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가 노론일색이었던 정치판에서 나름대로 개혁적인 정치를 추진하던 중 자신의 죽음을 예견하고 후대를 위해 규장각 비밀금고에 숨겨둔 금괴, 천문학적인 환산비용의 가치를 가진 금괴를 고종의 아버지이자 조선왕조사상 최초로 생존한 대원군 이하응의 꿈속에서 그 비밀의 단초를 계시 받아 마침내 황금의 정체를 찾게되고 이 황금를 발판으로 경복궁의 재건과 왕실의 위엄 그리고 망국이후 이어지는 독립항쟁의 거름이 될 수 있었다는 소설의 소재는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를 자아내게 할 만한 동기부여를 하고 있는 것 같다. 한국사중에서 특히 근세사인 조선말에서 일제강점기까지의 시기는 한민족에게는 아무래도 아킬레스건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틀린말은 아닐 것이다. 즉 이 말은 그 만큼 이시기에 대한 애환이 많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서구기독과학주의를 근대화의 이정표로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더욱더 이시기의 갈팡질찰하게 보였던 정책의 혼선들이 아쉽게만 보일지 모른다. 항상 역사에 가정이라는 없지만 만약 이 시기에 일본의 메이지유신보다 빨리 조선이 근대화를 적극 수용했다면 과연 이후의 역사는 어느 방향으로 흘러갔을까.... 하지만 역사는 이러한 가정으로 볼 수는 없는 것이다. 이 소설의 특징은 바로 이러한 가정을 외면해버렸다 정확히 말하자면 과거에 대한 가정 보다는 미래에 대한 바램이랄까 작가는 이 소설에 마지막에 <제국의 미래>라는 짧막한 내용으로 소설전반에 걸쳐서 자신이 추구한 플롯을 고스라히 담아내고 있다. 2040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당선된 재미교포 후손이 당선되고 중국땅에서도 조선족 후손이 총리로 선출되는등 전세계 주요국의 지도자가 한민족의 피가 면면히 흐르는 사람들 그야말로 제국의 힘을 발휘하게 된다. 물론 이러한 내용은 픽션일 뿐이다. 현실세계에서는 일어날 수 도 없는 일임을 작가뿐만 아니라 독자들도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면 왜 작가는 이러한 설정을 하였을까? 작가가 서두에서 밝혔듯이 고종에 대한 현대의 평가가 잘못되었다는 점에서 그 실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고종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상당히 냉정한편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조선왕조중 선조만큼이나 부정적으로 평가 받고 있다. 물론 이러한 부정적인 평가는 자신의 재위기간에 나라를 거들냈다는 점 그리고 왕후민씨와 아버지 대원군 사이에서 갈팡질팡했다는 점 무엇보다 망국의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고종은 역사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좀더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면 이러한 모든 멍에를 고종에게 짊어지게 하기에는 뭔가 석연치 않다는 점을 느낀다. 이미 조선이라는 나라는 정조의 죽음인해 뇌사상태에 빠진 시한부인생이나 다름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기간동안 몇몇 절호의 기회가 있긴 하였지만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에서 패러다임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던 당시 사회적 분위기에서 근대국가를 운운한다는 것 자체는 어쩌면 호모에렉투스에게 현생인류의 지적능력을 바라는 것 만큼이나 어마어마한 변혁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만큼 모든 역사적 책임을 고종에게 돌릴 수는 없는 것이다. 물론 고종에게 면죄부를 주자는 주장이 아니다라는 것은 알 것이다. 단지 작가가 설정한 내러티브는 지금같은 부정적인 시각으로 고종과 그 시대 그와 함께 했던 인물을 바라보자는 것이 아니다. 저자는 그 보다는 대한제국에 대한 미련이 많다 그래서 더 제국의 미래에 대한 자신만의 내러티브가 독자들 가슴에 와닿길 바라는 마음이 이 소설 전반에 묻어나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조선을 집어삼키고 대동아건설 일보직전에 무너진 일본은 아직도 천황이라는 존재를 정신적 지주로 받들고 있는 현실을 보면서 우리의 경우는 무엇인가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물론 그러한 정치적 제도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논지를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대한제국 황실들의 비참한 가족사를 보면서 과연 이들을 비판한 우리는 무엇했는가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가지게 한다. 대한제국의 비애는 그들 황실사의 비애만이 아니라 한민족 전체의 비애이기 때문에 더욱더 그런 것이다. 그 시대에는 소설에서 보았듯이 황제도 신민도 없었던 그야말로 이권다툼의 장이었기 때문이다. 민족이나 국가보다 개인의 사리사욕이 크게만 느껴졌던 시대였고 이러한 시대를 시의적절하게 활용했던 이들에게는 천운이었던 것이다. 이들에게 민족이나 국가는 뒷이야기였을 것이고 결국 망국의 책임은 지도자 한사람에게만 뒤집어 씌우기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당시를 살았던 모든일들의 책임이라고 봐야 더 타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와중에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수많은 애국지사들의 충정을 같이 싸잡아 매자는것은 결코 아니다. 단지 그동안 고종에 대한 평가가 너무 인색하지 않았나 하는 노파심일 뿐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