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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신상담 6 (반양장)
리선샹 지음, 하진이 옮김 / 휘닉스드림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그 어느 누구도 상상치 못한 대반격이 기다리고 있었다. 중국 역사상 전무후무한 과부의 개가, 봉건제의 기반인 토지의 개혁과 조세의 개혁, 자국민의 굶주림이라는 초강수를 두면서 구천은 와신상담이 무엇인지를 온 몸으로 보여 주기 시작한다. 단지 장작더미위에서 자면서 쓸개의 쓴맛을 보는 것이 와신상담이 아니라 진정한 와신상담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구천은 월나라와 자신이 처한 현실부터 인정하고 서서히 하지만 빈틈 없이 복수의 칼날을 갈아가기 시작한다. 범려를 통한 오충군(오나라에 충성하는 군대)을 통해 병사들의 현장경험을 높이고 오나라 부차에게 철저히 굴복하면서 내실을 다져 나가게 된다. 부차는 결국 만고의 충신인 오자서를 제거하고 북벌을 감행하지만 결국 구천과 범려가 쳐 놓은 덫속으로 깊숙이 깊숙히 들어오게 된다.
춘추오패의 구천은 와신상담을 딛고서 결국 오나라를 멸하고 패업을 달성하게 되고 범려는 과업이 달성된 때에 자신의 사랑 서시를 찾아서 모든것을 훌훌 떨치고서 떠난다. 춘추말기는 이렇게 구천에 의해서 평정된다.
와신상담의 주인공인 월나라의 구천의 이야기는 대략 20여년 정도의 세월을 다룬 역사 소설이다. 정사에 의하면 구천의 와신상담보다는 부차의 패악으로 인해 자멸하는 쪽에 무게 중심이 두고 있다. 특히 서시라는 미인계에 의해 오나라가 망하는 것으로 사관들은 평가를 하고 있다. 하지만 본 소설에서는 서시의 역활은 그리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구천이 겪었던 좌절과 패배 그리고 그 패배를 현실로 받아들이고 다시 일어나는 과정을 주로 그리고 있다. 와신상담의 진정한 의미를 보여 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합려를 춘추오패라는 반열에 올려놓은 오자서, 그리고 향후 책사들의 바이블이 된 범려 하지만 무엇보다 이러한 좌절과 패배를 자신의 숭고한 이상으로 승화시킨 구천이 주인공인 것이다. 무엇이 진정한 승리인지 구천을 통해서 느낄 수 있게 한다.
이 소설은 드라마로 방영되다 보니 돋보이는 점은 마치 드라마의 한 컷을 보는 듯한 소설의 구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삼국지나 초한지를 접한 독자들이 느끼듯이 만연체를 동반한 다소 긴 문장에 지루함을 느꼈겠지만 이 소설은 정말 깔끔하다. 그래서 읽어나가는 속도감을 느끼게 한다. 그렇다고 내용이 부실하거나 작가의 생각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러한 구성이 더 소설속으로 빠져 들게 하는 매력이 있다. 또한 우리가 삼국지나 초한지를 읽으면서 느끼듯이 중국만의 특색을 보여준다. 일종의 대범함과 관용에 대한 포장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마지막 장면인 구천과 부차가 마차를 같이 타면서 나누는 대화는 그 어떠한 면보다 중국만의 관용과 웅대함을 보여 주는 장면이다. 아마도 이 책을 읽고 드라마를 다시 본다면 그 재미가 한 층 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중국의 춘추시대는 구천이나 부차처럼 그나마 대의라는 개념이 살아 있었던 시대였다. 오월 춘추를 지나 전국시대에 들어서면 그야말로 중국땅은 난장판이 된다. 주왕실에 대한 대의라는 개념는 살아지고 약육강식의 그저 먹고 먹히는 시대로 접어 들기 때문이다. 아마도 작가는 마지막 남은 중국만의 자존심을 구천에게서 발견했던 것 같다. 비록 패자로 그려지지만 부차의 담대함 역시 대단하다. 또한 부차와 범려로 부터 진정한 사랑을 받는 서시 또한 그 어떤 여인보다 행복한 여인이었을 것이다.
와신상담, 토사구팽, 어복장검등의 고사성어로만 우리에게 다가 왔던 오월춘추시대 이렇게 소설로 만나는 오월춘추시대는 또다른 재미를 독자들에게 선사하고 있다. 진정한 좌절과 패배의 맛을 느끼게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