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도하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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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몸은 2/3가 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지구상에 생존하고 있는 거의 모든 생명체에게 물이라는 존재는 생명의 필수요소이다.
역시 한반도는 삼면이 물(바다)에 의해 감싸져 있는 형국이다. 우리주변 지천에 흔하디 흔하게 있는 것 또한 물이다. 그 투명도나 깨끗함을 떠나 물이라는 존재는 우리와 분리할 수 없는 또 다른 우리자신인지도 모르다. <공무도하>는 바로 이런 물의 이야기이다. 집중호우로 인해 침수되고 제방이 붕괴된 창야로 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는 서해안의 작은 갯펄인 해망의 이야기와 더불어 물로 끝을 맺는다. 등장인물들의 삶 또한 물과 관련지어진다. 해망에서 장철수와 바다밑 고철수거를 하는 베트남 여인 후에도 자신의 고향은 해망을 닮은 바닷가의 어촌이었고, 미호의 죽음으로 고향땅을 등진 방천석 역시 9대를 갯펄에서 살아온 바다 사나이였다.

또한 고향 청야을 등지고 해망에 새로운 둥지를 튼 장철수 또한 다시 물이 지천인 해망으로 삶의 연장선을 찾게 되고, 또한 불을 진압하기 위해 물을 쏟아 부었던 소방관 박옥출 역시 해망에서 새 삶을 영위하게 된다. 그리고 기자인 문정수 역시 이러한 인물들과 뒤 엉겨 물의 흔적을 찾아 다니게 된다. 온통 물과 관련된 이야기에서 작가는 과연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물은 언제나 같은 모습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물을 담기 위한 용기의 모양에 따라 그리고 물을 사용하는 용도에 따라 그 모습을 달리하게 마련이다. 특히 물이 휩쓸고 지난간 자리는 과거의 그 어떠한 기억도 깨끗하게 지워버린다. 청야의 저수지가 버람해서 장철수의 과거를 지워버렸고, 박옥출은 백화점화재 진화과정에서 자신의 범죄행위를 지워버렸고 방천석은 자식의 죽음을 개펄의 매립으로 지워버렸다.  

<공무도하>에 등장하는 각양각색의 인물들의 공통점은 바로 이렇게 자신만의 아픈 기억들을 물로 지워 버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매일 샤워를 한다. 우리 몸에 남아있는 더러움을 남김없이 덜어내기 위해 소설속 노목희가 자신의 생리혈을 씯어내기 위해 샤워를 하고 난뒤 몸에 나는 물냄새는 왠지 뒤끝이 남는 듯 하기만 하다. 몸의 더러움이 아닌 우리 삶속에 담겨져 있는 슬픔, 더러움 그리고 희망 역시 아무리 물로 씯어내더라도 그 흔적만큼은 여전히 남는다. 모든 것을 뒤로 하고 떠날 수 있으나 상처받은 영혼만은 결코 그렇게 할 수 없듯이 해망을 떠난 방천석이나 다시 창야로 돌아가는 장철수나 모든 것을 남기고 유학길에 오르는 노목희의 내면은 결코 자신들의 상처를 물로 씯어내지 못했던 것이다.
그 시퍼런 물을 건너 저편의 양안에 도달하면 나아지겠지라는 기대는 좀처럼 그 해답을 보여주질 않는다. 어찌보면 당초부터 물건너 저 편에는 그런곳이 없는 지도 모른다. 삶을 살아가는 우리 인생에 한두번쯤은 있을수 있는 일이 벌어져 버린 것처럼 모든 아픔과 상처를 물길에 따라 흘려보내더라도 우리에겐 항상 그 앙금은 남아 있기 때문이고 우리는 그 앙금을 작중 작가인 타이웨이 교수의 <시간의 넘어>라는 제목처럼 나마의 시간속 넘어에 남겨 두고 싶을 뿐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쉽게 손에 들고 또 속도감있게 읽어나간 작품이었지만 그 내용은 생각하면 할 수록 어려운 소설이다. 특히 <칼의 노래>나<남한산성>처럼 그의 역사소설에 익숙한 독자들이라면 또 한번 작가의 새로운 변신에 새로운 시각으로 다가가게 될 것 같다.
『公無渡河 公竟渡河, 墮河而死 當奈公何』 
"사랑하는 임이여! 물을 건너지 마오 임은 기어이 물을 건너시다, 물에 빠져 죽으니 이제 임을 어찌할거나"
물에 빠져 죽은 사랑하는 사람이나 그 사랑하는 사람을 품고간 물보다 더욱 가슴저린 것은 물과 함께 님을 떠나 버렸다고 그리고 모든게 다 끝나버렸다고 여기는 이쪽 편의 남아 있는 사람의 지워지지 않는 흔적같은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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