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와신상담 4 (반양장)
리선샹 지음, 하진이 옮김 / 휘닉스드림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초산전투에서 대패한 구천은 자신의 왕비와 범려를 포함한 신하들과 함께 악명 높은 오나라의 고소대의 대 감옥에 갇히는 신세로 전락하게 된다. 오자서는 여전히 구천을 살려두는 부차의 행동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구천 살인계획을 은밀히 진행하지만 실패로 끝나게 된다. 하지만 오자서는 여전히 구천을 죽인데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구천은 부차의 굴욕을 거부하고 버틴다. 한편 범려는 제신들의 의혹을 눈길에게 불구하고 구천을 살릴 방법을 왕비 아어와 의논하여 부차의 북진정책 야욕에 불을 당긴다.
구천이라는 인물에게 주어지는 좌절과 패배를 쓴맛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첫번째 기정 사실화 되었던 왕위 계승에서 쓴잔을 마시고 취리전투로 화려하게 개선하지만 다시 초산에서의 패배와 영원한 맞수 부차에게 노비로 끌려오면서 구천은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인생을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오나라 고소대의 대 감옥에서의 좌절은 전쟁의 패배보다 더 한 굴욕감을 가져온다. 작가는 진정한 좌절과 패배가 무엇인가를 구천을 통해서 보여주고자 한다. 전쟁의 패배보다 더 가슴아픈 좌절은 자신이 아끼고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지 못하고 자신의 눈앞에서 그들의 죽음을 지켜보거나 굴욕을 당하는 것을 묵묵히 바라만 봐야 하는 심정만큼 큰 좌절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구천의 눈앞에서 하나씩 죽어나가는 그 죽음 또한 너무나 잔인하게 죽어 나가는 제신들을 보면서 좌절의 참 맛을 음미하게 한다. 더구나 왕비인 아어의 몸을 받친 헌신은 구천으로 하여금 더이상의 굴욕과 좌절은 없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
하지만 구천이 누구인가? 춘추시대를 풍미한 오패중의 영웅이 아니던가, 작가는 진정한 와신상담의 참 맛을 느끼게 하면서 또한 구천으로 부터 반드시 살아남아야 하는 당위성을 부여한다. 아내가 몸까지 받치면서 자신을 살려내려는 의도를 진정으로 조금씩 터득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진정한 좌절과 패배를 아는 자만이 삶의 고단함과 삶의 의미를 터득할 수 있음을 작가는 구천의 고난을 통해서 말해 주고 있다.
구천의 오른팔인 범려는 사마천의 사기열전에서 특이한 인물로 등장한다. 초나라 출신으로 월나라 구천에 등용되어 취리전투를 승리로 이끌지만 부차에 패배하여 구천과 함께 오나라 노부의 신세가 된다. 이후 구천과 함께 월나라로 돌아와 서시를 통한 미인계로 월나라를 멸망 시키지만 결국 그는 구천의 곁을 떠난다. 박수칠때 떠나라는 말이 있듯이 그나 월나라를 떠나면서 그의 지기 문종에게 했던 유명한 고사가 바로 토사구팽이다. 범려는 구천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떠났고 토사구팽을 피했다. 그리고 월나라를 떠나 제나라로 가서는 상업에 종사하여 거부가 된다. 화식열전을 보면 범려는 그 당시 유통,물류경제를 정확히 파악했던 것 같다. 유통을 통해서 거대한 부를 축척했지만 범려는 그 부를 만인들에게 나누어 준 범상치 않는 인물이다. 또한 중국 4대미인으로 알려진 서시와의 러브 스토리 또한 두고 두고 사람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작가는 구천의 좌절과 패배를 현실화 시키는데 범려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추상적인 좌절의 개념이 아닌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좌절의 맛을 범려의 애리한 현실판단으로 구천에게 각인 시키고 있다. 구천의 좌절과 패배는 끝은 아직까지 보이질 않고 그 고단한 여정은 계속된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