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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편지
정민.박동욱 엮음 / 김영사 / 2008년 10월
평점 :
"인생이 얼마나 되겠느냐, 젊은 시절은 머물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아버지가 있고 누구나 아버지가 한번쯤은 된다. 아버지라는 존재는 아직까지 유교적인 문화에 그 뿌리를 두고 있는 우리에겐 다소 어렵고 멀게만 느껴지는 존재일 것이다. 특히 세칭 386세대인 나의 경우는 더욱더 아버지에 대한 기억의 파편들이 다소 무겁게 대론 엄하게 느껴진다. 하물려 이 책에 등장하는 이황, 백광훈, 유성룡, 이식, 박세당, 안정복, 강세황, 박지원, 박제가, 김정희등 조선을 대표하는 학자들은 말할 나위가 있겠는가? 이들은 조선을 대표하는 학자들이다. 또한 개인사을 접어두더라도 이들에게서 느껴지는 겉모습은 근엄과 시대의 불화를 참지못하는 정신으로 대표되듯이 우리에게 어찌보면 아버지라는 표준을 말해주는것 같다.
하지만 이들 역시 개인적으로 자식을 둔 아버지일 뿐이다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자식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서 편지에 묻어나있는 자식들에 대한 사랑은 어머니의 사랑처럼 따뜻하고 세세한 정감은 느끼지 못하더라도 자식에 대한 깊고 깊은 사랑을 담고 있다. 장성한 자식에 대한 훈도에서도 부터 어린자식에 대한 애뜻한 사랑과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아버지 자신에 대한 질책등을 정말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다. 특히 유성룡의 경우 7년전쟁이라는 국난의 시기중에서도 자식들에 대한 걱정과 사랑을 편지로 남길정도로 자식사랑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여준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위인에 대한 그런 이미지와는 사뭇다르지만 아마도 이것이 아버지의 솔직한 마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부모님의 사랑중 솔직히 아버지의 사랑은 어머니에 비해 그 비중이 다소 떨어진것이 사실이다. 다정다감하지 못하고 세세하지 못하는 아버지의 사랑은 자식들에게 때론 구속이나 권위라는 삐뚤어진 면으로 인식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한 아버지의 사랑은 한편으로 보면 어머니만큼 더 세세한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 마치 잔소리같이 몇번을 강조하면서 자식들의 앞날에 대한 걱정을 담고 있다. 아무리 자식이 장성하여 손자를 본 나이가 되었어도 자식에 대한 염려는 끝이 없는 것이다. 또한 아버지이기 전에 인생의 선배로서 가르침은 눈물이 날 정도로 애틋하게 다가온다.
아버지의 사랑은 말로 표현되는 사랑이 전부가 아니다. 항상 자식들의 뒤에서 말없이 지켜보는 이가 바로 아버지인것이다. 내가 아버지가 된 뒤 새롭게 느끼는 것이 바로 아버지의 사랑이 듯이 아마도 아버지에 대한 사랑은 아버지가 되어봐야 그 진면목을 알수 있듯이 한없이 깊게 느껴진다. 조선시대에도 지금처럼 교육에 대한 걱정거리가 가장 큰 이슈였나보다, 자신들의 과거공부 경험을 예를 들면서 자식들의 채근하는 모습이 마치 지금의 교육열을 보는듯하여 웃음을 자아낸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그 당시 아버지들의 공통적인 가르침은 바로 올바른 인간, 정직한 삶을 사는것을 최고의 과제로 생각했다. 단지 공부는 그런 삶을 살아가는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한편으로보면 이 책은 극히 개인적인 일상을 담고 있는 편지일 수 있지만 아버지의 편지를 통해서 그 동안 우리의 가장 큰 버팀목이 되어 주었던 아버지들에 대한 생각을 해 보게 한다. 그리고 우리가 아버지가 되었을때 어떻게 자식들에게 다가가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 또한 제시해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