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민음사 모던 클래식 4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2001년 9월 11일 우리에게 9.11테러라고 알려진 끔찍한 일이 발생했다. 팍스 아메리카나의 시대에 세계의 중심이자 선도국가라고 자타가가 공인했던 미국의 심장부에 난데없는 자살테러로 인하여 세계를 공포와 경악의 도가니속으로 빠져들었다. 가족과 친지와 연인과의 평화롭고 행복했던 밤을 보내고 각자의 일터로 출근해서 간단한 커피타임을 가지기도 전에 세상은 한줄기 섬광과 그리고 이어진 암흑, 절규, 생과사의 갈림길로 나뉘게 되었다. 사랑하는 연인을 잃고, 부모를 잃고 자식을 잃고 친구를 잃었다. 민족국간의 선전포고로 인하여 발생한 전쟁이라는 개념이 아닌 어느날 느닷없이 삶의 모든것을 잃어버렸다. 자신들의 의지와는 아무런 상관없이 말이다. 너무나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이라 죽음에 대한 공포나 두려움도 없이 한순간에 쓰나미처럼 모든것을 휩쓸어가벼렸다. 그리고 이제는 남겨진 이들에게 지울수 없는 상처만이 가슴한곳에 덩그러니 남겨놓은 채로...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은 바로 9.11테러를 다룬 작품이다. 세계무역센타에 회의가 있어 이른 아침에 나간 아빠 그리고 등교하자마자 집으로 달려와서 부재중 메세지속의 아빠 목소리를 듣고 그저 멍하니 있을 수 밖에 없었던 오스카, 시간이 흘러 텅빈 관만을 매장할 수 밖에 없었던 아빠의 장례식 그리고 어느날 아빠의 서재에서 발견한 알수 없는 정체불명의 메모와 남겨진 열쇠 하나의 비밀과 아빠의 흔적을 찾아 나서는 어린 주인공 오스카 셀의 여정을 통해서 서서히 사랑하는 아빠를 잃어버린 상처를 극복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물론 이러한 내러티브만 담고 있다면 다소 싱거울 수 있을 것이지만 작가는 오스카 셀의 알려지지 않은 할아버지에 대한 내러티브를 추가함으로써 시대를 뛰어넘는 새로운 또 하나의 플롯으로 작품전반을 통찰해가고 있다. 세계2차대전의 와중에서 사랑하는 가족, 연인 그리고 아직 세상에 태어나지도 못한 자신의 아이를 잃어버리고 그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세상과의 인연을 끊어버린 할아버지와 자신의 언니의 연인인 할아버지를 남편으로 받아들인 할머니의 숨겨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반적으로 이런 플롯은 외상후 스트레스증후군을 앓아가는 남겨진 이들에게 그저 슬픔과 증오만이 남겨지기 마련이지만 작가는 아홉살의 천재적 기질을 지닌 오스카라를 주인공으로 삼으면서 비극을 유쾌한 흥분과 그러면서도 한없은 슬픔을 자아내게 한다. 아빠가 남긴 흔적을 찾아서 뉴욕시 전체를 마치 탐정이 수사를 진행하듯이 한사람씩 찾아가면서 아빠가 혹시라도 남긴 흔적을 되집어 보는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여러명의 블랙을 통해서 기쁨과 슬픔 그리고 삶의 의미를 알아가게 된다. 어쩌면 아빠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서 홀로 남겨질 자신의 아들에게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편주를 남겨놓은 것인지도 모른다. 이 작품은 두명의 아들과 두명의 아버지 결국 3대의 걸치 가족사를 다루고 있지만 서로 다른 입장을 보여주면서도 또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세계2차대전과 9.11이라는 참사를 통해 한 아버지는 세상과의 소통을 스스로 단절시켜 버렸고 그리고 다른 아버지는 끊임없는 소통을 남겨두고 있다. 그렇다고 전혀 상반되는 아버지만을 표현하는 것은 아니다. 비록 한 아버지는 남겨둔 아들에게 전하지는 못했지만 끊없는 자신의 이야기를 편지로 남겼고 다른 아버지는 아들에게 자신이 받지 못하 아버지의 정을 죽어서라도 전하고 싶었던 차이밖에는 없다. 결국 남겨진 이 두사람은 아들과 아버지의 흔적을 결국 텅빈 관에 고스란히 남겨두게 된다. 할아버지는 아들에 대한 미안함 손자는 아빠에 대한 그리움을 그날 밤 아빠의 묘지에서 텅빈 관을 열고 미안함과 그리움을 고스란히 묻고 일어서게 된다.

이처럼 작가는 전쟁과 테러라는 끔직한 트라우마를 통해서 치유될 수 없을 것만 같은 마음의 상처를 극복하는 과정을 요란스럽지 않게 그러면서도 하나하나 섬세하게 마치 모노드라마 같은 전개를 통해서 독자들에게 고스란히 아픔의 깊이를 전달해 주고 있다. 특히 타이포 그래픽 형식을 빌러 문자나 글자로는 표현하기 힘든 감정의 깊이를 표현함으로서 작품을 읽는 이들로 하여금 감정의 카타르시스를 스스로 발견하게 하고 스스로 각자의 감정에 빠져들게 한다는 점이 돋보인다. 마지막 무역센타에서 뛰어내리는 사람의 사진을 거꾸로 나열함으로써 그날의 일이 사진의 전개처럼 거꾸로 흘러갔으면 하는 애달프고 간절한 마음이 배어나와 보는 이로 하여금 표현하기 힘든 슬픔을 자아내게 한다.  

▣ 작가는 9.11테러라는 비극적인 일은 결코 단 한번도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 않다. 왜 발생했으면 이후에 어떻게 대응했는가라는 그리고 또다른 공포인 세계2차대전에 관해서도 어떠한 정치적 입장을 표명하기를 거부하고 있다. 단지 이러한 비극적인 일로 인해 발생하는 개인적인 극히 개인적인 관점에 촛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플롯을 통해서 작가는 개인적이지만 한층 더 심오한 슬픔과 이별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 어떠한 제도적 해설보다 개인의 삶에 촛점을 맞춤으로서 진정한 슬픔과 그 상처를 치유해가는 인간의 삶을 통해서 정치적의미를 희석시키고자 하는 숨겨진 의도를 보여준다고 할까...

남겨진 이들에게 자신을 떠난 사람들의 의미는 그 어떠한 정치적 제도적 의미를 부여하더라도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서 여실히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그저 상호간의 소통에서 이런 제도적인 의미는 별 의미가 없는 것이다. 어쩌면 이러한 개인적인 소통과 화해만이 우리가 형식적으로 부여하는 제도적 정치적의미의 화해를 진정으로 넘어설 수 있게 하는 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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