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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포스 Olympos
댄 시먼스 지음, 김수연 옮김 / 베가북스 / 2009년 9월
평점 :
얼마전 미우주항공국(NASA)에서 달에 물이 그것도 우리가 생각하는 양이상으로 존재하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그동안 아폴로 프로젝트와 마리너 프로젝트를 통해서 인류는 지구이외의 행성에 생명체의 흔적을 찾고자 부단히 노력했다. 가장 근접한 위성인 달에 최초로 인류의 족적을 새겼고 각종 데이타를 근거로 가장 확율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화성으로 많은 위성과 탐사 로봇을 착륙시키면서 또 다른 생명체를 찾기 위해 노력해 왔다. 물론 반대론적 입장에서는 인류의 숨겨진 야심이 또 다른 지구 식민화를 염원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우려를 낳고 있지만 이는 아마도 우주라는 대양에서 혹시 있을지 모를 인류를 닮은 생명체에 대한 본능적인 호기심이지 않을까 한다. 이러한 호기심은 SF라는 장르를 통해서 대리만족을 이끄는 분야로 발달했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SF물들이 쏟아져 나왔고 인간의 이러한 상상력은 서서히 공상이 아닌 실현단계에 이르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 반증이 바로 달에서 물이 발견되었고 혹시 아나 화성에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사실도 머지 않은 미래에 톱뉴스로 지면을 장식할지... <올림포스>는 흔히들 통칭하는 SF소설이다. 하지만 여타의 SF소설과는 스토리의 소재나 전재방식 그리고 전체적으로 작가가 추구하는 방식이 사뭇 다르다. 물론 세속적으로 시대적 배경은 아주 먼 시간적 정량화의 감을 잡기 힘든 40세기를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그 공간적인 배경(굳이 공간적으로 함축한다는 것 자체가 SF소설에서는 의미가 없지만)은 지구화된 화성, 그리고 미래의 지구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또한 마지막 현생인류의 후손이라 불릴만한 호켄베리박사와 고전인류,후기인류와 모라벡이라는 유기체등의 출현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데 결코 부족함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고전적인 SF소설의 요소들로 이 소설이 진행되었다면 아마도 그저그런 또 하나의 SF소설로 남았을 것이다. 작가가 각종 단체의 상을 수상했던 가장 큰 이유는 다름 아닌 아주 독특한 소재와의 조우일 것이다. 그것은 바로 신이라는 존재이다.
팩스로드와 프리팩스 그리고 QT를 통해서 공간적 제약을 뛰어넘어 자유자재로 공간이동 혹은 양자이동이 가능하고 자가복제와 다양한 검색기능을 갖추고 있는 40세기와 그리스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제우스를 비롯한 각종 신들 그리고 아킬레스, 오디세우스, 헥토르,파리스로 대변되는 트리이전쟁을 한데 묶어버린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이 바로 이 소설의 묘미인 것이다. 도무지 조화가 될 수 없을 것 같은 상이한 두가지의 존재를 찰떡궁합으로 탄생시킨 작가의 뛰어난 상상력과 제치있는 스토리 전개가 바로 이 소설의 방대한 분량을 금새 잊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곳곳에 담겨져 있는 영국의 대문호 세익스피어의 작품들을 통해서 SF소설과 문학작품 사이를 혼돈케 하기도 하고 우리가 알고 있는 그리스로마 신화와 트로이전쟁을 살짝 각색해 버려 소설을 읽는 동안 다시 신화와 트로이전쟁에 대해서 검색해보게 하는 등 작가로 하여금 여러종류의 책을 다시 펼처보게 하는 재미 또한 숨겨져 있다. 소설에서 보듯이 신화와 40세기 첨단과학이 과연 어떻게 조화가 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으나 달리 생각해 보면 우리가 알고 있고 알아왔던 모든 신화(그리스로마신화를 포함해서) 그 자체가 일종의 SF물이라고 보면 너무 비약적일까?
제우스의 번개, 변신술, 헤파이스토스의 제련술, 이카루스의 날개, 헬레오스의 하늘을 날으는 마차, 키르케의 마술 그리고 신들이 즐겨 먹고 마시는 넥타르와 암브로시아의 재생력은 지금 현재 과학의 힘으로 이루어졌고 향후 첨단과학의 대상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신화 그 자체가 다름아닌 신화를 창조했던 당시에 SF였고 지금도 SF으로 남아 있다고 하면 이런 발상자체 역시 상당히 SF적 공상에 지나지 않는가? 그래서 소설속의 공간이동이나 다양한 전투신보다 신화속의 신들의 힘을 약간더 업그레이드한 묘사가 오히려 더 흥미롭게 다가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소설의 가장 큰 이슈로 보이는 것은 다름아닌 신에 대한 생각의 전환일 것이다. 첨단과학의 발달로 인해 재생능력을 획득한 인간들의 신에 대한 생각과 태도(물론 40세기에 이르면 신이라는 개념 자체가 과연 존재할까 라는 생각도 들지만)를 고대 신화의 주인공인 아킬레스와 헥토를 통해서 신이 아닌 단지 복수의 대상으로 전략시켜 버렸다는 것이다. 이에 적극 호응이라도 하듯이 신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권력투쟁을 통해서 신이라는 자체를 스스로 부인해버리는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이러한 소재나 스토리전개가 여타의 SF장르의 작품들과는 상당한 차이점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시간 떼우기식으로 쉽게만 읽어나갈 만한 소설은 아닌 것 같다. 신화적인 머리와 SF적인 감각이 동시에 필요한 작품이다. 그래서 읽을수록 흥미를 더하는 작품이었던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