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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4대 사화 - 무오사화.갑자사화.기묘사화.을사사화
김인숙 지음 / 느낌이있는책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士禍란 조선시대 사림들의 피맺힌 恨으로 남아있는 좋지 못한 기억일 것이다. 조선건국과 동시에 태생적으로 탄생할 수 밖에 없는 공신세력 그리고 초창기 왕권과 신권사이를 저울지 했던 권력의 향배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었던 왕권은 성종조에 이르러 일대 변혁을 가져오게 된다. 성종은 본격적인 친정을 시작하면서 김종직을 필두로 하는 사림들을 정계에 발탁하여 훈구세력의 정권장악력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이러한 권력의 편중을 막기 위한 방편은 사림들과 왕권의 이해타산이 맞아 떨어져 성종의 치세를 뒤받침 하는 원동력중 하나로 자리 잡게 된다.
하지만 연산군의 등장으로 이러한 균형추는 무너지게 된다. 그리고 그 시초는 어찌보면 아주 단순한 개인적인 사건에서 시작하고 물론 조선의 4대 사화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권력욕보다 더 개인적인 욕구에서 그 출발점을 찾을 수 있다. 이는 후대에 가서 사림들로 형성된 권력층사이에서 분당의 원인으로도 작용하게 되는 것을 보면 인간의 욕심이나 질투는 가히 끊이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일 것이다. 김일손의 사초와 김종직의 조의제문에서 그 발달된 무오사화는 조선의 사화중 처음으로 대량 살생의 피바람을 불러 오게 된다. 그리고 연산의 생모인 윤씨의 폐비사건과 연관된 갑자사화에서 그야말로 사림들의 씨를 말리는 대대적인 숙청을 가져오게 된다. 이후 중종반정으로 잠시 주춤했던 사림들에 대한 핍박은 걸세출의 영웅 조광조의 정계등장으로 그 대 사건을 예견하였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기묘년에 단행한 숙청의 피바람은 그 자신은 물론이고 이제 막 피어나는 꽃봉우리를 꺾어버린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하지만 사림들의 끈질긴 생명력은 무오,갑자,기묘,을사 4대사화를 거치면서도 그 명맥을 유지하였고 결국 조선의 최후의 승리자로 남게 된다.
흔히 사화라 하면 올곧은 선비들이 훈구세력에게 일방적으로 피해을 본 사건으로 기억되기 쉽다. 하지만 그 내막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훈구세력은 악이고 사림들은 선이라는 이분법적인 사고가 위험하다는 것을 쉬이 알 수 있다. 권력창출이라는 대명제에서 양대세력의 치열한 다툼이 있었던 것이지 사림들이 일방적으로 훈구세력에게 핍박 받았다는 논리는 잘못되었다고 볼 수 있다. 정치란 타협과 협의의 산물이라고 하지 않는가 이런 면에서 보면 오히려 사림들은 그런 타협이나 협의에 의한 정치구현이 없었다는 점에서 사화의 일부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반대를 위한 반대만이 존재하는 정치판은 그 어떠한 대의적인 협의는 없었던 것이고 사림들의 일종의 피해의속에 자리 잡게 된다. 이는 후대의 당쟁에서 살펴보면 그러한 매락이 면면히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한편으로 사림들의 입장에서 보면 너무나 비싼 댓가를 지불하고 배운 정치술이 바로 사화일 것이다. 급진적인 개혁과 앞뒤 타협없는 공론은 그야말로 그들만의 공론이었지 전반적인 공론이 아니였음을 뼈저리게 깨닫게 된다.
4대사화를 보게 되면 한 개인의 욕심이나 투기가 얼마나 큰 파장을 불러 오는 지를 볼 수 있다. 한개인의 원한이 정치라는 옷을 갈아입게 되면 그 폐악이 얼마나 크게 작용하는지 알 수 있다. 무오사화에서 유자광이나 갑자사화에서 임사홍, 기묘사화의 반정공신세력, 그리고 을사사화의 문정왕후와 윤원형과 정난정등은 극히 개인적인 원한이 결국 역사상 지울 수 없는 피바람을 불러오게 되는 것이다. 이런면에서 보면 정말 사화라고 표현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들 정도이다.
조선의 사화는 정치적인 이슈는 없는 개인의 복수극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개인의 원한이 확대 재생산되어 일단의 공동체의 복수로 그 대미를 장식한 사건을 사화라 불러야 할 지도 의문이다. 그 이유는 이런 일대의 사화를 통해서 살아남은 사림들의 향후의 정치력을 보면 그 해답은 뻔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조선 4대 사화>는 조선시대 사화에 대한 그 발생원인과 내막 그리고 숨겨진 이야기등을 통해서 그동안 일방적으로 피해를 당했다는 사림들의 항변을 다시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사화는 사림들의 일방적인 피해로 비약할 수 있는 성격은 아니다. 그동안 역사는 살아남은 사림들에 의해 만들어진 역사임을 기억하고 4대사화의 진실에 접근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