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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교과서 한국을 말하다
이길상 지음 / 푸른숲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세계의 교과서 한국을 말하다>을 읽는 내내 분노와 부끄러운 감정이 가슴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처음엔 아니 몰라도 어떻게 이렇게 모를까라는 생각에서 시작한 답답함이 책장을 덥는 순간 불교에서 말하는 인과응보라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뿌린대로 거둔다고 뭘 뿌렸어야지 거둘 것이 아닌가 하는 자책감이 들 뿐이다.
교과서(敎科書,testbook) 교육에 사용되는 교재를 교수학습에 편리한 형태로 편집한 도서를 지칭. 이것이 교과서의 사전적 의미이다. 좀더 살펴보면 교과서란 한국가의 교육정책과 교육이념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도서이다. 그 나라의 고유의 정신에서 부터 미래지향적인 비젼을 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자라나는 어린세대들의 가치관 형성과 지적탐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각 나라는 국가가 직접 간행하는 경우도 있고 민간의 자율에 맡기고 일종의 검정이라는 절차를 걸쳐서 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듯 교과서의 간행에서는 직간접적으로 국가라는 권력이 관여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이는 그만큼 교과서에 대한 중요성을 반증하는 것일 것이다.
이런 교과서를 통해서 살펴 보면 특정 국가에 대한 인식을 볼 수 있다. 그런면에서 이번 <세계의 교과서 한국을 말하다>는 세계 각국의 교과서에 비친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살펴보는 계기가 된 책이다. 필자가 세계전역을 돌아다니면서 교과서관련 출판사와 접촉하고 집필진과의 만남을 통해 과연 세계는 대한민국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에 대해서 적나라하게 서술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부끄러운 현실뿐이다. 세계의 교과서가 바라본 한국은 그야말로 별의미가 없는 나라일 뿐이다. 중국의 속국이나 일본의 우산에 가려져 있는 나라정도이다. 그나마 지금의 경제발전상황을 조금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한국의 역사나 문화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다. 특히 일본과 독도영유권 다툼이나 동해의 표기에서도 세계의 거의 모든 국가의 교과서는 일본해로 명시하고 있고, 독도단독으로 명시한 지도책은 거의 전무한 편이다. 또한 일본제국주의에 희생당한 식민지시대를 일본이 주장하는 대로 서술하고 있는게 공통적인 현실이다. 식민지근대화론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유독 한국전쟁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지고 서술하고 있지만 그 역시도 한국전쟁으로 인한 주변국의 정치정세를 서술할 뿐 정작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인 한국에 대해선 별다른 서술이 없을 정도이다.
믿기지 않을 것 같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특히 영원한 우리의 우방이라고 생각했던 미국의 교과서를 살펴봐도 그 내용은 한심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니 지리적으로 머나먼 라틴 아메리카의 경우 길어야 한두줄 정도의 언급이외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충격적인 것은 서구의 오리엔탈리즘적인 교과서 서술도 문제이지만 같은 동북아시아라는 지리적 역사적 접근성을 가지고 있는 대만의 교과서 서술은 거의 분노를 자아낼 정도로 왜곡이 심하다. 오히려 동북공정을 주창하고 있는 중국본토 보다 더 한심한 작태를 보여 주고 있어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그동안 우리는 역사교과서 왜곡이라고 하면 일본의 우익교과서인 후소샤의 교과서를 떠올리지만 일본만큼은 아니더라도 전 세계적으로 많은 국가들의 교과서에 대한민국의 정확한 기술은 없다고 봐야 한다. 과연 무엇이 문제인가? 경제적으로 세계경제를 이끌어가는 대열에 합류했고, 올림픽과 월드컵을 무사히 치른 국가라고 자부하는 나라의 평가가 이렇게 냉혹하고 비관심의 대상일 수 밖에 없는 것일까? 일본이나 중국과 비교해 보면 아니 비교대상도 되지 못하는게 교과서상의 현실이다. 참으로 비통한 심정일 뿐이다.
누구에게 잘못이 있는 것인가? 이는 다름아니 우리 스스로의 잘못이라고 봐야 정확할 것이다. 역지사지로 우리의 교과서에 라틴아메리카와 아프리카에 대한 아주 단편적인 내용들이 수록되어 있듯이 그들 국가의 교과서에 우리의 올바른 내용이 수록되길 바라는 자체가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동안 우리의 한국학에 대한 투자나 관심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인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일본과의 비교가 되어서 사실 낯이 뜨거웠다. 일본의 경우 메이지유신때부터 시작한 자국의 역사와 문화를 세계 곳곳에 전파하기 위하여 엄청난 물적 인적 재원들을 투자하였고 그 결과가 지금의 세계 교과서에 그대로 반영되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에 비해 우리는 우물안 개구리처럼 행동해왔다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다들 알겠지만 교과서에 한번 수록한 내용을 수정하는것은 대단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아무리 잘못된 것이라고 우리가 주장해도 받아들이는 것은 우리의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문제점들을 감정적으로만 대처해서는 일만 더 복잡하게 만들 뿐이라는 것을 일본의 교과서 왜곡을 봐서도 알 수 있다. 이제라도 국가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새롭게 한국학 보급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도 제자리로 돌리기엔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점을 인식하고 멀게 보는 정책이 필요할 때이다.
세계사의 유래없는 경제발전을 이룩한 나라 그리고 한류라는 문화적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나라 하지만 그 현실은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가까이 있지 않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하게 하는 책이다. 세계교과서의 왜곡된 부분을 바로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것은 우리의 교과서부터 바로 잡는 것일 것이다.
아직도 식민사관으로 점철된 우리의 역사교과서를 바로잡지 않고선 그 어떤 의미도 부여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이러한 생각들을 한 순간의 열정이 아님 끊임없는 관심과 노력으로 이어 가야 할 것이다.
<세계의 교과서 한국을 말하다>는 대한민국의 현 주소를 가감없이 정확히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