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금 100만 달러
너새네이얼 웨스트 지음, 장호연 옮김 / 마음산책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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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의 언저리에서 교통사고로 생을 마감한 우리에겐 다소 생소하지만 미국에서는 피츠제럴드와 헤밍웨이와 더불어 20세기 미문학의 3대 거봉으로 알려져 있는 너새네이얼 웨스트의 4작품중에서 첫 작품인 <거금 100만 달러>는 세계 대공항이라는 경제적 침체기에 미국 젊은이들의 삶과 희망 그리고 좌절을 다루고 있는 소설이다. 작가는 주인공 레뮤얼 피트킨을 통해 제3자적 관찰자의 시각으로 당시 미국 전반에 깔려있는 사조들을 냉소적으로 이슈화 하였다. 경제대공항이라는 시대적 배경속에서 하루아침에 거리로 밀려난 대다수의 민중들의 삶과 그리고 이러한 민중들의 피를 빨아먹고 살아가는 파렴치한들 거기에 패배자로 낙인찍힌 사람들의 분노를 자양분으로 재기하려고 하는 정치인등 다양한 인물들을 등장시켜 당시 미국사회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특히 그동안 자본주의의 확장을 대세로 생각했던 이들에게 경제적 대공항은 그야말로 그동안 팽창이라는 발전에 묻혀있었던 각양각색의 부조리와 비리 그리고 비합리성을 한꺼번 분출하게 하는 탈출구역활을 해버렸던 것이고 이러한 아노미상태에서 일반 대중들은 자아와 가치관의 해체를 뼈저리게 몸소 겪게 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작가는 주인공의 신체적 경제적 시련을 통해서 당시 미국사회에서 누구나 인식하고 있었던 부조화를 마치 무성영화의 연사처럼 무덤덤하게 나래이션하고 있지만 이를 읽는 독자들은 오히려 작가의 냉대와 무감각에 더 소설속으로 빠져들게 하는것 같다. 미국개척기의 골드러쉬와 인디언의 학살등의 역사적 사건들을 시대를 거슬러 적당히 혼합한 플롯과 내러티브기법이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같은책 속의 또다른 작품인 <발소 스넬의 몽상>은 트로이 목마속을 여행하면서 발소가 만나는 사람들과의 대화속에서 앞의 거금 100만달러와 사뭇다른 그로데스크한 풍의 작품이다. 아마도 작가의 자전적인 고백형식을 발소라는 주인공의 눈을 빌려 글을 쓰는 작가들의 고뇌를 그로데스크하게 표현한듯 하다. 그리스연합군과 트로이의 전쟁은 10년이라는 세월을 두고 공방전을 벌렸고 결국 목마라는 다소 우스광스러운 계기로 트로이는 함락되고 피비린내 나는 전쟁은 종말을 맞이하게 된다. 작가는 글을 쓰는 어려움을 그리스인들이 해변가에 버리고 간 목마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고민했던 트로이인들의 고뇌, 그리고 승리했다는 성취감 끝으로 목마를 성안으로 운반하고 나서의 당혹감과 좌절감을 작품이 나오는 과정에 맞추어서 오버랩하는 듯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이 소설을 접하기 전까지 사실상 작가에 대한 이력이나 작품에 대한 사전적인 지식이 없었지만 단지 2작품을 읽어보더라도 왜 헤밍에이와 어깨를 견줄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점이 풀릴 정도로 그의 작품에 대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단지 <거금 100만달러>에서 인종차별주의적인 시각을 볼 수 있으나 아마도 어쩌면 이러한 시각은 대공항이 한창이었던 1930년대에 미국사회의 보편적인 정서였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이를 그대로 여과없이 지면에 옮긴 작가의 또 다른 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거금 100만달러>가 거시적인 시대적 상황을 냉소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반면에 <발소 스넬의 몽상>은 작가내면이라는 미시적 상황을 그로데스크하게 표현했다는 점에서 어울리는 조합이라고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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