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번 쯤은 박물관이나 아니면 TV다큐멘타리를 통해서 삼엽충이라는 고대생물에 대해서 들어보고 보아왔을 것이다. 삼엽충(三葉蟲; Trilobites) 그러니까 이 고대생물은 정확히 지금으로 부터 5억 4천만년전인 고생대 전기 캄브리아기에 우연히 출생(지금의 과학으론 그 진화단계를 정확히 규정하지 못하기 때문에)에서 약 2억 5천만년전인 고생대 후기 폐름기에 어느날 갑자기 사라진 고대생물이다. 우리가 자연사 박물관에서 접하는 삼엽충의 화석으로 보면 그 생김새도 독특하거니와 크기 또한 각양각색이다. 대충 일반인들의 짐작으로 수십종이 있지 않겠나 하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지금까지 화석이라는 타임캡술을 통해서 확인된 삼엽충의 종수는 자그만친 1만 5천여종이 넘는다. 아마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그 어떠한 생물보다도 방대한 가족력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솔직히 일반인들에게 고대생물에 대한 지식은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다. 비록 중생대에 지구를 점령했던 공룡을 제외하고는 그 이외의 고대생물들에겐 별 관심이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저자은 이른 고대생물의 전문가이다. 특히 삼엽충 연구에 30년이상을 매진하고 있는 이른바 삼엽충의 매니아이다. 어린시절 우연히 접하게 된 삼엽충의 화석에서 감흥을 받아 삼엽충을 사랑하게 되었다(저자의 표현). 그 만큼 삼엽충의 매력에 흠뻑 빠져든 것이다. 처음 책을 접하면서 약간은 당황했다 서문에서 부터 출발한 내용은 일종의 소설같은 뉘양스를 풍기면서 더욱더 읽는이로 하여금 과학서적인지 에세이인지 그 경계를 명확히 구분지을수 없었으나 책을 더 읽을수록 역시 전문가의 논지가 제대로 표현되고 있다. 이 책이 단지 딱딱한 과학적 지식을 독자들에게 전달한다면 상당히 읽기가 난해하고 정말 몇달을 읽어도 그 내용이 쉽게 와닿지 않을 것이다. 저자인 기처드 포티가 삼엽충을 연구하게된 동기가 삼엽충의 사랑에서 부터 출발했듯이 저자의 서술내용은 그야 말로 삼엽충 가족사를 대변하고 있듯이 아주 상세하게 그리고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하도록 한 부분이 확연히 들어난다. 서평을 통해서 삼엽충의 구조나 진화방식 그리고 생활환경에 대해선 논할 수 없지만. 단 하나 우리가 보기엔(지적이라고 생각하는 인간이) 정말 단순해 보이는 고대생물이 자그만치 3억년이라는 긴세월(인간의 역사로 보면 정말 어마어마한 시간적 개념임이 틀림없다)을 살아갔다는 것 자체가 경이 그 자체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공룡의 경우도 대략 2억년정도를 지구상에서 살았다. 삼엽충보다 더 진화했다고 하는 공룡도 말이다. 그 만큼 삼엽충은 끈질긴 생명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비록 폐름기에 가서 아직 그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이유로 전 지구상의 90%에 가까운 생명체가 갑자기 멸종하는 시기에 삼엽충도 지구상에서 사라지고 그 흔적은 이제 화석이라는 형태로 인간에 고슨란히 전달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전달해주는 삼엽충에 관한 지식은 정말 방대하고 상세하다. 삽화나 사진을 통해서 보는 삼엽충의 눈은 그야말로 지금도 살아있는 생명체를 보는듯한 착각을 주고 있다. 하지만 저자의 의도가 단지 삼엽충에 대한 지식을 일반인들에 널리 알리는데만 국한 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칼 세이건과 그의 아내 앤 드루얀의 공저인 <잊혀진 조상의 그림자>를 통해서 현생인류가 얼마나 많은 착각에 빠져 살아가고 있는가를 보여주듯이 저자의 의도 또한 이와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지구생명의 역사에서 고작 몇 퍼센트의 비중밖에 차지하고 있지 않는 인류가??이라는 메세지를 보내고 있다. 자그만치 3억년이라는 장구한 세월을 1만5천여종이라는 방대한 혈통을 가지고 지구를 호령했던 삼엽충이라는 생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의 가장 큰 의도는 이런 고대생물을 통해서 진정한 지구사랑에 있지 않나 싶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그 먼나먼 옛날 앞서간 생물들의 연장선에 놓여있는것이지 현생인류탄생이후 인류만의 지구로 남지 않는다는 경고를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세계 곳곳의 지층속에는 아직 발견되지 못한 삼엽충의 화석들이 수 없이 많을 것이다. 그들의 흔적은 다름 아닌 우리 인류의 거울인 셈이다. 언젠가 우리 인류도 화석이라는 형태로 인류뒤를 이를 생명체에게 전달될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