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신상담 5 (반양장)
리선샹 지음, 하진이 옮김 / 휘닉스드림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초산전투의 패배로 인한 구천의 험난한 여정은 그야 말로 좌절과 패배를 뼈저리게 느끼게 한다. 오나라 상국 오자서의 두차례에 걸친 살인계획을 무사히 벗어나지만 이런 외부적인 좌절의 맛 보다 구천 자신 스스로의 좌절의 진정한 맛은 아직 느끼게 하지 못한다. 월나라는 문종을 위시로한 구천 탈출 계획의 하나로 서시와 정단을 비롯한 미인계를 실행하게 되고 문종과 범려사이에 눈에 보이지 않는 갈등을 나타내게 한다. 구천은 결국 우여곡절 끝에 꿈에도 그리는 고향 월나라로 이송된다. 3년여의 오나라 죄인생활을 청산하고 부차의 배려로 다시 월나라 왕으로 돌아오게 된다.  

작가는 구천의 월나라 귀향으로 그동안의 좌절과 패배를 어느 정도 종식 시키고 이제 서서히 반격의 실마리를 찾지 않을까 하는 독자들의 상상력에 찬물을 뿌린다. 진정한 좌절과 패배는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점을 말하고 있다. 구천이 오나라에서 노부생활을 하면서 부차의 강압과 협박 그리고 오자서의 살인계획을 넘기면서도 끝까지 굴하지 않는 점은 결국 구천 스스로 좌절과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게의 경우 이러한 구천의 불굴의 의지를 높이 평가하겠지만 작가의 의도는 여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좌절과 패배는 자신 스스로 느껴야만 그 의미를 알 수 있다는 듯이 구천으로 하여금 결국에는 상분(변의 맛을 보아 건강 상태를 파악하게 하는 행위)을 통하여 정말 좌절의 참 맛을 구천이 느끼게 하고 있다. 구천은 상분을 통하여 굴욕감 보다는 좌절이라는 현실을 자신의 온몸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그동안 자신과 조국 월나라 그리고 자신을 지켜주면서 따르던 왕비와 신화들 때문이라도 꺽이지 않는 모습을 보여 주었던 구천이 스스로 무너져 내린다. 그져 무너져 내린다는 표현이 아닌 철저히 망가지는 모습이다. 부차를 비롯한 오나라 대신들 마져 놀랄정도로 구천은 스스로를 낮추고 자학한다. 구천은 그동안의 좌절과 패배는 진정한 것이 아니기라도 하듯이 철저하게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 현실을 온몸으로 보여준다. 패배와 좌절을 인정하지 않는 현실은 그져 허울좋은 자기 합리화일 뿐이라고 여기면서... 보통의 경우 좌절과 패배라는 쓴맛을 보게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반성을 하고 심기일전하지만 그것은 어찌 보면 자기 합리화의 과정일 뿐이다. 결국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다시 한번 혹은 더 크게 좌절과 패배를 당하게 된다.  

작가는 구천을 통해 좌절과 패배를 음미하는 절대 기준을 보여 주기라도 하듯이 철저하게 패배를 온몸으로 느끼게 한다. 구천을 통한 좌절과 패배의 참 맛은 이러한 현실을 통한 새로운 발판을 마련하는 계기를 보여 주는 것이다. 형식상의 일보전진을 위한 이보 후퇴가 아니라 이보 후퇴가 없이는 절대로 단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음을 보여 준다. 

또한 작가는 그동안 구천의 좌절과 패배를 정치적이고 남성중심적으로 전개했던 방식에서 영웅의 심리적 요소을 뛰어넘어 평범한 일개 필부의 심리적 변화를 보여준다. 선왕의 후궁인 당려의 사랑을 보면서 자신속에 숨겨져 있었던 평범한 진리를 터득하게 된다. 패권을 향한 대의 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인간 본연의 심성임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구천은 대전이 아닌 마구간에서 침식을 하면서 서서히 복수의 칼날을 세운다. 하지만 구천의 복수가 부차와 오나라를 향한 복수가 아닌 구천 자신의 좌절과 패배에 대한 복수인 것이다. 마치 자신을 정복하지 않고선 그 어떠한 것도 정복할 수 없음을 보여주기라도 하듯이...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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