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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들의 생로병사
강영민 지음 / 이가출판사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生.老.病.死
인간으로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생로병사라는 굴레를 벋어날 수 없는 것은 지당한 것이다. 무릇 만물의 영장인 인간만이 아니라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에 해당되는 진리이기도 하다. 지상파 모방송국 프로그램에도 있듯이 생로병사는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웰빙이라는 이름으로도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물론 옛날 옛적 하루먹고 사는 것 자체가 치열한 투쟁이었던 시절에도 생로병사는 인간에게 끝없는 유혹의 손길을 던졌던 것 역시 사실이다. 그만큼 우리 인간들에게 생로병사는 바로 인생, 삶 그자체이기 때문이다. 하물며 만인지상의 자리인 왕들에게는 그 의미가 지대했음을 중국 최초의 황제인 진시황가 불로초를 찾아 온 세상을 해맸다는 사실을 보더라도 알 수 있는 것이다.
<조선왕들의 생로병사>는 바로 약 500년이라는 장수제국인 조선의 군주들의 생과 노 그리고 병, 죽음을 다룬 책이다. 저자가 의사라는 직업상 관점에서 조선왕들의 출생에서 성장 그리고 그들을 괴롭혔던 각종 질환과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의학적 견해를 첨부하여 왕들의 일대기를 조명하고 있다. 서문에서 저자가 밝혔듯이 조선왕조실록과 세간의 흥미로운 야사들을 참고하여 다소 지루하게만 느껴질 내용들을 적절한 흥미를 자아내게 한 점등이 돋보이는 저술이다. 특히 조선왕들을 괴롭혔고 결국엔 죽음에 이르게 했던 각종 질병들과 이를 치유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들을 보면서 왕도 죽음앞에서는 일개의 인간일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도교의 인생무상이나 불가의 空이라는 개념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지금의 의학적 관점에서는 대수롭지 않는 질병들이 그들을 죽음의 문턱으로 내몰았던 점등이 다소 허무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역으로 당시 최고 의료진의 보필을 받았던 왕도 이 모양이었는데 그러한 해택을 전혀 받지 못한 일반 대중의 삶은 어느 정도였는지 상상치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만큼 왕을 비롯한 모든 인간들에게 생로병사는 넘을 수 없는 강이었을 것이다. 특히 과도한 스트레스는 그 때나 지금이나 건강에 치명적인 역활을 담당했다는 것이 왕들의 삶을 통해서 재확인 되고 있다. 조선왕들의 평균수명이 오히려 일반 사대부들보다 짧았던 것 역시 국정부담에 대한 과도한 스트레스와 이러한 스트레스를 적절히 풀지 못한 생활이 결국 그들의 수명을 단축한 주범이 아니였을까라는 생각을 들게 할 만큼 마음의 병이 결국 육체의 병으로 옮겨지고 죽음으로 내몰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조선왕들의 삶을 의학적 견해로서 바라보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할 수 있겠다. 그동안 왕과 권력은 바늘과 실처럼 항상 붙어 다니면서 왕 개인들의 생로병사에 대해서는 무관심했던 것 역시 사실이다. 그러면에서 조선왕들이 앓고 있었던 질병과 그 치유법등을 의학적 측면으로 한 눈에 조선시대를 개괄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단지 문종, 예종, 경종, 정조등을 비롯한 석연치 않는 죽음에 대한 저자의 견해가 다른 측면으로 비쳐질수도 있고, 선조와 광해군, 인조, 효종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책의 출간목적이 왕들의 개인적인 생로병사에 촛점을 두고 있다는 큰 관점에서 볼 때 묻어두고 넘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이 부분에서 갑을박론하게 되면 책의 목적을 상실할 우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질병사이든, 병사이든, 혹은 타살이든간에 조선의 왕들도 생로병사를 넘어서지는 못했다. 기껏해야 정종, 광해군, 영조만이 편한한 죽음을 맞이했을 정도로 거의 대부분의 왕들이 천수를 누리지 못했다는 사실이 그 반증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