야기형식으로 전해준다는 말이다. 비단 정사에는 기록되지 못했지만 당시대를 살았던 일반대중 정확히 권력에서 소외되었던 민중들의 시각을 반영한 역사가 봐로 유사와 야사라고 봐야 타당할 것이다. 오히려 역사편찬형식에 얽매여 있는 정사보다 자유분방한 소재와 주제로 그 시대상황을 정확히 알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장점일 것이다.  

이런면에서 <조선유사>는 조선왕조실록에는 수록되지 않았지만 그냥 설화나 전설로 치부하기엔 너무나 안타까운 우리선조들의 살아있는 생생한 이야기들을 모아모아 한권의 책을 출간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을 것이다. 한때 청백리의 표본으로 알려져 있었던 황희에 대한 역사적 진실은 바로 이러한 유사나 야사를 통해 정사를 고증한 결과 그 본색이 알려졌듯이 유사나 야사는 정사를 보완하는 자료로써 그 가치가 높은 것이다. 이번 책에서는 그동안 세인들에게 회자된 인물이나 사건들도 있지만 생소하면서 흥미있는 인물들과 그들을 둘러싼 역사적 진실을 엿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다가온다. 왕이 하사한 은잔이 너무나 작아 그 크기를 늘려서 술을 마셨다는 손순효, 돼지머리와 닮았다고 해서 돼지정승으로 불리었던 장순손, 선조때 문재인 고죽 최경창과 기생 홍랑의 애끓는 순애보,을사사화로 역적으로 몰린 옛주인의 복수를 한 계집종, 연암 박지원의 재치있는 술 낚시와 홍국영과 바둑에 얽힌 이야기들은 그저 단순한 이야기로만 들어도 그 재미가 솔솔하다.  

하지만 이러한 야사를 단지 가십거리나 흥미위주로만 볼 수 없는 것은 우리가 정사에서 다루지 않는 일반 민중들의 삶을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정사라는 것은 어찌 보면 위정자의 정책 메타포가 담겨져 있기 때문에 역사기술의 한계성자체를 갖고 있지만 정사를 제외한 그 밖의 역사적 기록물들은 이러한 제약을 전혀 받지 않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사상적 배경을 담고 있다. 무엇보다도 당시의 문화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문화사라고 봐도 틀린말은 아닐 것이다. 사마천 사기중에서 유독 <사기열전>이 지금도 많은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그것은 사마천은 역사를 이끌어가는 중심에는 다름아닌 인간이 존재하고 있다고 봤기 때문에 인간에 관한 이야기 즉 열전에서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의 삶을 조명하면서 후대에 교훈으로 남겼기 때문이다. 이렇듯이 야사에서 우리는 선조들의 삶, 특히 공식화되지 않은 개개인들의 삶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정사에서는 느낄 수 없는 인간미를 우리는 야사에서 만끽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우리가 역사를 인식하는 방법에 있어 이러한 야사를 다 수용할 수 없지만 정사와 비견해서 참조하면서 상고할때 비로소 역사의 행간을 읽을 수 있는 눈이 뜨일 것이다. 모처럼 흥미있게 읽어나갔던 책이었다. 그만큼 그동안 우리의 역사서들의 경직성이 컸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리고 팁으로 저자는 주막, 숙주나물, 막걸리, 흥청망청, 사약등 역사서나 현재도 많이 사용하고 있는 단어들의 어원에 대해서 당시시대적 상황과 역사적 고증을 통해 명쾌하게 설명해주는 별도의 페이지를 마련해 주고 있어 청소년들 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여러모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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