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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파워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스마트파워위원회 엮음, 홍순식 옮김 / 삼인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권력(權力;POWER)을 막스 베버는 "행동을 실천에 옮기는 한 사람 또는 많은 사람이 다른 사람들의 저항을 받더라도 그 자신의 의지를 구현하기 위해서 갖는 기회"라고 했다. 인류라는 종이 지구상에 탄생하면서 부터 태생적으로 권력은 인간에게서 떨어질 수 없는 동반자 역활을 해왔다. 그 권력을 갖기 위해서 동원된 방법은 다양하다. 특히 그 중에 무력 즉 군사력을 동원한 전쟁이 대표적인 권력창출 및 권력유지의 도구로 활용되어 왔다. 이는 고대에서 중세를 거쳐 지금까지도 그 역활을 톡톡히 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군사력이나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한 경제력을 하드파워라고 하고 하드파워와 상반된 외교력이나 문화, 가치등을 소프트 파워라고 할 수 있다. 사실 그동안 그 어떠한 국가나 집단의 권력유지나 창출과정에서 보다 효과적이고 신속하게 권력창출에 기여한 부분이 바로 하드파워였다. 하드파워만큼 확실한 대안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역사에서 보여주었듯이 강력한 하드파워가 바탕이 된 경우가 쉽게 권력에 접근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계각국은 출혈을 감수하더라도 하드파워 육성에 열을 올렸다. 그 만큼 하드파워는 비싼 댓가를 지불하더라도 안전판 구실을 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이러한 하드파워의 성격은 강압적이고 일방적인 외교정책이나 동맹, 체제 및 원조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부분에서 제로섬게임을 원칙으로 해왔던 것이다. 동지가 아니면 적이라는 이분법적인 논리가 강요되었던 것이다. 바로 그 중심에 다름아닌 미국이라는 나라가 있었던 것이다. 세계양차대전을 거치면서 미국은 세계최강의 국가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특히 무어전쟁이후 역사의 뒷안길로 접어든 대영제국을 대신하여 세계경찰국가로서 부상하게 되었다. 특히 2차세계대전이후 굳어진 소련과의 냉전체제에서 자유의 신봉자로서 미국의 역활은 대단한 것이였다. 미소양진영의 대립은 다름아닌 소프트파워보다는 하드파워에 그 무게 중심이 실리게 되고 유지하게 된 원동력이 되었다. 비록 공산주의의 몰락으로 양대구도에서 1인구도로 그 역활분담이 변하였지만 미국의 하드파워에 대한 맹종은 지속되었다. 그 결과 9.11테러라는 획기적인 사태의 발생과 아프니카스탄과 이라크침공으로 미국은 하드파워의 실체를 여실히 보여준 사례가 되었다.
하지만 이러 미국의 하드파워 일변도의 정치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그동안 자유진영의 희망이자 세계경제의 엔진역활을 해왔다고 인식되는 미국에 대한 일탈이 표면화 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 계기가 바로 미국이 그토록 추종한 하드파워에 의해서 무너지기 시작했고 그 정점은 바로 부시정권에서 극대화되는 현실로 들어났던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반미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미국이 추진했던 신자유주의경제논리에 대한 의구심이 들면서 미국의 입지가 흔들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제 미국을 세계평화를 수호하는 세계경찰이라고 생각하는 나라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 만큼 미국이 취해왔던 하드파워논리가 무색하게 된 것이다.
오바마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이러한 맥락에서 스마트파워라는 것을 제시했다.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를 동시에 아우르는 스마트 파워만이 미국의 권위를 되살릴 수 있는 대안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일방주의에서 다자주의로 회귀, 세계 보건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와 네트워크 형성, 교육에 대한 투자, 미래 그린에너지에 개발 및 투자를 통해서 미국만이 아닌 전세계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스마트파워만이 대안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그럼 왜 미국은 지금의 경제위기상황에서도 이러한 범세계적인 프로젝트에 어마어마한 투자를 하는 것일까? 이유는 다름 아닌 세계패권국가의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이다. 에이즈 및 전염병 퇴치를 위한 보건 네트워크구성이나 교육에 대한 투자 및 그린에너지 개발을 통해서 향후 잠재적인 미국의 적대세력을 교화 내지는 초기에 무력화 시키기 위한 방편인 것이다. 그동안 학습효과를 통해서 하드파워로서는 이러한 미국의 적대감을 완화시킬 수 없다는 것을 배웠기 때문이다.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를 적절히 조화시킨 스마트파워만이 패권국가 유지에 결정적인 KEY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서서히 파악한 것이다.
스마트파워을 대표적으로 사용했던 국가는 다름아닌 로마제국이었다. 적절한 하드파워를 기반으로 다양성에 기초한 외교술과 정책으로 로마는 방대한 제국을 건설하였고 운영하였다. 그러한 로마제국시대에는 오히려 로마제국의 일원에 편입되는 것이 효율적인 국가전략이었던 것이다. 아마도 이러한 역사적 사례가 미국의 대외정책에 변화를 가져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결국 세계는 미국이라는 독불장군만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다함께 살아가는 터전이라는 것을 인지 했다고 하겠다. 물론 아직까지 구체적인 방안이 현실화 되지 않았지만 기본적인 사고의 틀이 바뀌기를 기대한다.
현재 미국의 위치에 대해서 말들이 많지만 미국이 세계패권국가라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특히 동북아시아의 정세에 대한 미국의 정책에 대해선 우리로서는 절대적이라고 할 수 도 있을 것이다. 그동안 강변일변도의 하드파워로 무장한 부시정권에서 스마트파워를 지향하는 오바마정권은 우리에게 절호의 기회를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미국의 파워게임에서 약소국인 우리가 실리를 찾을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때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