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혁명의 미래 - 디지털 기억 혁명은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고든 벨.짐 겜멜 지음, 홍성준 옮김 / 청림출판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혁명(革命/revolution)은 사전적 의미로 기존의 정체를 변혁하는 일 즉 기존의 사회체제를 개조하는 패러다임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인류사는 바로 혁명의 연장선에 속에서 지금도 수 많은 혁명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인간이기 때문에 혁명이라는 패러다임을 거부할 수 도 없고 비켜갈 수 도 없는 것이다. 크게 인류사를 상고해보면 이러한 대혁명은 세차례에 걸쳐 있음을 볼 수 있다. 첫번째가 바로 아프리카를 기원으로 이 대륙 저 대륙을 목숨을 연명하기 위해 때론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정처 없이 떠돌다 다니던 시대에 종지부를 찍은 농업혁명이다. 인류는 농업혁명으로 인해 특정한 한 곳에 정착하는 형태가 되었고 식량난을 해결하면서 지구상에 존재하는 그 어떠한 종보다 빠르게 자손을 증식하게 되었다. 두번째는 영국에서 아주 작은 계기로 출발한 산업혁명이다. 산업혁명은 과학혁명으로 이어지면서 그야말로 인류의 삶의 질적인 번창을 약속하게 되면서 그동안 먹기위해서 살아가는다는 방식의 의식을 한 순간에 뒤바꾸어 버린 패더라임이었다. 이렇게 농업혁명과 산업혁명은 우리 인류의 정체성과 역사발전방향을 틀어놓았다. 그럼 이제 이와 같은 혁명의 시대는 지나갔을까? 

<디지털 혁명의 미래>는 농업혁명과 산업혁명에 뒤이은 아마도 인류 역사상 가장 큰 반향을 가져올 혁명에 대해서 서술하고 있다. 그것은 다름아닌 디지털 혁명이다. 이미 어느 정도는 예견된 상황이지만 우리는 디지털시대라는 패러다임의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다. 싫든 좋든 이 패러다임은 현재, 아니 미래로 갈 수록 더욱 더 거부하거나 외면하기 힘든 대세임에 틀림없다. 지금 서평을 쓰고 있는 이순간에도 디지털혁명의 시대가 아니라면 감히 엄두도낼 수 없을 만큼의 시간적/금전적 효용비용을 상쇄시켜주는 것 역시 디지털 혁명의 시대를 살아가는 잇점 중에 아주 작은 단편일 것이다. 이보다 더 많은 장점들을 여기서 나열한다는 자체가 넌센스일지도 모른다. 이처럼 디지털 혁명이란 하드웨어적인 기능향상을 증폭시켜주는 수준에서 머물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절로 든다. 저자는 디지털 혁명의 미래는 지금같은 하드웨어의 발전이 아닌 바로 인간과 디지털기술이 합해질때 비로서 진정한 혁명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그것도 아주 확신를 가지면서... 

인간이라는 생물체는 생로병사에 의해 특히 생물학적으로 세월을 보낼수록 뇌의 역활이 감소하게 되어있다. 그러다보니 물건을 잃어버리거나 누군가와의 약속을 까막득하게 잃어버리는 일들이 나를 포함해 왕왕 일어난다. 또한 지금까지 지구상에 나온 그 어떠한 기억장치보다 우수한 우리 뇌도 세월의 힘앞에선 버텨내지 못하게 되어 있고 설령 몇몇 특이한 이력을 가진 이들을 제외하고는 언제나 불안정한 상태에 있다. 저자는 바로 우리의 불안정한 기억을 완전한 기억으로 대체하는 것이 디지털 혁명의 미래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사안으로 보고 있다. 즉 라이프로깅(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웹 사이트에 자료를 올릴 수 있는 서비스) 통해서 우리가 일상생활(여기에는 자고 먹고 사랑하고 일하고등 24시간 365일내내)의 수없이 많은 현상과 기억들을 포함하여 내주변에 나와 조금만큼이라도 연관된 모든 것들을 스캔이나 캡처하여 기억장치에 저장하였다가 필요한 부분만을 검색하여 인식하고 있었지만 흐릿했던 일들, 전혀 인식도 못했던 일들을 재생할 수 있는 미래가 올 것이라는 논지이다. 지금 생필품화 되어버린 휴대폰,스캐너,디지털카메라.캠코드,데스크탑등의 주변기기를 적절하게 사용한다면 우리가 보고 듣는 모든 정보를 온전하게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기억은 자손대대로 영원히 이어질 수 있고 비록 생물학적 육체는 사라져도 정신적인 기억들은 영원하다는 것이다. 특히 교육분야나 의료분야에서의 활용은 정말 대단할 것이다. 본인의 병적이력이 고스란히 기록된 작은 USB만 있으면 특정병의 발발예상에서 부터 가족력까지 한눈에 진단할 수 있는 장점이 있을 것이고 교육분야에서는 책가방속의 책이 사라지는 시대가 오고 교육자와 피교육자가 하나로 연결되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저자는 이미 마이라이프비츠라는 솔루션으로 자신주변의 기억들을 저장하고 포맷하고 백업하고 있다. 소소한 신변잡기에서 부터 어마어마한 비지니스영역에 이르기 까지 그의 기억들이 고스란히 저장장치에 저장되고 있다. 완전한 기억을 만들어 가는데는 이처럼 하드웨어적인 문제점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소프트웨어적인 문제 즉 이러한 완전한 기억이 조지 오웰의 <1984>에 나오는 빅 브라더의 역활로 변질되지 않을까라는 문제인 것이다. 개개인의 가장 사소한 기억들까지 공개되거나 공유될 경우(장담하거든 거의 확실하다고 봐야 한다) 완전한 기억은 또다른 권력유지장치의 일환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인류가 앞선 두가지 혁명을 거치면서 뼈저리게 겪은 것이 혁명이라는 장미빛 속에 감춰져 있는 부작용들이다. 농업혁명으로 인해 인류는 처음으로 계급화가 이루어졌고 산업혁명으로 부의 재편성과 인간성상실의 시대를 경험했듯이 이번 혁명으로 과연 또 어떠한 부작용이 있을지에 대해서 한번쯤은 고민하고 넘어가야할 것이다.

인간의 망각의 동물이고 어떤이는 추억을 먹고 산다고 하기도 한다. 누구에게나 추억은 소중한 것이다. 또한 추억이 소중한 이유는 과거에 기억에 대해서 정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렴풋하게 지금 현존하고 있는 나의 머리속에서 재프로그램된 추억이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이지 마치 사진을 찍듯이 선명한 추억은 왠지 정보라는 개념으로 와닿을 것이기 때문이다.  

완전한 기억은 분명 장점들이 수 많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에 따른 부작용 역시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에 대한 논의는 아마도 수없이 이루어 질 것이고 결국 그 어떠한 형태로 결론을 짖게 될 것이다. 디지털 혁명을 거부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거부할 수 없다면 적응해야 할 것이고 바로 이러한 적응은 올바른 형태로 합의되어야 할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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