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와 규칙 - 스티븐 핑커가 들려주는 언어와 마음의 비밀 사이언스 마스터스 19
스티븐 핑커 지음, 김한영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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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이 출간된지 15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다윈이전부터 막연하게나마 진화론의 개념이 대두되긴 했지만 다윈의 종의 기원으로 인해 세상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이하게 된다. 농업혁명, 문자발명, 산업혁명등 인류역사를 뒤바꾼 거대한 패러다임들이 있었지만 진정한 인류역사의 새장을 연 혁명적 사고는 바로 다윈의 진화론일 것이다. 세상의 모든 사물과 이치를 신의 시각이 아닌 자연과 인간자체의 시각으로 바라보게 한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종교가 종교의 영역을 떠나 권력을 쟁취하면서 왜곡된 인간들의 사유는 암흑의 시대 중세를 거치면서 변하지 않는 진리였고 이 진리에 신이 아닌이상 인간으로서는 범접할 수 없는 절대적인 사유였던 것이다. 바로 이런 사유의 틀을 뒤흔든 혁명이 바로 진화론이었다. 지금처럼 진화론에 기반을 둔 과학적사고가 자연스럽게 여겨지는 우리들이지만 불과 150년전만 하더라도 아주 위험한 사유였던 것이다. 

그럼 다윈의 진화론의 어디까지 그 해석의 범위를 확장할 수 있을까? <단어와 규칙>은 바로 진화론에 근거를 둔 영역이 인간이 사용하는 언어와 단어에까지 미치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빈 서판>으로 국내에도 상당히 알려진 저자의 언어학에 대한 고찰서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다윈사고의 유추는 현대 생물학뿐만 아니라 언어학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진화론의 범위를 생물학분야에 한정되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그 범위를 확장하면 진화론으로 설명되지 않는 분야가 거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동안 창조론이나 지적설계론을 설파하고 있는 이들에게 언어학만큼 구미가 당기는 분야도 없었다. 인간은 어떻게 그 수많은 단어, 특히 영어의 경우 각종 시제와 그 시제에 따른 규칙형과 불규칙형, 단수의 복수화, 명사의 동사화등 설명할 수 없이 복잡한 체계를 인지하고 사용하는 것은 진화론자들의 주장과는 달리 지적설계자에 의해 설계된 시스템이 아니면 설명할 수 없다는 논리를 강조해 왔다. 이에 대한 진화론자들의 반박도 있어지만 그 논조가 강할 수 없었던 것 역시 사실이었다. 진화론의 가장 거대한 뼈대는 자연선택적 논리에 의한 일종의 규칙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개연성에 근거한 현상이 아닌 나름의 규칙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바로 이러한 규칙성이 단어에도 그대로 적용됨을 방대한 자료를 살펴보면서 단어의 규칙성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뇌과학의 발달로 인해 그동안 미지의 영역이었던 뇌관련 질환과 언어사용능력의 원인이 서서히 발켜지면서 단어는 일종의 패턴이라는 형식보다는 우리들 마음속의 사전에서 음운론, 형태론, 통사론, 의미론으로 일관되게 연결된 거대한 규칙에 의해 인지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고대영어와 현대영어를 비교할때 고대에 그토록 많았던 불규칙동사들이 현대에 이르러 급격하게 감소한(물론 비영어권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많게만 느껴지지만)원인을 일종의 자연도태로 볼 수 있고 좀 더 확장하여 이러한 불규칙동사를 규칙형의 돌연변이로 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동안 규칙과 불규칙을 분리하여 패턴적으로 인용해 사용해왔다는 패턴연상망 기억보다는 거대한 규칙형안에 불규칙이 존재했다는 규칙성을 보여주므로서 다윈사고의 확장이 그대로 적용됨을 다시한번 확인하여 준다. 

<단어와 규칙>은 언어학에 대한 진화론적 입장을 적용하여 진화라는 담론을 확장시키는데 기여를 하는 책이다. 물론 언어학적 전문지식이 없는 독자들에게는 상당히 난해한 내용임은 틀림없다. 특히 저자가 제시하는 방대한 영어 단어들 그리고 문화적 차이로 인한 그 번역의 이해등에 의해서 이해하기 만만치 않는 책이다. 하지만 거대한 줄기는 진화론에 그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면서 읽어가면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그동안 영어단어는 규칙형이든 비규칙형이든간에 암기형식으로만 인식했던 비영어권의 독자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저자가 제시하고 있는 영어단어들의 일종의 규칙성을 깨닫게 되면 새삼 죽어만 있었던 영어단어들이 살아있는 유기체로 인식하게 될 것이다. 모처럼 영어사전을 찾아가면서 읽어가면서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규칙은 생물계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생물학이던 언어학이던 규칙을 거슬리는것은 불편한 것이다. 결국 불편한 것은 어딘가 어색한 것이고 어색한 것은 자연의 선택에서 제외될 확률이 그 만큼 높은 것이다. 저자는 다윈사유의 유추를 통해서 우리가 여전히 혁명적인 패러다임속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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