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없는 세상
앨런 와이즈먼 지음, 이한중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2일 후 : 뉴욕의 지하철역과 통로에 물이 들어차 통행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1년 후 : 무전 송수신탑의 경고등이 꺼지고 고압전선에 전류가 차단된다. 이렇게 되면 무멋보다도 고압전선에 부딪혀 매년 10억 마리씩 희생되던 새들이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나게 된다.
3년 후 : 난방이 중단됨에 따라 몇 해의 겨울을 거치며 갖가지 배관들이 얼어터진다. 내부가 수축과 팽창을 거듭하면서 건물이 손상된다. 도시의 따뜻한 환경에 살던 바퀴벌레들은 겨울을 한두 번 거치는 동안 멸종된다.
20년 후 : 고가도로를 지탱하던 강철기둥들이 물에 부식되면서 휘기 시작된다. 파나마운하가 막혀버리면서 남북 아메리카가 다시 합쳐진다. 우리가 즐겨 먹던 일반적인 밭작물들의 맛이 지금 같지 않은 야생종으로, 그러니까 인간의 입맛에 개량되기 전 상태로 돌아간다.
100년 후 : 지금 지구상에 남아 있는 코끼리들은 상아 때문에 죽임을 당하는 일이 없어지면서 개체수가 스무 배정도 늘어난다. 반면 너구리, 족제비, 여우 같은 포식자들은 인간이 남긴 생존력이 엄청나게 강한 고양이 등에 밀려 개체수가 오히려 줄어든다.
500년 후 : 알루미늄으로 된 식기세척기 부속과 스테인레스스틸로된 조리기구가 풀숲에 반쯤 덮인 채 있지만 그것들의 플라스틱 손잡이는 본체에서 떨어져 나왔어도 여전히 멀쩡하다.
1천년 후 : 뉴욕시에 남아 있던 돌담들은 결국 빙하에 무너지고 만다. 인간이 만든 인공구조물 가운데 이때까지 제대로 남아 있는 유일한 것은 영불해협의 해저터널뿐일 것이다.
3만 5천년 후 : 납이 마침내 토양에서 전부 씻겨나간다. 하지만 카드뮴이 씻겨나가전까지는 7만 5천년 세월이 걸린다.
1억 20만년 후 : 인류가 남긴 청동 조각품은 아직도 형태를 알아볼 수 있다.
30억년 후 : 우리가 상상하지 못할 모습이겠지만 갖자기 생명체가 여전히 지구상에 번성할 것이다.
50억년 후 : 죽어가는 태양이 내행생들을 다 감싸면서 지구는 불타버릴 것이다. 

인류라는 새로운 종이 지구에 출현한 역사는 지구 전 역사와 비교해 보면 1%남짓의 극히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는 미비한 종이다. 하지만 그런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는 생명체가 지구라는 행성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적은 지구역사를 통틀어 단 한번도 있지 않은 아주 특별한 일이다. 그 만큼 인류를 제외한 여타의 생명체에게 인류는 다름아닌 통제 불가능한 존재였고 잔인한 포식자였다. 인류가 등장하면서 고대 거대 포유류들은 그 자취를 감추었고 야생의 동물들은 야생성을 상실하고 인류에게 복종하면서 또 다른 자체 생명력을 유지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애완동물 내지는 인류의 먹거리를 해결해주는 가축이라는 형태로.  

<인간없는 세상>은 바로 우리 인간이 없는 세상의 지구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를 추론해 보는 책이다. 이 지구상에서 어느날 갑자기 인류가 흔적없이 살아진다면 지구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변할까? 서두와 책표지에서 볼 수 있듯이 인류를 제외한 모든 생명체가 환호성을 지를 것으로 보인다. 새들은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다닐 것이고 야생의 생명체는 그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갈 것이다. 특히 그동안 인간에 의해 야생성을 박탈당했던 동물들 역시 초기에는 다소 힘겨운 종의 사투를 해야하나 서서히 자연의 법칙에 동화되어 그 옛날 자신들 선조의 모습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인류가 남긴 지구상의 흔적들 역시 세월의 힘에 서서히 사라질 것이다. 

필자는 이 책을 통해서 인간이 사라지고 나면 어떤 세상이 올 것인가 그리고 그런 세상을 살아가는 다른 생명체는 어떨것인가라는 막연한 상상만을 펼쳐가는 내용만은 아니다. 또한 단지 지구상에서 인류가 사라져서 인간없는 세상이 되면 다른 생명체와 지구라는 행성자체가 인간이전의 동의 다양성이나 온전한 자연을 그대로 회복할 것이라는 다소 희망적인 메세지를 담고 있는 것도 아니다. 필자는 우리의 DMZ나 지중해 연안의 키프로스 섬을 통해서 장시간에 걸쳐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에서 새롭게 피어나는 생명체의 번성 보다 오히려 인간이 남긴 그 족적에 더 많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인류의 등장으로 지구라는 행성과 그 부속물은 인류에 의해 인류의 방식으로 리모델링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인간에 필요한 방식으로 인간의 이라는 종의 번식을 위해 지구자체가 변형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산물들은 각종 인공구조물에서 부터 시작하여 그동안 지구상에 단 한번이라도 등장하지 못했던 다양한 화학적 유전학적 변종들을 만들어 내면서 그 짧은 시간에 지구자체를 변화시켰다. 이러한 흔적들은 인간이 어느날 갑자기 지구상에서 살아지더라도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흔적들이 인간이 없어진 세상에 그다지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플라스틱을 비롯한 핵관련 폐기물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체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인류가 창조해낸 부수물은 어쩌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으로 남아있는 생명체에게 유산으로 남겨질지도 모른다. 

막연하게 인간없는 세상이 지구의 자정능력에 의해 원상복구 될 것이라는 생각자체가 기대감 뿐이라는것을 말해준다. 필자는 이 책을 통해서 이러한 막연한 기대감 보다는 좀더 적극적인 인류의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어차피 인류가 어느날 갑자기 살아질 확률은 거의 없다. 외부 행성의 충돌이나 지금처럼 갑자기 등장한 신종풀루등의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감염되더라도 결국 살아남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가장 강력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인류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류에게 남은 숙제는 무엇인가? 지금부터라도 늦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이미 늦었을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동안 인류가 출현해서 지금의 지구를 리모델링한 것처럼 앞으로도 인류에겐 지구를 리모델링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이상 우리는 새로운 지구를 재편해야 할 것이다. 또한 그러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 역시 인류이외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지구라는 행성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운명이라면 이제 다른 생명체들과 공존의 길을 모색해야 할때이다. 독불장군이 없듯이 인간만이 세상을 살아갈수 없다는 것은 누구보다더 잘 알고 있지 않는가. 인간없는 세상은 그리 좋아 보이질 않는다. 그 만큼 인간이 남긴 산물들은 인간을 제외하고는 통제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산물들을 고스란히 남겨두고 인간만 살아진다는 것 자체가 책임없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인간없는 세상은 인간도 상상하기 싫지만 여타 다른 생명체들도 그다지 반기지만은 않는다는 것이 많은 점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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