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전쟁, 한국경제의 기회와 위험 - 잘못된 5대 금융상식과 5대 금융명제
신장섭 지음 / 청림출판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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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굴지의 경제연구소, 한국은행, 정부, 그리고 IMF에서 내년 한국경제성장율을 예상보다 높이 책정했다는 보도가 슬슬 흘러나오고 있다. 이제 불황의 바닥을 쳤다. 유동성확장에 대한 준비로서 이제는 출구전략 검토를 운운하던 우리 경제에 지난주 엄습한 두발이發 쇼크는 또다시 국내 금융시장을 아노미상태로 몰아넣어 버렸고 일반 개미투자자들은 다시 한번 긴 한숨을 뱉어내야 했다. 미국발 세계금융위기라는 거대한 쓰나미를 힘들게 넘어가고 있는 상태에서 또 다시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물론 그 여타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정부와 연구기관의 전망치가 나오지만 IMF위기때나 이번 세계금융위기때도 똑같은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해서 들어야만 했던 우리에게 어디가 그 끝인지에 대해서 정말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IMF권고와 워싱턴 컨센서스가 주창한 글로벌 스탠다드를 이 세상 어느 국가보다 충실하게 모범을 보인 대한민국으로서는 이번 세계금융위기에서 또다시 처참한 패배를 당했다. 도대체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금융시스템을 가져와 10년가까이 학습하고 외환보유고 역시 세계6위를 기록할 만큼 풍부했다고 자부했던 우리에겐 더할 나위없는 낭패감과 좌절감을 안겨주었다.

그럼 도대체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IMF위기는 우리를 비롯한 몇몇 국가의 국소적인 원인으로 그리고 당시 IMF를 비롯한 서구선진국들의 표현처럼 낙후되고 경직된 금융시스템과 제조업을 비롯한 산업전반에 대한 과도한 투자로 인하여 우리가 자처한 결과라고 한다면 이후 IMF의 처방전과 선진산업국의 선진기법 금융시스템과 금융시장을 한치의 속임 없이 활짝 열어 재쳐 자유화를 실천했는데도 이번 금융위기에서 영국과 브라질처럼 몇 안되는 이중고(경제침체+외환위기)를 겪고 있으니 더욱더 환장할 노릇임에 틀림없다. 그러면 선진금융시스템을 받아 들인 우리에게 문제가 있던지 아니면 선진금융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금융전쟁 한국경제의 기회와 위험>은 <한국경제 패러다임을 바꿔라>로 IMF위기에 대한 남다른 이론을 주장해서 주목을 받았던 싱가폴국립대 신장섭교수의 또다른 역작이다. 저자가 지난번 저서에서 IMF위기의 원인과 그 대처방안에 대한 논증에서 볼 수 있듯이 결국 금융주권을 포기한 결과가 얼마나 비참하게 다가오는지에 대해서 다시 한번 더 우리의 환기를 일깨우고 있다. 저자는 그동안 정사(정설)로 여겨져 온 5가지 명제에 대해서 조목조목 그 반증을 하면서 결국 워싱턴 컨센서스에 의거한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허상에 대해서 강도높은 비판과 그 대응방안에 대해서 논거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금융시스템이라는 도그마가 제시한 펀더멘틀의 강화 그리고 자유로운 금융거래를 통한 펀더멘틀의 강화만이 제2의 IMF를 겪지 않는 유일한 대안으로 인식한 우리는 그동안 금융자유화를 세계 어느 나라보다 더 충실하게 이행해왔다. IMF의 권고대로 금융기관의 BIS강화, 국영기업의 민영화, 자유환율변동제 도입등을 통해서 우리는 슬기롭게 IMF위기를 조속한 시일내에 벋어 나고 서서히 정상적인 궤도에 진입했다. 또한 국제적인 위상에서도 G7에는 미치지 못하나 G20이라는 중심국의 위치로까지 올라섰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적 체질적 개선으로 우리는 선진국 반열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음을 다시금 보여주었던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조차 그 규제의 범위에 유통성을 가지는 BIS기준을 오히려 12%대로 상향함으로써 국내경제를 더 혼란으로 빠트리고 세계6위라는 외환보유고를 가지고서도 환율방어를 하지 못하여 환치기보험 형식으로 가입한 키코(KIKO)로 인한 막대한 피해를 가져오면서 우리는 그야말로 이번 금융위기 피해자중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된 것이다. 한번도 아니고 두번을 이렇게 당하다 보면 이제는 그런 금융시스템자체에 대한 재 검토가 있어야 하지만 아직까지도 정책입안자들이나 일부 관련 전문가들은 워싱턴 컨세서스에 의한 글로벌 스탠다드를 신주단지 모시듯이 하고 있는것이 현실이다.  

사실 이번 금융위기에서 그다지 피해를 적게 본 국가들(중국,인도,싱가폴등)의 면모를 보면 물론 강력한 내수시장의 바탕이 있었던 점도 있지만 나름대로의 금융정책에 있어서 자주권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중국이나 싱가폴의 경우가 그 대표적인 실례이다. 바스킷환율제도와 금융의 규제를 통해서 외환보유고와 적절한 환율유지로 이번 금융위기를 최소화 하였던 것이다. 이에 반해 우리는 이러한 조절시스템을 포기함으로써 그 어떠한 조치를 할 수 없었고 급기야 스왑이라는 극단적인 조치와 미국의 IB은행(투자은행)들의 국유화라는 극단적인 처방을 통해서 어느 정도 진정국면을 맞이할만큼 우리 독자적인 조치의 약발은 전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 만큼 우리는 우리 경제에 대한 칼자루를 쥐지 못했던 것이다.

이번 금융위기는 우리를 비롯한 세계에 많은 점을 던져주고 있다. 그동안 신앙처럼 믿었던 글로벌 스탠다드는 없었다는 점 아니 한마디로 말해 글로벌 스탠다드는 선진국만의 제도였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를 IMF극복사례로 글로벌 스탠다를 강조했던 점 자체가 모순이었다는 것을 다시한번 각인시켜 주는 것이다. IMF구제금융을 받은 나라치고 향후 경제발전에 성공한 사례가 대한민국이외는 없다는 점이 바로 IMF가 제시한 글로벌 스탠다드가 문제가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우리의 잘못으로 인하여 IMF위기를 맞이했고 그리고 친철한 IMF씨의 올바른 가르침에 따라 위기를 탈출했다고 믿는 것이 정설로 남아있다. 하지만 이는 100%맞는 말이 아니다. 단기외환부채의 급증과 일부 해외 투기세력의 외환유출로 인해 IMF위기를 맞이했다고 하면 너무나 큰 음모론에 동조하는 것일까? IMF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도 그동안 과잉투자했다는 기업들의 기반이 있었기에 실물경제의 회복속도가 탄력을 받았다고 하면 이것 역시 음모론으로 몰아붙일 수 있을까? 물론 IMF위기는 이러한 음모론과 우리의 경제정책 실패에서 온 요인이었다. 하지만 그네들이 강조한 글로벌 스탠다드를 수용한 지금의 금융위기는 또한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그저 운이 없다고만 해야 하겠는가?

저자는 이러한 논거들에 의거해서 향후 우리 금융의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제도주의 학파의 입장에서 그 해결책을 각 나라의 역사와 제도를 중시하고 이를 중심으로 경제전반에 걸친 현상을 풀어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주장한다. 이는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개념이 유일한 것이 아니라 다양성에 기인한다는 입장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금융주권에 관해서는 시장에 맡겨두는 것보다 정부가 직접적으로 강력하게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례로 현재 아시아에서 자유변동환율제를 도입한 나라는 일본과 필리핀 그리고 대한민국 이렇게 3나라 밖에 없다. 일본이야 선진국이다는 논리 그리고 필리핀이야 미국의 제2중대라는 개념 그러면 남는 대한민국은 무엇인가? 물론 그동안 시행해 왔던 제도를 하루아침에 바꾸기도 만만치 않을 것이고 선진산업국들의 눈치보 봐야겠지만 미래를 봐서라도 금융주권의 회복은 필요한 것이다. 글러벌 스탠다드라는 것은 우리가 이미 확인했듯이 선진산업국의 입맛에 따라 바뀔 수 있는 것이다. 필요에 따라 국유화도 하고 달러도 맘껏 찍어내고 이런것이 바로 글러벌 스탠다드의 실체인 것이다. 다만 그동안 우리는 글로벌 스탠다드의 이면을 제대로 보지 못했던 것이다. 그 이면은 자기들의 입맛에 맞게 차려진 밥상에서 한줌의 힘들임도 없이 식사를 하는 것이었다. 나머지 설겆이는 우리가 해왔던 것이고. 

이제 두번의 비싼 수업료를 지불하고 터득한 진리는 다름아닌 우리나라 제도와 환경에 맞는 금융정책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결국 총성없는 전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실탄을 축적해야 하는 것이고 이 실탄을 지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탄을 지키기 위해선 우리만의 통제가 가능한 시스템이 이었야 하는 것이다. 앞으로도 이번 금융위기같은 파도는 언제든지 올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그 파도를 시의 적절하게 이용하여 타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이번처럼 또 한번 그 파도에 휘말리게 되면 정말 회생불가능할 지도 모르는 일이다. 갈수록 파생금융상품과 각종 펀드주의 그리고 금융에 대한 공격들은 거세질 것이다. 이러한 때 국부를 지킬수 있는 칼자루를 우리가 쥘 것인지 아니면 아예 남에게 맡겨야 할 것인지 이제 그 해답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해야할 때가 온 것이다. 앞으로 이런 데자뷰가 오지 않는다는 법은 없기 때문에 더욱더 우리에게 맞는 제도와 정책을 캐취업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우리 속담에 구더기 무서워서 장못담그랴는 말이 있다. 결국 장맛은 구더기의 숫자를 최소한으로 줄이것이라는 단순한 논리를 생각하면 우리 금융정책에 산재하는 구더기를 줄여나가는 수 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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