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의 일상에서 리더십을 읽다 - 원칙과 소신의 리더, 이순신의 삶과 꿈
김헌식 지음 / 평민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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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를 대표하는 위인을 떠올리게 되면 아마도 세손가락안에 드는 인물이 바로 충무공 이순신일것이다. 그만큼 우리 한민족에게 이순신의 이미지는 깊이 각인되어 있다. 특히 현대에 들어 정권의 정당성 강화 차원에서 다소 왜곡되게 부각된 부분도 있지만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전달되고 각인된 이순신의 이미지는 이제 하나의 정형화된 틀로써 깊이 그것도 아주 깊이 우리들의 뇌리에 박혀있다. 어린시절 위인전에서 막연하게 그려지는 영웅이라는 이미지는 성인이 되면서부터는 한민족의 아킬레스건이라고 할 수 있는 일제감정기 능욕의 역사의 뒤풀이 과정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그래서 역사적인 이순신은 존재해도 인간적인 이순신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몇해전 김훈의 <칼의 노래>와 TV역사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을 통해서 그동안 공적인 측면에 치우친 그의 존재성에 대한 새로운 시도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지금도 우리는 광화문 사거리에서 내려다 보고 있는 그의 동상를 보면서 일촉즉발의 위기에서 나라를 구한 성웅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순신의 일상에서 리더십을 읽다>는 이렇게 부지불식간에 우리의 뇌리속에 자리잡고 있는 성웅 이순신의 영웅성보다는 그의 일상을 통해서 새로운 인간적인 이순신을 만나게 되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우리가 알고있듯이 7년전쟁 기간동안 이순신의 전투는 세계사를 통틀어도 유래를 찾기 힘든 100%의 승률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일본의 도고제독은 이순신을 전쟁의 신이라고 숭배했을 정도로 가히 그는 전쟁의 신이라는 칭호를 받고 있다. 물론 이순신의 화려한 승률이면에는 철저한 전략과 정보분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점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과 정보분석을 가능케 한 이면에 인간적인 이순신의 면은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흔히들 영웅만들기에 동원되는 수법이 공적인 공과에 치중해서 개인적인 삶마저도 왜곡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경우가 많다. 이런면에서 보면 우리의 이순신 역시 자신의 개인적인 삶이 너무도 많이 부풀려지고 왜곡되었다는 것이다. 강인한 영웅의 모습이 아닌 극히 평볌한 한 가장으로서 그리고 나라의 녹을 먹는 신하로서 다른 이들과 다를것이 없다는 점은 우리가 만든 영웅의 이미지에 너무나 어울리지 않기 때문에 외면되고 사장되었던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이순신의 평가에 대해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분명 이순신을 영웅이라고 지칭하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단지 그가 왜 영웅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 7년전쟁을 승리로 끝내고 우국충정의 대의로 초개같이 목숨을 던졌기 때문이 아닌 그 역시 일반인과 다름없는 평범성을 가지고 있었지만 자신의 약점과 장점을 최대한 아울러 가장 효과적인 리더십을 발휘했기 때문에 우리는 영웅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논지이다. 영웅은 역사라는 기회가 만든다고 하지만 그런 기회를 제대로 포착해서 내것으로 만들 수 있는 자만이 영웅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이순신은 우리가 알고 있듯이 과거에 장원으로 급제하지도 못했고 그의 관직생활역시 파면과 좌천등의 질곡을 겪으면서 순탄하지도 못했다. 또한 집안의 가세역시 몰락한 양반으로서 당시 철저한 신분주의 제도에서 별다른 어드밴티지를 누리지도 못했고, 전략상 동반자적 입장에 놓였던 원균과도 불화가 많았고 임금인 선조로부터 주목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상황이었지만 이순신은 이런 상황를 극복하고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했다는 점을 오히려 더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범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는 주변상황을 극복해나가는 그만의 인생철학이 결국 7년전쟁을 맞이하여 빛을 발했던 것이다.  

충무공행장이나 난중일기 그리고 징비록등의 역사적 기록을 보게 되더라도 이순신의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면들을 수없이 많이 접하게 된다. 성웅을 떠나서 이순신 역시 우리와 같은 질투와 애정 그리고 번민에 둘러쌓인 평범한 사람이었다. 단지 그는 이러한 삶을 나름대로 즐기면서 슬기롭게 대처해 나갔다는 점이 우리와 다르다면 다른 점이다. 그래서 영웅와 범인은 어찌보면 종이 한장 차이일 수 도 있지만 그 한장의 종이가 위대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바로 영웅들의 삶의 대처방식이기 때문일것이다.

그동안 이순신에 대한 평가는 너무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 낸 산물속에서 정형화되어 버린 경향이 있다. <천군>이라는 영화속에서 이순신으로 분한 박종훈이 거침없이 쌍소리를 하듯이 이순신 역시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는 극히 평범한 인간인 것이다. 자꾸 이순신을 성웅으로 만들기 시작하면 할 수록 이순신은 우리에게서 멀어져 가게 된다. 23전 23승이라는 100%의 놀라운 승률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전투를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한 그의 인간적인 고뇌가 더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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