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의 한 다스 -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문화인류학, 개정판 지식여행자 7
요네하라 마리 지음, 이현진 옮김, 이현우 감수 / 마음산책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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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말중에 한 다스(물론 이 말은 일본어이다 영어로는 알다시피 dozen)는 12개라고 알고 있기 마련이고 여태까지 이런 개념은 변하지 않는 진리에 이르게 되었다. 하지만 한 다스가 12개가 아니라 13개라고 하면 어떨까? 여기 <마녀의 한 다스>는 바로 이러한 개념들을 훌쩍 뛰어넘는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즉 개념이 먼저냐 말이 먼저냐에 대한 이를테면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와 엇비슷한 이야기들로 넘처나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과학상식중(물론 일신교적 가치관으로 무장된 일부 인들은 아직도 받아들이지 않고 있지만) 지구가 태양을 돈다는 지동설은 보편타당성을 획득한 과학 진리중에 하나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의 내지는 진리들이 국가와 민족간에도 과연 적용될 수 있을까에 대한 작가의 예리한 성찰이 돋보이는 책이다. 사실 이 책의 저자인 요네하라 마리에 대해선 일식견이 없지만 그녀의 책을 접하면서 새로운 세계 특히 인류학적 관점에서 바라본 민족의 특징들을 자신의 주업무인 동시통역을 하면서 겪었던 에피소드를 통해서 인간내면의 세계를 접할 수 있는 좋은 계기로 다가오는 것 같다.

러시아에서 만난 일본인, 중국인, 일본에서의 중국인, 미국인, 조선인, 이탈리아에서 만난 중국인 기타 등등 다양한 환경속에서 다양한 민족들과 좌충우돌과정에서 그 민족(이 역시 전부다라고 규정할 수는 없지만)의 특성과 좀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인간만이 가지는 속성 그리고 남성과 여성의 세계를 이처럼 재미있게 풀어나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가지는 책이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인류학적으로 구분되는 민족이라는 개념의 특수성을 르네상스시대이후 쟁점이 되었던 지동설과 천동설의 충돌이 아닌 오직 천동설의 영역에서 바라보기 때문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즉 내가 바라보는 모든 관점은 본인 위주의 세상이라는 점이다. 흔히들 우리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차원에서 易地思之 즉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해봐라" 라는 말들을 많이 한다. 아마도 이는 특히 전혀 다른 문화권을 가진 이들에게는 한줄기 빛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비슷한 발음상의 차이로 어느쪽은 긍정적인 말이 될 수도 있지만 듣는 상대쪽에서는 엄청난 모욕이 될 수도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러한 발상자체가 또 다른 한편에서는 부자연스러울수도 있다는 것이 작가의 뜻이다. 더욱이 역사도 나라도 문화도 상이한 사람들끼리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한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무리가 따르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우리와 일본의 경우 같은 한자 문화권을 향유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네들과 우리들의 사고 시스템은 아무리 상대방의 배려차원에서 생각해도 멀기만 한 당신일 뿐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그럴바에는 상배방이 말을 그대로 하게 하고 나서 그 관점에 우리의 마음과 귀를 기울이는 것이 오히려 효과적인 대처방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얼핏 어페가 있는듯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수긍이 절로 가는 말이다. 우리 주변 시야를 좁게 가져가 보면 남녀관계에서 그 효과는 여실히 들어날 것이다. 상대방에 맞춘 언행보다는 상대방의 언행에 좀더 귀기울이는 것이 관계 진척에 오히려 도움이 될 것 같다.

러시아 동시통역사인 요네하라 마리는 동시통역이라는 특수한 업무를 수행하면서 만났던 수많은 나라와 민족 구성원들을 통해서 글로벌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많은 이정표를 제시해 주고 있다. 각각의 말고 개념이 다르듯이 역사와 문화가 이질적인 환경속에서 과연 어떻게 상대방에 한발자국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지에 대한 가볍지만 결코 가볍지 않는 이야기들을 쏟아내고 있다. 서두에서 말했듯이 한 다스가 12개라는 개념은 이제는 고정관념에 불과할 수 도 있는 것이다. 누구에게는 13개일 수도 있고 누구에게는 11개가 될 수 도 있다는 사실을 부정해서는 안될 것이다. 어차피 한 다스가 12개라는 사실은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에 잠시 편의를 위한 방편일 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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