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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포성
바바라 터크먼 지음, 이원근 옮김 / 평민사 / 200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인류의 역사를 시계로 표현하면 1시간중 마지막 1분정도만 평화로운 시기였기 나머지 시간은 그야말로 전쟁의 세월이었다고 한다. 그만큼 인류와 전쟁은 불가분의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 아마도 이는 지구상에 존재했다가 명멸했거나 지금도 존재하고 있는 생명체중 동종을 공공연하게 말살하는 유일한 종이 인류이다. 어떤이는 인류의 역사는 전쟁으로 인해 발전을 했다는 궤변마저도 내세우고 있지만 전쟁의 참혹함은 그 어떠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8월의 포성>은 제1차 세계대전을 다룬 전쟁사이다. 특히 개전 1개월간의 전사를 다루었지만 마치 전쟁발발 당시 현장에 있는 착각을 일으킬 만큼 그 묘사가 실감나서 책을 읽다보면 픽션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저자인 바바라 터그먼여사는 자료에 대한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서술된 책으로 플리처상을 받은 정도로 팩트를 중심으로 서술된 역사서라고 봐야 할 것이다. 더욱 흥미롭고 공감이 가는 것은 1개월간의 전쟁사가 우리의 임진왜란이나 한국전쟁과 유사하게 전개되었다는 것이다. 이런점에서 내용은 방대하지만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는 책이다.
흔히들 1차 세계대전은 세르비아에서 터진 한발의 총성으로 시작되었다고 알고 있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그 전쟁의 기미는 감지되고 있었던 것이다. 마치 예정된 수순을 밟는것 처럼... 이 책의 특징중 하나가 바로 독일과 프랑스, 영국 그리고 러시아의 전쟁발발이전의 각국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그에 대응하는 각국 군부의 움직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어 전쟁은 불가피하게 전개될 수 밖에 없는 상황임을 암시하고 있다. 단지 세르비아의 총성은 전쟁을 위한 하나의 핑계거리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이분법적인 사고를 지양하고 있다. 그동안 전범으로 인식된 독일에 대한 편견이나 프랑스와 영국을 비롯한 연합국의 승전으로 인식된 전쟁결과에 대한 생각을 제고하게 한다. 이 전쟁은 결국 제국주의라는 유럽의 열강들의 공통된 분모에서 그 원인이 제공되었던 것이다. 제국주의라는 미명하에 세계각처에서 식민지 확보전쟁이 벌어지고 식민지 수탈을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에 편승된 전쟁이었던 것이다. 이런측면에서 다른 전쟁사에서 볼 수 없는 매력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우선 이 책은 교전국 당사자들이 전쟁을 준비하는 과정 그러니까 독일은 정복전략 프랑스와 영국은 반격의 전략을 상세히 제시함으로서 전쟁의 흐름을 파악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클라우제비츠라는 전쟁신을 필두로 하여 슐리펜의 의해 완성된 독일의 '칸네' 전략은 독일수뇌부의 확고부동한 전략으로 자리잡게 된다. 독일은 우익에 비중을 절대적인 비중을 두고 벨기에를 우회한 프랑스의 포위기동을 목표로 계획을 세웠고 프랑스는 '플렌 17' 이라는 전략을 통해 중앙부에 그 비중을 두어 전쟁발발시에 돌격만이 최상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방침을 세우게 된다. 이 전략들은 실재 전쟁이 개시되면서 최초 1개월간 그 어떠한 흔들림없이 진행되었던 전략이었다. 저자는 이러한 전략이 작성되는 배경과 그에 따른 군부수뇌부와 정치권의 갈등을 보여주므로서 결국 독일의 일방적인 전쟁만은 아님었음을 암시한다.
또한 그동안 전범격인 독일장군들의 편하된 평가와 연합국장군들의 영웅적인 행동에 대한 이분법적인 사고에 대해서 많은 수정을 가하게 한다. 양국의 첫 1개월간의 전황을 보면 독일군부의 수뇌부들은 정말 명철한 판단과 투철한 의식속에서 전투를 지휘했고 그에 반에 연합국의 지휘관들은 마치 조선시대 임진왜란을 방불케하는 우유부단, 명령체계의 부적절과 지휘관의 상호불신속에서 전투를 지휘했다는 것이 들어나게 된다. 특히 양국 지휘관들이 심리상태묘사가 압권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의 저술관점은 제3자의 관점에서 그 어느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전쟁자체를 바라보았다는 점이 의미가 있다. 물론 전쟁속에서 자행된 민간에 대한 학살은 비난받아야 마땅하고 이에 대해선 저자 또한 실랄하게 비판을 가하고 있다. 특히 전장에서 정말 왜 전쟁을 해야하는지에 대해선 의미가 없었던 일반 장교나 사병들의 실상을 증언과 함께 제시하여 전쟁의 참혹함과 불필요함을 느끼게 한다. 그들은 하루빨리 수뇌부가 생각했던대로 전쟁이 끝나기만을 고대했던 것이다.
결국 이 전쟁은 마른전투를 기점으로 당초의 예상과는 달리 4년이라는 대장정에 이르게 된다. 이는 교전당사자들에게 지울수 없는 엄청난 상처만을 남기게 되고 전쟁결과 및 그 전후처리과정에서 또하나의 불씨를 남기게 된다. 그들이 주창했던 제국주의는 결국 죄없는 인민의 피로 이루어진 허상임이 드러났지만 그때까지도 그 진상을 외면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