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 게바라의 홀쭉한 배낭
구광렬 지음 / 실천문학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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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 게바라의 훌쭉한 배낭>은 체가 쿠바혁명을 어느 정도 완성하고 또 다시 민중해방을 위하여 1965년 콩고에서 활동에서 1967년 볼리비아에서 생포되어 죽음을 당하기전 까지 그의 단출한 배당속에 남겨진 마지막 유품이라고 할 수 있는 한권의 색바랜 녹색 노트속에 담겨져 있는 시의 필사본에 관련된 공개되지 않는 체의 또 다른 면을 볼 수 있다. 그동안 일반대중에게 알려진 체의 또 다른 면을 볼 수 있는 의미있는 기획인 것 같다. 그동안 체의 이미지는 사실상 일반대중이나 혁명을 꿈꾸었던 이들에게 상당히 강렬하게 인식 되어왔다. 

혁명가라는 대의적인 담론으로 인해 체의 개인적인 면보다는 정치적인 행보에 보다 많은 시선들이 집중되어 왔고 항상 혁명과 민중해방이라는 거대한 담론으로 체를 인식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체에 대한 많은 연구가 있었지만 체가 부유한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나 순탄하고 보장된 삶을 포기하고 혁명가의 길을 걷게 된 동기를 의대시절 그의 친구인 알베르토와 그리고 그의 애마인 포데로사로 남미전역을 횡단하면서 자신의 두 눈으로 보고 느낀 인민들의 처참한 삶을 보면서 극적인 심적변화를 가져왔다는 것이 정설로 남아있다.  

하지만 체의 혁명가적 삶의 근원적인 태동이 사실은 어린시절에서 부터 기원했다는 반증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이 책의 또다른 논거이다. 어린시절부터 반정부적이고 민중적인 시인들의 시을 유달리 좋아했던 체에게는 어쩌면 그 때부터 혁명가적 사상이 머리속에 조금씩 자리잡게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가 쿠바 혁명기간은 물론이고 콩고와 체포되기전 볼리비아의 생사를 넘나드는 현장속에서도 이들 시를 사랑했고 항상 이들 시와 함께 했다는 점에서 체에게 시는 또 다른 혁명의 원동력이었던 것이다. 특히 체에게는 이러한 시들이 혁명의 정당성 내지는 필요성과 민중들의 고난을 감싸안는 뜨거운 심장을 갖게 했다고 볼 수 있다. 체가 좋아했던 세사르 바예호, 니콜라스 기옌, 파블로 네루다, 레온 펠리뻬은 당시 미국이 재편하고 있는 시대적 상황을 온몸으로 거부한 대표적인 시인들이었다. 체에게 이들의 시는 한줄기 빛과 같은 역활을 하면서 자신의 혁명전선에 위안과 힘을 실어준 동기가 되었다. 체가 얼마나 시를 사랑했는가는 그의 죽임 당시 발견된 초라한 배낭속에 들어있었던 이들 시인들의 시를 필사한 빛바랜 노트하나 말해준다. 생과 사를 넘나들었던 게릴라전투중에서도 체는 이들 시를 읽고 또 읽으면서 민중해방에 대한 자신의 소신과 희망을 굽히지 않았다. 

체가 사망한지 4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지만 오히려 그의 생전보다 오히려 더한 사랑을 받고 있다. 인종과 민족, 이데올로기를 넘어 체라는한 인간의 순수한 모습에 대한 애증의 반증일 것이다. 혁명이란 말과 행동이 일치할때 그 정당성과 당위성을 부여받게 된다. 이러한 면에서 보면 체는 그의 말에 대한 책임을 실천으로 옮긴 인물이다. 또한 쿠바혁명 성공이후 보장된 제2인자라는 후광을 훌훌털어버리고 새로운 민중해방을 위해서 콩고로 향했고 다시 마지막 항전이 된 볼리비아로 향했던 것이다. 체의 노트에 필사된 시들을 시간적으로 추적해 가면 마치 체 자신의 삶의 괘적을 보여주는 듯하다. 체는 이들 시를 통해서 자신 삶의 투영된 또 다른 모습을 봤을 것이다.  

진정한 혁명가는 인종적, 이론적 구분이 없다. 근대 일제감정기의 김산이 그랬던 것처럼 체 역시 혁명이라는 대의를 위해선 그 어떠한 곳이든간에 달려갔다. 그리고 체의 머리는 완벽한 혁명의 정신으로 무장하고 있었지만 그의 가슴은 시와 인민을 사랑하는 따뜻한 심장을 가진 아주 평범한 인격체였던 것이다. 그래서 체에게는 아직 혁명은 진행중에 있는 것이다. 이런면에서 보면 체의 이미지를 막연하게 상업화하고 있는 지금의 현실이 왠지 씁슬하게만 다가와서 더 그가 그리워 지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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