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킨스는 거의 대표작 <이기적 유전자>에서 유전자처럼 개체의 기억에 저장되거나 다른 개체의 기억으로 복제될 수 있는 비유전적 문화요소 또는 문화의 전달단위 즉 복제 매개물질로" meme"이라는 논의를 제기하면서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이후 <눈먼 시계공>에서 진화론과 창조론을 요모조목 비교 비판하면서 포스터 다윈이라는 칭호를 듣게 되었고 급기야 <만들어진 신>를 통해서 창조론자들과 유신론자들에게 다윈을 뛰어넘는 문제아 '울트라 다윈'으로 낙인 찍히게 된다. 그동안 도킨스의 삶과 연구는 그야말로 창조론과의 진검승부를 마다하지 않는 진정한 전사로서의 면모를 십분발휘해 주었다. 특히 <만들어진 신>를 통해서 종교의 폐해중 가장 큰 부분인 어린자녀들에게 강요되는 종교에 대한 그의 비판은 두고두고 무신론자나 유신론자들에게 회자될 것으로 보인다. 시각을 틀을 약간만 회전하면 마치 도킨스의 학문과 신념들이 마치 창조론을 부정하는데 촛점을 맞추고 있지는 않는가 하는 편협되고 사소한 걱정거리를 제공하고 있다는 기우를 가질 수 도 있다. 물론 그의 여태까지의 논조의 강약과 화련한 비유를 볼 때 일반 독자들로서는 충분한 오해의 소지가 담겨져 있음을 아마 그 자신도 100%부인하지는 않을 것이다.(물론 도킨스 자신은 소를 물가까지 끌고가는데 온갖 감언이설과 약간의 물리적인 협박(?)이 필요하지만 막상 물가에서 물을 먹는것은 소자신만의 선택이지 않느냐고 향변할 수도 있을 것이지만....) 이런한 측면에서 이번 <지상 최대의 쇼>는 창조론과 진검승부를 펼쳤던 그간의 전사적인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아주 조용하고 나긋나긋하고 부드러운 필체의 저서라고 볼 수 있겠다. 물론 내용중에 간간이(여태까지 그의 저서에서와 정말 다르게 빈도가 낮은)전사적인 태도로 돌변할 때도 있지만 전반적인 플롯은 서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그의 타 저서에 비한다면). 본 저서가 출간되자 마자 또 다시 세계는 뒤숭숭해졌고 각계각층에서 찬반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창조론자입장에서는 그저 또 하나의 창조론 반박서 정도로 폄하 하겠지만 건강하고 상식적인 정신적 구조를 가진 일반인들에게는 다른 측면으로 다가온다. 그것은 다름아닌 약 150여년전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의 출간이후 출간된 제대로된 진화론의 입문서라고 봐야 할 것이다. 저자는 다윈이후 진행되고 발전하고 발견된 각종 증거와 과학적 사실 그리고 자연현상등 흔히 상식적인 인간이라면 누구나 수긍하는 진리의 파편들을 한데 모아서 "진화란 무엇을 뜻하는가?","진화는 사실인가?"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던져 주고 있다. 저자가 제시하는 각종 증거와 사실들은 그동안 창조론이 잘못되었다고 하면서도 막상 창조론자들의 반박에 선뜻 대답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실로 명쾌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특히 저자 특유의 비유는 이번 저서에서도 그 힘을 발휘한다. 진화를 바라보고 이해하는 시각을 사건발생 이후 뒤늦게 도착한 탐정에 비유하면서 풀어가는 진화의 비밀은 그 자체만으로도 아서 코난 도일의 <바스커빌 가의 사냥개>를 보는 듯한 흥미를 자아내게 한다. 홈즈가 사건 현장에서 남겨진 흔적들을 통해서 사건을 해결 하듯이 우리가 진화라는 실체를 파악하는 과정 역시 지금 우리에게 남아있는 흔적들을 통해서 진화론이 사실임을 입증하고 있다. 또한 저자는 그동안 진화을 사실을 알고 있는 이들에게도 잘못되고 곡해된 진화의 진실에 대해서 재무장을 요구하고 있다. 막연하게 자연선택과 적자생존의 개념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 무엇보다 명확하고 잊혀지지 않는 개념정리를 제대로 해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저자가 제시하고 있는 다양한 논증들과 이론 그리고 현존하고 있는 진화적인 현실들과 각종 실험결과들 하나하나를 일일이 기억할 필요성은 없다. 이 분야는 전문가들의 몫일 뿐이다. 단지 일반독자가 기억해야할 것은 진화라는 거대한 줄기를 잡는 것이다. 진화는 흔히 창조론자들이 말하는 지적설계자의 절제되고 효율적인 설계도면에 의해서 어느날 갑자기 이 지상에 나타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진화는 철저하게 자연선택과정 그리고 주어진 환경에 적응해가는 기나긴 과정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 과정속에 다소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있지만 이것 마저도 진화라는 큰 줄기의 지류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저자의 저서들을 통해서 창조론과 신에 대한 반박(사실 무신론자나 진화론자입장에서는 표현이 좋아 반박이라고 하는 것이지)에 익숙한 독자들에게 이번 저서는 진화를 사실로 믿고 있는 이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는 내용들로 가득차 있다. 막연하게 그리고 얄팍한 몇몇 단어로 진화가 사실이라고 믿어 오는 우리에게 시의적절하면서도 완벽에 가까운 정신적 무장을 해주는 바이블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진화론이 맞다 아니다(창조론은 분명히 틀렸기에 진화론의 진의 여부만 파악하면 된다는 말이다)라는 논쟁에 종지부를 찍을 만한 저서라고 봐도 무방할 것으로 보인다. 창조론자들(저자는 역사부인자들이라고 표현했는데 이 역시 도킨스다운 표현이다) 이 간혹 딴지를 거는 '잃어버린 고리'라는 개념에 굳이 반박할 필요성도 없이(사실 도킨스는 어떤면에서 너무 요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안쓰러워 보일정도로 말이다) 진화는 그냥 사실일 뿐이다. 진화라는 현상은 지금도 우리 지상에서 가장 위대한 쇼를 자연 그래도 즉 지적설계자의 설계에 의한 쇼가 아닌( 안무가 없이 엄밀히 말하면 자연이 안무가라고 할 수 있겠지만) 무계획적이고 무절제한 쇼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한치의 오차도 없는 장엄하고 버라이어티한 쇼를 우리들 눈앞에 선사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 우리에게 선사한다고 하면 정확한 표현이 아닐지도 모른다 우리도 이 지상 최대 쇼의 출연자일 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