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쉿, 조용히! - 풋내기 사서의 좌충우돌 도서관 일기
스콧 더글러스 지음, 박수연 옮김 / 부키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역사적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인류는 문자를 발명하면서 지적인 풍유로움을 만끽하게 되었다. 문자의 발명은 말그대로 인류가 지니고 있는 사상을 통합적으로 그리고 체계적으로 혹은 효과적인 방법으로 후대에 전할 수 있는 혁명적인 발명이었고 이런 문자을 통해서 일련의 책이라는 형태의 기록물이 탄생하게 된다. 인류는 이러한 문자들의 집합체인 책을 보관하는 곳으로 도서관이라는 특별한 장소를 고안하게 되고 고대의 알렉산드리아의 대도서관은 인류의 지적집합체의 결실이었다. 이후 인간들은 명칭은 각양각색이지만 나름대로의 도서관을 운영했고 이러한 도서관은 일종의 특혜적인 산물이었다. 일반대중은 범절할 수 없는 권력층이나 특정 종교계급에의 해 독점되어 왔다. 그런면에서 지금의 도서관의 개념과는 사뭇 다른 숭고함이나 경외감이 있는 곳이 도서관이었다.
시민사회에 접어들면서 도서관의 기능은 이전 시대보다 다소 격하된 느낌을 가지고 있다. 학문연구나 정책토론의 장에서 단순한 소일거리, 밀린잠을 보충하는 곳으로 전락했다. 이런면에서 보는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도서관은 필요한 것인가에 대해서 한번쯤은 짚고 넘어갈 필요성이 있다. 단지 지식의 공유화 내지는 보편화의 증진 일반대중의 교양수준의 확대, 독서인구의 저변확대등의 높은 가치를 부여해서 도서관의 존재가치를 설명할 수 도 있겠지만 이미 지금의 시대에 도서관이외 이러한 지적 충족은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에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그러면 왜 국민이 내는 혈세로 사서들의 월급을 지급하면서 좋은 땅에 자리잡고 있는 도서관이 존재해야 하는 것일까?
<쉿, 조용히!>는 이런 의문에 대한 해답을 준다. 도서관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 그리고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 실마리를 던져 주고 있는 책이다. 어느날 갑자기 뜻하지 않게 시작한 도서관사서라는 직업을 통해서 필자가 바라본 도서관 밖에의 세상과 도서관내의 세상은 인류가 지속하는한 도서관이 왜 인류에게 필요한지를 말해 주고 있다. 일종의 필자 회고록의 형태이고 좌충우돌식의 가볍운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지만 지금도 도서관을 찾는 이들에게 시사하는 점이 많다.
우리가 책을 읽는다는 것은 필자와의 소통을 의미할 것이다. 인간이 문자를 발명한 가장 큰 필요성이 바로 소통이다. 문자을 통해서 문자를 층층이 쌓은 책을 통해서 우리는 타인과의 소통을 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고전을 읽으면서 옛선현들의 사상과 소통하고 공유하고 공감하는 것이다. 또한 책들의 집합체인 도서관에서 다양한 부류의 사상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소통의 역활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도서관은 우리에게 커뮤니티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책이 일대일 소통이라면 도서관은 이러한 개인들을 한데 모은 공동체적인 소통의 집합체이다. 도서관 이용자들이 공부를 하던, 신문을 보던, 책을 보던, 잠을 자던, 멍하니 앉아있던 간에 우리는 도서관이라는 장소를 통해서 거대한 커뮤니티속에 빠져들게 된다. 지금처럼 계층간의 차별화된 커뮤니티 세상속에서 계층간의 차별이 없는 곳은 아마도 공중화장실과 도서관이 유일한 공간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국가을 떠나서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지금 이시간에도 도서관에는 각양각색의 이용자들이 있다. 그들이 어떤 목적의식으로 가지고 도서관을 이용하던 간에 도서관은 모든이들에게 개방되어 있고 모든 사람들에게 싫던 좋던 커뮤니티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의 이야기는 도서관에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면서 책을 읽어라는 소리가 아니다. 또한 굳이 도서관이 책을 빌리고 읽는 장소가 아니라는 소리다. 도서관은 열려 있는 커뮤니티이다. 그냥 열려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 어떠한 소통의 제약을 받지 않는 곳이다. 인간이 책을 만들고 도서관을 만든것이지 책이나 도서관이 사람을 만든 것은 아니기 때문에 도서관과 책이라느 존재를 하나로 묶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다만 도서관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하나의 커뮤니티 공간으로서 존재할 뿐이다. 지금도 우리에게 도서관하면 왠지 무겁고 탐탁치 않은 존재로 다가온다. 도서관에 가면 조용히하고 책을 읽고 아주 작은 소리로 방해되지 않게 대화를 해야하는 공간으로만 인식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이런 저런 생각하지 말고 그냥 도서관에 가자. 가서 잠을 자던, 책을 보던간에 먼저 도서관과 열린 커뮤니티를 느끼는 것이 먼저인것 같다. 도서관은 항상 열려 있다. 다만 우리 마음이 열려 있지 않기 때문에 발걸음이 무거운것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