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우리역사
信太一郞 지음, 이종윤 옮김 / 삼국시대사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세계사를 고찰하여 특이한 국가관계가 지속적으로 존속하는 경우가 왕왕있다. 그중에서도 韓日양국가처럼 복잡하고 특별한 케이스는 드물 것이다. 지리적으로 근거리에 위치하고 언어학적이나 문화, 인종적인 유사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결코 융화될 수 없는 민족적 정체성이 두드러지는 관계를 가지고 있는 양국은 그 차이점만큼이나 물리적인 거리감이 멀게만 느껴지는 것 역시 특별한 경우일 것이다. 임진왜란, 일제감정기, 한국전쟁등 우리에게 생각조차 하기 싫은 역사적 배경들은 상대방인 일본에게는 절호의 찬스였듯이 양국은 동일한 역사적 관점을 각각의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고 그러한 시각은 영원히 맞닿을 수 없는 평행선상을 달리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출간된 <또 하나의 우리역사>는 일본의 역사매니아가 쓴 한일역사통사로서 양국간의 역사적 시각에 대한 많은점을 시사하고 있다. 오히려 전문역사학자가 저술한 역사서가 아니기 때문에 더 주목할 필요성이 있는듯 하다. 역사에 좀더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일반인의 시각으로 바라본 한일간의 역사가 학계에서 바라보는 역사보다 더 대중적이면서도 일반인들의 역사관을 정확하게 반영할 수 도 있기 때문이다. 

우선 전반적인 내용으로 보아서 우리에게는 상당히 충격적인 서술형태를 볼 수 있다. 이말은 마치 이 책의 저자가 만일 한국인이었다면 과연 어떠한 반향을 불러왔을까라는 점이다. 우선 예상할 수 있는 반응은 韓民族중심의 국수주의적인 역사해석으로 일고의 가치도 없다라는 일본학계의 반응이 먼저 떠오르고, 다음은 어렵사리 아픈상처를 보듬고 출발하고 있는 양국간의 부스럼을 키우는 꼴이며 역사적 고증이 확실하지 않는 사실을 과대포장하고 있다는 국내학계의 반응일 것이다. 그 만큼 일본인으로 이렇게 서술할 수 있을까라는 점에 사뭇 호김심이 발동할 만큼 저자의 역사시각이 진보적이다. 물론 우리는 저자가 진보적인 것이 아니고 이제야 역사적 진실을 깨닫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동안 일본내의 역사관에 비추어보는 정말 신선한 충격 그 자체이다. 

다음으로 저자의  각별한 노력이다. 비전문가이지만 전문가 못지 않는 역사연구에 대한 열정이 있었기에 전문가들이 보지 못한 역사의 이면을 제대로 보고 연구했다는 점이다. 아니 보지 않을려고 외면했던 면들을 제대로 보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삼국시대의 일본과 삼국과의 관계에서 중국과 삼국과의 관계등 그동안 정설에서 외면했던 내용들을 조명하면서 양국간의 역사흐름을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일본인의 관점에서 한국사의 전반적인 견해는 마치 몸에 걸친 옷을 벗겨내는 부끄러움을 자아낼 만큼 애리한 면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해방이후 난장판이었던 시대를 나름의 논조로 해석하는 부분이 상당한 설득력을 갖고 있다. 

물론 저자가 조선시대를 李氏조선으로 인식하면서 당쟁에 대해서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는점등이 눈에 거슬리지만 이는 국내 강당학계의 역사인식에 비하면 조족지혈정도도 되지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저자의 이번 저서를 통해서 한일양국간의 역사관이 역사적 사실에 좀더 근접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이 가장 돋보인다. 그동안 우리는 일방적으로 문화경제적으로 혜택을 주었는데 배은망덕한 행위만 해왔다는 피해의식, 일본측은 그저 피해망상에 사로잡혀있다는 논리로 반박하는등 결말없는 양쪽의 메아리만 주고 받아왔지만 이번 책의 출간으로 인하여 양국간의 새로운 역사인식이 자리를 잡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 준다. 

일본의 역사왜곡과 그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우리강단학계의 역사인식에 반성의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런 일본이도 있었구나라는 생각보다 왜 우리는 이러지 못하는가라는 생각이 먼저들어 얼굴을 절로 붉히게 한다는 점을 소위전문가라고 말하는 이들은 잊지말아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양국의 일반대중들의 한쪽방향으로만 치우친 역사관의 재성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동북아 3국은 역사전쟁을 하고 있다. 어느쪽 주장이 옳고 잘못되었다는 점을 떠나서 동북아 3국의 진정한 발전이 무엇을 의미하며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희미하게나마 그 해답을 주고 있다. 역사라는 큰 강은 작은 지류들이 모여서 이루어진다. 하찮게 보이지만 이러한 지류가 역사를 이루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극히 소소한 개인적인 역사관으로 치부될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작은 지류가 모여모여 역사를 써가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