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최남단 땅끝마을 해남땅 그리고 그곳 달마산을 이불삼아 자리잡고 있는 천녀의 사찰 미황사, 그리고 바지런한 주지 스님 같지 않고 우리 옆집의 친숙한 아저씨 같은 금강스님과 소박한 마을사람들이 살아가는 정겨운 이야기들로 가득찬 <땅끝마을 아름다운 절>은 제목 그대로 정말 "아름답다"라는 느낌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세칭 우리가 인지하고 있는 미(美)라는 개념을 송두리채 흔들어 놓은 아름다움이 바로 이 책 미황사에 있다. 인간의 눈에 시각화하고 정형화시키는 아름다움이 아닌 마음의 눈으로 느끼는 감정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지고지순한 아름다움이 바로 미황사를 둘러싼 주변의 모든 관계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적하고 공기 좋은 산속에 자리잡은 풍광좋은 사찰이라는 이미지화보다는 속세와 불가의 개념을 구획하지 않는 만남이 바로 아름다움의 근원인 것이다. 또한 미황사라는 사찰의 역사는 바로 우리 종교계의 역사를 바라보는 이정표로서의 역활도 하고 있다. 당초 불교가 국내에 자리잡게 된 계기는 절대권력과 필연적인 관계가 있었다. 물론 석가모니의 가르침은 이런것이 아니였지만 당시 불교를 수용하는 과정과 그 이후 불교가 자리잡게 되는 과정에서 모든 중생을 위한 종교가 아닌 일부 특권계층의 종교 내지는 권력의 안정화에 기여하는 일종의 도구로서 출발하였다. 이는 근세에 우리곁에 다가온 기독교와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렇듯 우리 불교는 그동안 산속이라는 지리적 고립감과 동일한 패쇄적인 뉘양스를 갖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물론 몇몇 선사들이 대중에게 다가가는 노력을 하긴 했지만 대체적으로 찾아가는 종교보다는 찾아오는 종교로 받아들여졌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근세이후 서구합리주의와 과학주의라는 패러다임으로 무장한 기독교의 공세에 비문명화 내지는 혹세무민의 기복신앙등으로 폄하되었고 이런 와중에서 보기좋지 못한 행태를 대중들에게 인식시키면서 그저 등산이나 여행을 할때 잠시 쉬어가는 개념으로 다가왔던 것 역시 사실이다. 이런 역사적 붙임에 미황사라는 사찰도 벗어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는 비단 미황사만의 비애가 아니라 대부분의 사찰에서 볼 수 있는 현상일 것이다. 바로 이런 미황사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물론 사찰의 건축물이 하나 둘 늘어나는 규모적 확장만이 아니라 대중과의 소통이라는 모토가 서서히 그 힘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문학당, 템플스테이, 참선수련회, 음악회, 노인노래자랑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서 일반 대중들이 스스로 찾아오는 장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물론 냉정하게 바라본다면 종교라는 시장에서 블루오션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성공한 마케팅 사례로 꼽을 수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작은 계기가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앞으로 불교계의 나아가야할 바를 보여주는 듯 하다. 근세들어 세약의 길로 접어든 불교가 현대 복잡한 시대에 들어서 여타의 종교보다 일반대중에게 어필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인간의 지친심성을 달래주는 대자연과 가장 가까운 곳에 사찰이 있기 마련이고 이러한 지리적 여건은 예전에는 단점이었지만 오히려 지금은 장점으로 부각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요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종교인들이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가 우선일 것이다. 미황사 주지스님인 금강스님은 그런면에서 그 옛날 원효대사의 대중성을 엿볼 수 있다. 시대가 변하면 그에 맞추어서 종교도 변하기 마련이다. 이제 찾아오기만을 기다리는 시대는 지났다 일반대중과 서로 호흡하고 그들의 삶을 같이 느낄 수 있는 그러한 종교가 대중들에게 호감이 가는 것이고 실재로 비빌 언덕인 것이다. 땅끝이 최종 종착점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점이듯이 이제 대중에게 다가가고 대중과 같이 호흡하는 종교로 새롭게 태어나는 우리 불교의 희망이 엿보이는 책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종교는 그저 망상에 그치지 않는다 그 종교적 가르침과 비전이 거대하다고 하더라도 현실과 괴리감이 있는 종교는 도태될 수 밖에는 없을 것이다. 바로 아름다움이라는 개념 역시 대중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것 아닐까. 아마도 이것이 석가모니의 진정한 가르침일 것이다. 이번 책은 불교라는 특정 종교를 떠나서 현재 대한민국에 산재해 있는 모든 종교의 기준점이 될 것이다. 진정한 종교가 무엇인지 종교인의 진정한 역활이 무엇인지를 새삼 일깨워주는 잔잔하면서도 무게감있고 정말 편안한 내러티브들도 가득했던 만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