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 혹은 기녀라고 불리우는 그녀들은 비록 신분계층이라는 피라미드상에 가장 최하위에 위치한 천민계층이었다. 하지만 그녀들은 일반적인 천민계층과 사뭇 다른 또 하나의 계층적인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조선시대에 접어들어 권력 창출계층이었던 사대부들과 유일하게 어울릴수 있는 여성계층으로 자리잡으면서 역사의 다른 한페이지를 장식하게 된다. 조선사회는 철저하게 남성위주 특히 양반이라 지칭되는 일부 남성들의 사회였다고 할 수 있다. 비단 남성으로 태어나더라도 적자가 아닌 이상은 아웃사이더로 살아갈 수 밖에는 없는 사회에서 여성의 몸으로 그것도 천민이라는 계층의 신분적 장애를 딛고 많은 기생들이 사대부들을 농락한 예를 조선실록을 보더라도 많이 있었다. 특히 국가적으로 환란을 겪을때마다 남성사대부들도 하지 못한 의를 몸으로 실천한 이들중에 항상 기생이라는 계층의 여인들이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 <기생, 조선을 사로잡다>는 이러한 기생들의 알려지지 않은 삶과 행보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조선시대 전반을 다루는 측면이 아니라 일제감정기에 접어들어 기생들의 사회적 역사적 맥락을 집어보는 저작이다. 지금의 만능엔터테이너의 효시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당시 모던걸로 상징되었던 기생들의 사회참여는 근대화라는 시대적 조류와 더불어 우리사회에 일대의 변혁을 가져왔고 그러한 변혁과 영향들은 현대 미디어시대의 원천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는 측면으로 저자는 접근하고 있다. 또한 현대음악과 미술, 영화 그리고 광고모델등 근대화를 지칭하는 문화사조에서 선구자 역활을 담당하면서 조선의 근대문화의 선봉장이었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일제감정기 시대에 기생들의 삶을 다루고 있지만 많은 부분들이 지금의 연예인에 비유되는 특성들에 대해서만 나열되어 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특히 당시 기생학교학교의 경쟁율과 경제적대우등이 일반민중들에 비해서 탁월했다는 점등을 들어 기생이 되고자 하는 인기가 높았다는 점, 근대화의 표상인 모던걸을 상징했다는 점 등에서 그 표면상의 현상만을 다루고 있는 점이 못내 아쉽다. 또한 각종 사진엽서나 광고물에 등장하는 기생들의 화려한 이면속에 숨겨진 제국주의적인 시각에 대한 상세한 비판이 생략된 점이 아쉽게 느껴진다. 저자도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 언급을 했지만 결국 일제의 식민지정책중의 일환으로 기생들의 화려한 면이 부각되었다는 점에서 가장 큰 피해자 역시 기생이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일본은 자신들이 강제근대화를 당했을때 받았던 제국주의의 시각을 그대로 조선에 심었던 것이다. 거의 모든 홍보물에서 기생들을 배경으로 하는 팜플렛을 제작하면서 식민지정책의 당위성을 은연중에 내포했던 것이다. 지금의 언론의 영향보다야 떨어지는 효과를 가지고 있을 지언정 이러한 정책들은 한동안 성공적으로 수행되었고 사회적관심을 다른곳으로 돌리는데 지대한 공헌을 한 것 역시 사실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만능 엔터테이너와 같은 화려한 측면만을 고찰하는 것은 진정한 기생에 대한 평가라는 측면에서 다소 그 균형서을 잃을 소지가 있어 보인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일련의 측면들이 기생이라는 이미지를 고착화할 수 있는 또다른 시각의 폭력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저자의 의도는 기존의 기생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타파하는 차원에서 만능 연애인의 이미지를 부각시켰지만 다른 면에서 바라볼때는 이러한 연애인이나 모던걸의 이미지가 기생의 또 다른 이미지로 각인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기생이라는 계층은 엄연히 한국사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독특한 계층이자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았던 일반 민중이었다. 단지 봉권적인 권력구조가 만들어낸 희생양으로 묻어둘 수 없는 아픔이었던 것이다. 항상 국가적인 환란이 닥칠때마다 몸을 사리지 않고 헌신한 이들은 나라를 좌지우지하는 권력층이 아니라 기생과 같은 최하층이 대다수였다는 것이 시사하는 바가 무엇이겠는가? 기생을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기생을 어느곳에도 소속되지 못했던 특수한 집단으로 바라보는 시각보다는 기생역시 엄연한 우리의 어머니, 누나와 같은 동일한 인격체로 그리고 남성위주의 신분사회가 낳은 피해자로 봐야함과 동시에 일반민중과 동등한 사회의 조직구성원이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