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27
잭 케루악 지음, 이만식 옮김 / 민음사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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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욱한 담배연기, 어두운 조명, 그리고 재즈와 재즈의 박자에 몸을 맡기는 낡은 청바지를 입고 있는 선남선녀들 영화 <에덴의 동쪽>은 시대의 반항아이자 자기 신념이 강한 제임스 딘이라는 불세출의 히이로를 탄생시켰다. 이렇게 재즈,청바지,제임스 딘은 당시를대변하는 문화적 코드이자 콘텐츠로서의 역활을 수행했다. 비록 세계2차대전을 승리로 이끈 미국이었지만 전후시대에 대한 사회 각층의 혼란스러운 시대적 상황과 개인들 특히 젊은층의 자기 정체성에 대한 끊임없는 갈구가 바로 비트문화라는 새로운 충격을 받아들이는데 주저하지 않았던 것이다.  

잭 케루악의 <길 위에서>는 리듬 앤 블루스(R&B), 재즈, 마리화나, 구속받지 않는 섹스 그리고 자유로운 삶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다. 소설속 화자인 셀 파라다이스는 작가 자신의 현화이고 그의 평생친구였던 닐 캐시디는 딘 모리아티로 현화시켰다. 소설속 화자인 셀과 그의 나이 어린친구이자 정신적 지주 역활을 했던 딘과 미국 대륙을 東에서 西로 그리고 南에서 北으로 히치하이크를 통해 여행하면서 겪게 되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 그리고 그들의 삶과 그 삶에 배여있는 우울, 희망을 보여주고 있는 미국이 대표적인 비트문학의 선구작품의 반열에 올라있다.

작가는 전후 미국사회의 상반된 즉 극단적인 사회적 현상을 작가의 눈과 자신의 직접적인 체험을 통해서 실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전쟁특수로 인한 부유층의 증가와 그와 상반된 늘어나는 거리의 불랑아층 그리고 이쪽 저쪽에서도 소속감을 찾질 못하는 전후 세대 젊은층의 분출적인 욕구를 <길 위에서>라는 작품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잭 케루악의 비트문학은 1955년 개막한 <에덴의 동쪽>의 제임스 딘을 통해서 당시 미국 젊은층의 변화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그대로 보여준다. 자립심이 강하면서도 그 어떠한 상황에 타협하기를 거부하고 자기만의 삶을 추구하는 새로운 젊은층의 탄생을 작가는 미리 경험했고 그 경험을 그대로 활자화 했던 것이다. 그러나 <길 위에서>에 나오는 인물들의 방탕함과 무절제(물론 기존 기성세대 입장에서는 그렇게 보였을 것이다)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무질서나 무절제속에는 나름의 규칙과 질서가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그들의 이해하기 힘든 삶 또한 우정과 사랑으로 집약된다고 볼 수 있다. 작가는 미국대륙을 횡단하면서 길 위에서 그 절망과 고독을 느끼면서도 희망이라는 끈을 단 한번도 놓칠 않고 있다. 
 

길이라는 의미가 갖고 있는 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현화적인 의미를 내포하면서도 동시에 실증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인간의 교통수단으로서 의미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으로서의 의미등 우리 인간들은 이렇듯 길에 대한 많은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길 자체에 유독 집착하기도 한다. 임제선사는 길 위에서 부처를 만나거든 부처를 죽여라는 아주 극단적인 선문답을 던졌다. 서산대사는 눈덮인 길을 걸어갈때 더욱더 조심하라고 했다. 뒤에 따라 오는 이들이 자신이 걸어갔던 발자국을 보고 오기 때문에 더더욱 첫 발을 조심스럽게 내딛어야 한다고 했다. 우리가 길을 걸으면서 길 위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삶을 만나게 된다. 그러나 결국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이정표는 그 누구도 제시해주지 않으며 역시 어느 누구의 길을 따라 걸어갈 수 도 없는 것이다. 삶에 종착역에 이르는 길은 수만가지가 있을 것이다. 어떻게 자신만의 길을 찾고 그 길을 따라 걸어가야 하는 판단은 자신만의 몫일수 밖에 없는 것이다.

▣ <길 위에서>는 대략 3여년 동안의 자신의 삶을 찾아 떠나는 기난긴 여정이다. 그 기간동안 셀과 딘은 같은 길 위에서 같은 길을 따라 걸어가면서도 서로 다른 희망과 삶의 목표를 향해 끊임없는 고뇌와 방황을 하지만 결국 모든 것을 길 위에서 찾게 된다. <길 위에서>는 1950년을 전후한 미국 전후세대 젊은층의 아노미같은 공황상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배경자체가 미국전역을 다루고 있어 소설을 따라 동반여행한다는 느낌을 불러오기도 한다. 히치하이크방식의 여행에서 보여주는 짜릿함과 고단함 그리고 한순간 분출하고 좌절하기도 하는 살아있는 젊음을 느낄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비단 문화적 차이는 존재하지만 누구나 한번쯤은 꿈꾸는 삶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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