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전쟁 - 종교에 미래는 있는가?
신재식 외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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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 망상에 시달리면 정신 이상이라고 한다. 그러나 다수가 이런 망상에 시달리면 정신 이상이 아니라 종교라고 한다" 는 말이 있듯이 우리가 살아 가고 있는 이 세상에 절반을 훌쩍 넘은 숫자의 인간들이 어떠한 형태로 간에 이 종교라는 것을 가지고 있다. 또한 종교의 최정점에 있는 "신" 이라는 존재의 유무에 대해서 굳건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 그 신의 형태가 절대적 초월자의 지위를 가지고 있던 인격성을 띠고 있던 유일신이던 가리지 않고 말이다. 이처럼 종교의 기원은 광대한 넓이 만큼이나 역사적 기원 또한 인류 탄생과 맥을 같이 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 형태의 고등 종교가 아니더라도 인간은 선사시대부터 절대적 초월자에 대한 믿음을 종교형태이던 개인적인 위안의 형태이던 인류발전과 동일한 선상에서 지켜오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 사회적 맥락에서 종교는 우리 인간에게 알게 모르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부인할 수 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19세기에 들어오면서 바로 이 종교에 대한 믿음에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했다. 다름 아닌 다윈의 출현과 진화론의 대두로 인해 신에 대한 그리고 신과 인간과 종교에 대한 불변의 법칙이 허물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이러한 다윈주의는 그동안 종교적 담론에 빛을 보지 못한 과학주의를 전면으로 부상시켰다. 산업혁명과 그로 인한 부의 폭발은 바로 합리적 사고와 과학적인 철학을 요구하게 되었고 근대화라는 패러다임속에서 은근히 슬쩍 과학의 손을 들어주게 된 형국이다.     


다윈의 진화론이 세상에 빛을 보면서 과학과 종교는 그야말로 피할 수 없는 맞짱 뜨기에 들어 갔다고 할 수 있다. 과학진영에서는 신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면서 모든 자연의 법칙을 과학적 논리로 설명했고 근대화라는 뒤배경을 엎고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해 왔다. 한편 종교진영은 수천년 동안 이어온 기득권을 상실하지 않기 위해 온갖 파렴치한 전략을 동원해서 과학진영에 맞서오고 있다. 결국 양 진영의 논리를 마치 기찻길 처럼 마주보면서도 서로에게 손을 내밀지 않고 그 끝이 보이지 않는 영원한 평행선을 걸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면에서 이번 <종교전쟁>은 과학과 종교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서 각기 다른 입장을 가진 과학 철학자, 신학자, 종교학자 3인의 과학과 종교에 대한 담론을 담고 있는 책이다.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으로 시작된 과학과 종교의 불꽃티는 공방전을 그저 서구사회의 현상으로만 받아들였던 우리에게 이번 <종교전쟁>의 의미는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과학과 종교의 양진영의 목소리들 한꺼번에 들을 수 있는 얼마되지 않는 좋은 기회라고 보여 진다.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견해가 아닌 양쪽의 입장과 견해를 살펴 보면서 과학과 종교라는 물과 기름 같은 존재들의 화합을 엿볼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제3자적인 종교학자의 가세로 과학과 종교를 거리를 두고 음미해 볼 수 있는 보너스를 주고 있다.  

그동안 과학진영의 전사인 도킨스의 담론에 익숙해져 있는 독자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좋은 서적으로 보인다. 창조 vs 진화라는 거대한 담론의 진위성을 뛰어 넘어 좀더 폭넓은 의미에서 과학과 종교의 동거를 알 수 있는 기회인 것 같다. 이번 책은 바로 과학적 정의나 종교적 진리의 진위에 대해서 논하는 자리가 아니다. 그동안 양측진영의 공방을 통해서 우리는 이러한 진위에 대한 논거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어찌보면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시점에서 창조론과 진화론에 대한 진위여부에 대해서 그 시시비비를 굳이 가려야 할까라는 점에도 의구심이 드는 것이다. 그것 보다는 우리에게 더 중요한 담론은 과학과 종교의 근원적인 이해와 양진영의 패러다임과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가는 것이 오히려 건설적인 논의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러면에서 <종교전쟁>은 독자들에게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다고 본다. 종교를 정신 바이러스의 일종이라고 생각하는 과학 철학자의 눈에 비치는 종교는 그야말로 도킨스의 집단적 망상에 불과 할 것이고, 신학자의 입장에서 본 과학은 그야말로 신성모독일 수 밖에는 없는 탕아일 뿐이다. 하지만 이러한 양측의 절대적인 논거를 재확인하지는 측면보다는 과학이 종교를 바라보는 시각, 그리고 종교가 과학을 받아들이는 시각에 대한 일대 변혁이 와야 한다는 공통된 견해에서 출발했다고 할 수 있다. 그래도 양진영을 대표하는 전문가의 입장을 개진하다보니 쏠림현상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종교학자인 김윤성 교수의 제3자적인 견해에서 양측진영을 질타하고 한편으로 아우르는 논거가 이번 책을 더 돋보이게 하는 것 같다.  

유물론적 진화론을 견지한 극히 개인적인 입장에서 한국기독교의 실상에 대한 토론 부분에서 장대익 교수의 손을 들어주고 싶은 심정이 절로 들었지만 이 책의 출간 의도가 어느 진영의 일방적인 판정승을 끌어내는 제로섬 게임 매치는 아니기 때문에 신재식 교수의 반대논거 또한 많은 부분에서 수긍이 가는 점이 있다. 종교를 위한 종교, 과학을 위한 과학이라는 이분법적인 사고에 익숙한 독자들에게 과학과 종교가 상생할 수 있는 계기 마련에 일조를 하는 책임에 분명하다. 양측의 담론이 일방통행이 되어서는 결국 그 어떠한 담론도 지지를 받지 못한다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다. 그동안 양진영은 서로의 담론에 대해서 극과 극을 달리고 있고 서로의 견지를 묵살하고 있다. 에드워드 윌슨의 <생명의 편지>에서 과학과 종교가 화해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나마도 어느 쪽의 견해가 주가 되는냐에 대한 논거로 유명무실해진 형편이다. 하지만 이러한 작은 시도가 양측 진영의 화해의 밑거름이 될 것은 틀림 없는 사실이다. 지금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과학과 종교의 진정한 화해와 협력이다. 이 양측진영의 대결은 모든 인류에게 해악만을 가져다 줄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한 것이다. 이러한 때에 <종교전쟁>은 양측의 화해 가능성을 내비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과학적 담론인 보편타당성을 종교에도 적용해야 하고 종교적 담론인 사랑,평화을 과학에 적용 한다면 분명 일류의 한발짝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그동안 일방적인 담론을 담고 있는 서적에 비해서 양측의 입장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인것 같다. 특히 그동안 과학과 종교의 담론이 서구를 중심으로 전개되어 왔던 점에서 한국 기독교의 창조vs진화 논쟁을 엿볼수 있는 기회가 된 점이 눈에 띄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한국 사회도 이번 계기로 인해 좀더 성숙된 토론의 장이 마련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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