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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여성 상인 김만덕
윤수민 지음 / 창해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사실 김만덕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처음 접한 것은 KBS 한국사전을 통해서이다. 이 프로그램의 특징이 그동안 역사적으로 주목 받지 못한 인물에 대한 역사적 재조명을 취지로 하고 있었기에 상당히 흥미롭게 시청한 기억이 난다. 제주의 중개상인 김응열의 딸로 태어나 집안의 몰락으로 기녀라는 신분으로 지내다가 상업에 눈을 뜨고 재물을 모으기 시작한 김만덕은 당시 제주와 본토를 비롯한 대기근의 시기에 사재를 털어 진휼한 의녀로서 지금까지도 제주에서는 상당한 인물로 추앙받고 있는 인물이다.
역사서적이나 프로그램은 이러한 김만덕의 생을 조선 최초의 여성 CEO로 기억하고 있을 뿐이지만 이번 팩션은 김만덕의 생을 역사소설로 재탄생시켰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고 할 수 있겠다. 특히 그녀가 살았던 당시 제주에 대한 생활상을 재현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을 만하다. 지금이야 제주가 일일생활권에 속해 있다지만 그 당시만 하더라도 제주는 중앙정부의 손길이 제대로 미치지 못하는 곳이였고 물산이나 문화적인 면에서도 본토와 상당히 이질적인 곳이였다. 그래서 제주는 또 다른 조선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척박한 땅에서 한때 기안에 적을 올린적인 있는 여성의 신분으로 어느 누구도 감히 할 수 없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그녀의 삶은 아마 제주였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반문을 가지게 한다.
특히 이번 소설을 통해서 제주 특유의 방언과 잠녀들의 삶 그리고 제주의 주거문화등 제주에 대한 많은 지식을 얻게 되었다. 또한 기녀들의 삶을 세세히 알 수 있다는 보너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그동안 최명희의 혼불등에서 봐왔던 특유의 지방색 문화를 오랫만에 접하게 된 것 같다. 사실 지금의 시대에도 제주에 대해서는 관광이나 레저이외 다른 분야에 대해선 몰랐던 부분들이 많다. 하지만 이 한권의 소설로 많은 부분을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만덕이라는 여걸의 삶과 더불어 제주라는 지방의 지방색을 동시에 알 수 있는 기회인 것 같다.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머리속에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과 그리고 일반 백성들의 삶이 절로 그려진 것은 필자의 섬세한 묘사가 있어 가능했을 것이다. 물론 제주의 지방방언이나 고어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읽어나가는 속도감이 떨어 졌으나 한편으로는 이 소설의 장점이기도 하다. 미주나 낱말풀이를 찾아 읽어가면서 오히려 더 소설속의 현장을 빠져드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역사가 말하는 김만덕는 분명 위대한 인물이다. 하지만 그녀 역시 여성이었다는 점을 이 소설은 말해 주고 있다. 아마도 역사소설을 자주 찾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역사적 인물들의 삶을 픽션화 하면서 그들의 삶을 공유해볼 기회가 되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조선 최초의 여성 CEO,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어떤것인가를 보여준 인물, 신분적 한계를 극복한 여성등의 거대한 담론에 앞서 그녀 역시 사랑과 좌절과 고뇌 속에 일생을 살다간 한 인간이었다는 점을 알게 해주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