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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나라 사람들 - 목욕탕에서 발가벗겨진 세상과 나
신병근 지음 / 시대의창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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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많은 메세지를 던져 주는 책이다. <탕나라 사람들>은 우리모두가 자주 찾아가는 목욕탕을 소재로 삶에 대한 무거운 화두를 아주 재치있게 던지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의 연륜이 짧다는 점이 오히려 더 정확한 시각으로 삶을 바라보고 가감 없이 보여주는 목욕탕속에서의 우리의 삶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우리가 목욕탕을 찾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지금이야 단순히 목욕한다는 개념을 뛰어 넘어 휴식과 재충전의 계기가 될 수 있는 복합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목욕탕의 근본적인 목적은 변함이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 근본적인 목적은 다름아닌 우리 몸의 묵은 더러운 때를 벗겨내고 아주 깨끗한 몸으로 재 탄생하기 위함일 것이다.


우스개 소리로 목욕탕을 갔다 오면 땟깔이 좋다라는 말이 있다. 그 만큼 육신의 더러운 때를 벗겨내고 나면 태초에 순결했던 모습이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는 목욕을 마치고 나오면서 상쾌함을 느낀다. 절로 기분이 한결 좋아 지면서 마치 불가에서 말하는 세속의 연을 털고 열반의 세계로 접어드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마련이다.
어릴적 가장 싫은 것이 목욕탕가는 것이였다. 아마도 이점은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해봤을 것이다. 지금와서 곰곰히 생각해보면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목욕탕에 빼기고 온다는 생각 때문에 그러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나 자신의 나신을 남에게 고슨란히 보여 줘야 한다는 것이 왠지 수치심을 자극했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복합적인 생각들로 인해 목욕탕은 그리 유쾌한 공간이라고 할 수 도 없는 것이다.

그럼 왜 이제 와서 다시 목욕탕이야기인가?
저자의 의도는 아마도 목욕탕 만큼 만민이 평등한 출발점에서 출발할 수 있는 곳이 없기 때문에 목욕탕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나 싶다. 물론 지금이야 때밀이나 피부관리등의 신종직업으로 인해 평등한 출발점이라고 보기에 약간은 무리가 가기도 하지만, 크게 봐서 목욕탕에서는 권력의 높낮이나 부의 대소를 떠나 누구나 실오라기 하나 걸칠 수 없다는 점에서 만인이 평등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때을 스스로 밀던 금전을 지불하고 밀던 간에 모두 때를 미는 것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우리는 목욕탕에 가서 때를 밀기만 해보았지 그 이상의 생각을 해보진 않았던 것 같다. 때란 다름 아닌 우리 육신의 욕망이나 허세같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겉모습의 이런 욕망은 말끔히 덜어내고 오면서 정작 우리 마음속의 때는 언제 밀었는지 기억조차 없는 것이다. 너무 도학적인 말이 될수도 있지만 결국 육신과 영혼이 때를 밀지 않고선 온전한 목욕을 했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예로부터 우리 인간은 목욕에 대한 특별한 의미를 두어왔다. 종교적인 행사나 의례를 지낼 때 목욕을 하면서 그 의미를 더 존중했고 지금도 집안의 재사를 받을땐 목욕을 한다. 바로 이점은 육신의 깨끗함만을 추고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육신과 영혼의 정화를 통해서 완전한 자아를 찾았던 것이다. 목욕이라는 행위가 갖고 있는 의미는 매우 깊고 심오하다고 할 수 있다. 단순히 몸의 때를 미는것이 아니라 마음속을 정화하는 것이 진정한 목욕의 의미인 것이다.

<탕나라 사람들>은 우리의 삶을 목욕탕이라는 작은 공간속으로 그대로 옮겨 놨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그림처럼 목욕탕 자체가 사람의 모습을 띄고 있는지도 모른다.
목욕을 하긴 위해서 우리 몸에 걸치고 있는 옷가지를 벗어 버리고 때를 밀어야 하듯이 우리의 삶 역시 이런 행위와 크게 다른바가 없은 것이다. 이제 몸과 마음속에 가득찬 욕망이라는 때를 벗어 던져야 할 때는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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