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를 만든 열가지 사건 - 한국 일본 중국 대만이 함께 읽는 근현대사
아사히신문 취재반 지음, 백영서.김항 옮김 / 창비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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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중국, 대만, 일본 이 4대국은 지리적으로 아시아대륙의 동쪽편에 위치하고 있는 나라들이다. 현 세계경제판도 속에서 이들 4개국의 위치는 굳이 경제적인 수치로 말하지 않더라도 세계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주고 있는 자리에 올라서 있다는 것을 어느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중국의 경우만 예를 들더라도 중국땅에 투자못해서 안달이 난 국가들이 시쳇말로 번호표를 뽑아들고 대기하고 있는 상태이다. 이는 아마도 지금으로부터 150년전의 상황과도 흡사하다. 단지 투자에 대한 의도나 방식이 그 당시와 180도 바뀌었다는 점만 빼고선 말이다. 혹자는 이들 4개국이 일체된 경제적 통일성을 갖는다면 EU에 버금가는 엄청난 여파가 세계경제에 미칠것이라고도 한다. 그 만큼 이들 4개국의 역량은 엄청나기 때문이다. 이러한 발전가능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면서 이들 4개국의 입장은 판이하게 다르다. 특히 지난 150년간의 과거사에 대한 역사인식은 그야말로 극과 극으로 치닫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왜 그럼 이러한 구도가 형성되었는가? 그리고 이러한 현상에 대한 책임소재는 어디에 있는가? 이런 질문조차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상당한 역사적 편견을 이들 4개국이 가지고 있다는 점 역시 공통된 현실이다. 그런점에서 이번 책은 상당한 반향을 불러 올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고 볼 수 있다. 

<동아시아를 만든 열가지 사건>은 대략150년전 아편전쟁을 시작으로 최근의 광주민주화운동에 이르기 까지 이들 4개국에 영향을 미친 10가지 역사적 사건을 최대한 공정적인 시각으로 바라 볼려고 하는 취지에서 편찬 되었다. 물론 일본 아사히신문에 특별연재된 칼럼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4개국의 상이한 역사인식을 통해서 공통된 합의점을 도출할려고 하는 의도가 강하다. 특히 4개국의 교과서를 비교함에 따라 10대사건이 자국사에 미치는 영향과 인식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이들 사건들이 일개국을 넘어 이들 4개국에 어떻게 영향을 주었는가에 대해서 다시금 상고해 볼 기회를 가질 수 있다. 그러면에서 이번 기획에 높은 점수를 부여하고 싶다. 그동안 이들 4개국의 역사인식 특히 150년동안의 근대사에 관점은 어느 쪽이 진실인지 모를 정도로 첨예한 대립각을 세웠던 것이 사실이고 지금도 여전히 진행중이다. 물론 그 진원지에 일본이 있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인 것이다. 흔히들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선 과거의 좋지 못한 기억들은 잊고 미래를 향해서 서로 相生할 수 있는 합의점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고 매번 정권이 바뀔때 마다 들어 온 이야기이다. 물론 틀린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러한 과거의 기억을 지울 수 있는 방법은 가해자의 철저한 반성과 그에 합당한 조치가 선행되어야만 가능한 것 아닐까 싶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번 기획은 상당히 진일보한 측면을 보여 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아직 갈길이 멀긴하다. 하지만 이러한 작은 시도가 4개국이 그동안 가지고 있었던 역사인식에 다소 유연된 틀을 제공할 수 있다는 단초를 던져준 것이 바로 그 희망이 아닐까 한다. 세계의 어느 국가도 자국사의 인식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특히 동아시아 4개국의 경우 이러한 경향이 특히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근대화라는 개념이 이들 4개국에는 서구열강의 강요로 시작된 근대화이기 때문에 지난 150년동안의 역사에 대해서 남다른 역사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제국주의로 부터 시작된 근대화가 결국 약자의 희생을 강요한 근대화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일본을 제외한 3개국의 역사인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이러한 사실들을 기억의 저편으로 떠나보내고 새로운 출발을 하자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님을 우리는 알고 있다. 

4개국의 교과서를 비교해보면 알 수 있듯이 자국의 유리한 방향으로 역사인식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가해자인 일본의 경우 간략한 사실의 기술형태이고 피해자인 중국이나 한국의 경우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그 당위성을 알리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또한 자국과 직접적인 영향이 없다고 판단되는 사건에 대해선 마치 약속이라도 한듯이 간략하게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점이 잘못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 하지만 아편전쟁으로 시작된 150년간의 사건들이 이들 4개국 상호간에 미친 영향은 대단했다고 할 수 있다. 아마도 그런면에서 세계사에 별도 분리한 동아시아사라는 항목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4개국의 역사는 단절의 역사와는 무관하게 상호 연결된 카테고리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동아시아를 만든 열가진 사건>이라는 책을 통해 새삼 근대화과정에서 발생한 역사적 사건들의 중요함과 그 여파에 대해 많은 점을 시사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들 열가지 사건을 통해서 4개국에 영향을 주었던 현실들은 좀더 他者的인 입장에서 견지해 볼 기회가 주어진것 같다. 그동안 우리도 일본에 대한 적대심이 역사 인식 저변에 뿌리 깊게 박혀있다 보니 당연히 역사인식에서도 상당한 왜곡을 가져온게 사실이다. 또한 한국사 이외의 동아시아사에 대한 관심도 적었던게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다소 편협한 역사인식을 가지고 있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한국, 중국, 대만, 일본 이들 4개국은 지리적 근접성이나 한자 유교 문화권이라는 공통된 카테고리를 가지고 있는 세계에서 보기 힘든 유대감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150년전 근대화라는 미명하에 자행된 서구열강의 침탈은 겪었다는 아픈 기억 또한 가지고 있다. 이제 그러한 서구중심에서 무게 중심이 동양으로 기울고 있다. 특히 이들 4개국이 위치한 동아시아쪽의 무게감은 날로 커져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세계사에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이들 국가의 역사적 기원은 오래되었다. 수천년의 역사중 극히 작은 부분이 150년간의 역사가 이들 4개국의 현주소를 말해주고 있다는 것 또한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단순한 시간적인 잣대를 적용하자는 말은 아니다. 그리고 요즘 제기되고 있는 식민지근대화론을 수용하자는 말도 아니다. 하지만 이제는 4개국이 편협된 역사관에서 벗어나야 할 때가 다가 온 것을 잊지 말자는 것이다. 언제까지 정치적인 도구로 이용하고 단순한 민족감정에만 의지하여 동아시아 역사를 인식할 것인가? 좀더 열리 가슴으로 역사인식을 할때라고 생각된다.

당연히 이러한 시발점에는 몇가지 전제조건이 있어야 한다. 일본의 정확하고 성숙된 역사인식이 최우선으로 해결되어야 할 문제이다. 그러한 선행과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태에서 공통으로 합의도출 되었다고 하는 인식은 의미가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나머지 3개국 역시 열린가슴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진정한 가슴으로 악수하지 않는한 이러한 의도는 모두 공염불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아직도 갈길이 멀기만 하다. 지금도 간간히 들려오는 일본 극우파의 망발과 자국내의 비뚤어진 역사관, 갈수록 역사에 대한 관심이 적어지는 세대들... 하지만 이번 책은 그래서 더욱더 많은 점을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작은 출발이라도 없다면 정말 이들 4개국의 역사인식은 세계사에서 웃음거리밖에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지난 150년 보다는 향후 150년이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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