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세에 답하다 - 사마천의 인간 탐구
김영수 지음 / 알마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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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세에 답하다>> 이 책은 사마천의 <<史記>>를 모티브로 난세에 처해서 난세를 극복하는 방법을 제시해 준다. 물론 <<사기>>에 난세를 극복하는 정확한 해답은 없다. 아니 읽는 이로 하여금 스스로 판단하게 한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사기>>를 통해서 case by case 형식으로 정답에 다가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 만큼 필자는 <<사기>>에 대한 남다른 연구와 확신을 가지고 책을 통해 작게는 인간관계 처세술에서 크게는 국가경영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그럼 난세란 어떠한 세상을 말하는가? 우리가 흔히 난세라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일 것이다. 형식적인 종주국인 주나라를 사이에 주고 각종제후국들의 패권다툼이 500년간 지속된 세계사속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어지러운 난세였다. 세상이 난세이면 그 시대를 살아가는 힘 없는 일개개인의 삶은 그야말로 희망과 꿈이 없는 고통밖에는 없는 힘든 삶을 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국민들이 생활고에 시달리는 세상, 계층간의 극심한 갈등으로 인한 불화하는 세상, 기득권층의 부도덕이 만연한 세상이 바로 지금의 우리의 모습은 아닌가 싶다. 그래서 더욱더 <<사기>>을 통해 난세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사기>>는 잘알다시피 중국최고의 역사서이다. 특히 본기, 표, 서, 세가, 열전으로 구성되어 있는 기전체 형식의 역사서로 향후 기록되는 중국의 모든 역사서의 바이블 같은 존재이다. 특히 중국역사계에서는 절대역사서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불후의 저작이다. 더욱더 <<사기>>에 대한 평가는 바로 사마천과 직결된다. 한무제 시대에 흉노족 정벌을 감행했던 이릉에 대한 처벌을 반대한 이유로 사형을 선고받지만 궁형(남성 거세형)을 자초하여 <<사기>>를 완성했다는 점에서부터 <<사기>>라는 저서에 대한 집념을 볼 수 있다. 그 만큼 사마천의 역사에 대한 남다른 사명의식이 높았기 때문에 후대에 훌륭한 역사적 기록을 남기기 된 것이다. 

그럼 왜 단순한 역사서에서 난세에 대한 답을 구한다는 말인가? 역사라는 거대한 흐름은 세세히 들여다보면 결국 인간들의 삶의 연장을 표출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인간이 역사를 만들어 간다는 입장에서 우리가 역사를 현대의 거울이라고 하듯이 이러한 역사서를 성찰해 보면 많은 점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기>>는 본기를 포함하여 전체 130권중에 열전을 포함하여 인간에 대한 기록이 무려 112권이 된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 받고 있다. 그럼 왜 이렇게 사마천은 인간에 대해서 병적으로 집착했을까 바로 그 해답이 시대의 정신과 역사창출은 그 출발점이 인간에서 시작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그야말로 인간군상을 보여주 듯이 그 수도 많지만 질적으로도 황제를 비롯해서 일개 자객이나 마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춘추시대 제환공, 진문공, 진목공, 초장왕, 오합려라는 춘추오패를 통해 패자들의 국가경영관을 한눈에 보여준다. 그들이 패권을 잡을수 있었던 원인은 다름아닌 올바른 인재의 식별과 선발 그리고 끝이 없는 믿음이었다. 이는 후대에 가서 유방이 절대 우위에 있는 항우를 누르고 한제국을 창업하는 과정에서도 판박이 처럼 적용되는 등식이었다. 이들 패자들의 이러한 인재등용에 대한 특별한 용인술도 가지고 있었지만 결국 여론의 수렴과 여론에 대한 개방성이 뛰어났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여론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바로 민심을 지칭하는 것 아닌가 현대를 살아가는 위정자들에게 이들의 덕성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또한 <<사기>>는 올바른 관료상을 제시한다. 지금으로 해석하면 공직자에 대한 사마천의 신념일 것이다. 2500년전에 사마천이 가졌던 관료상은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틀린곳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 시대나 지금이나 대쪽같은 공직자도 존재하고 권력에 아첨하는 혹리같은 부정한 공직자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사마천은 이들을 통해 진정한 공직자의 삶을 제시하고 있다. 

제환공을 춘추오패중 제1위로 등극시킨 관중과 포숙에 얽힌 관포지교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사기>>에는 이러한 친구간의 우정에 대한 눈물겨운 사연들을 보여줌으로서 궁극적으로 인간에 대한 믿음만이 작게는 개인간의 우정에서 부터 일국을 경영하는데 기본이 됨을 다시 한번 확인해 준다.  

<<사기>>중에서 <화식열전>이라는 부분이 있다. <화식열전>을 통한 사마천의 모습은 역사가라는 사실보다 오히려 경제학자에 가까운 경제적 이론을 피력하고 있다. 시장의 안정 및 물가안정을 통한 재화의 추척이 결국 부국강병의 길임을 보여주고 이러한 경영은 결국 인간경영 정확히 말하면 인재경영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지금 기업 CEO들이 필히 익혀야할 경영원론 겸 재정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난세는 영웅을 부른다고 한다. 역사상 난세에 출현한 영웅들의 진면목을 보면 공통점이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인간에 대한 믿음에서 부터 출발한다는 것이다. 그 믿음이 바탕이 되어서 修身이 되고 나아가齊家가 되는 것이고 治國平天下가 가능해 지는 것이다. 흔히들 난세를 꿈과 희망과 미래가 없는 세상을 난세라고 한다. 하지만 정말 난세는 믿음이 없는 세상이지 않을까 싶다.  

사마천이 궁형이라는 치욕적인 형벌을 감수하고도 <<사기>>를 완성하고자 했던 것은 이러한 믿음에 대한 신념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우리가 <<사기>>를 주목하는 것 역시 <<사기>>의 주무대인 춘추전국시대라는 난세를 통해 인간들이 보여준 지혜를 얻기 위함이다. 난세를 살다간 이들중에는 슬기롭게 살다간 이들도 있고 그 결말이 안좋은 인물들도 많다.

물론 <<사기>>에서는 어느 삶이 정답이라고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다. 역사적 판단이나 인간적인 판단은 결국 후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비록 우리의 역사서는 아니지만 <<사기>>에서 보여주는 사례가 굳이 우리에게 적용되지 못할 이유도 찾을 수 없는듯 하다. 그 만큼 이 책을 통해서 개인의 수신에서 부터 국가의 경영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분야에 대한 지침서의 역활은 충분히 하고 있다고 본다. 지인논세라는 말이 있듯이 사람을 먼저 알고 세상을 논한다고 결국 모든 일에 인간이 그 기본이 됨은 2500여년전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진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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