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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함과 광기에 대한 보고되지 않은 이야기
애덤 필립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마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과연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나 자신에게 던지는 말들이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 스스로에게 많은 반문을 하게 된다. 너 정말 정상이니? 멀쩡한거지?
우리가 흔히들 멀쩡하다는 표현을 수 도 없이 하면서 살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멀쩡함이란 대체적으로 정신적인면과 육체적인면을 둘다 아울러서 말한다. 나도 그렇고 필자도 그렇고 이 책을 보고 있는 독자도 그렇고 아니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그렇듯이 다들 멀쩡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또 그렇게 믿고 있는것 또한 사실이다. 그런데 왜 이 멀쩡함에 대한 이야기를 굳이 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왜? 다들 멀쩡한데 말이다.
인간의 사고체계는 상당히 복잡하다고 알려진 반면에 다른 한편으로는 아주 단순한 이분법적인 사고체계를 가지고 있다. 포유류에서 진화한 인간의 뇌는 일반 영장류보다 아주 많은 발전을 거듭하면서 논리적인 사고체계를 갖추고 있다. 그런 인간이기 때문에 철학을 논하는 것이고 생과 사에 대한 구체적이고 끊임없는 사고와 문명이라고 일컫는 사회적 제도를 개발하여 그야말로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러면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여타의 생명체와는 차별있고 선택받은 유전자라는 점을 은근히 과시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멀쩡함이라는 단어 내지는 그 의미는 인간의 사회적 제도가 만든 허상(?) 내지는 바램(?) 일 수 도 있다. 흔히들 우리는 멀쩡함을 사회적 잣대로 정해서 멀쩡함보다 다소 못미치는 경우 미숙함이나 덜 떨어진다는 식으로 치부해 버린다. 또 한편으로 멀쩡함에서 좀더 앞으로 나아가게되면 왠지 거리감을 두게 하는 광기의 소유자로 몰아 간다. 사람을 두번 다시 보게 되는 경우가 대체로 미숙함을 소지한 사람과 광기의 사람일 것이다. 마치 멀쩡한 사람은 그냥 대세에 묻혀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처럼 멀쩡함을 갖고 있지 못한 사람은 마치 우리가 사는 세상과는 약간은 동떨어져 있는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처럼 본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고 역사적으로 증명된 대부분의 위대한 인물들을 곰곰히 살펴보면 멀쩡함이라는 요소를 가지고 있는 인물은 눈을 씻고 봐도 없을 것이다. 멀쩡함을 가진 이들이 보면 정말 위험한 인물들이었다. 그러면 멀쩡함이란 표현자체가 잘못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오히려 우리가 생각하는 광기가 멀쩡함이고 멀쩡한다고 생각하는것은 미숙함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아마도 이는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이 가져오는 폐해중에 하나일 것이며 인간이 만든 제도중에 가장 훌륭한 작품일 것이다. 사회적 구성하고 사회를 조직하고 이끌어나가야할 입장에서 이 멀쩡함이라는 단어 전가의 보도처럼 편리함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다수가 살아가는 사회에서 다수의 멀쩡함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 이 처럼 위안이 되는 말은 없을 것이다. 멀쩡함을 가진 이들이 대다수이면서 멀쩡한 행동양식에 의거해 멀쩡한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것이 어쩌면 멀쩡한 생각일 것이기 때문이다.
분명 멀쩡함이라는 단어는 좋은 말이다. 유학에서 말하는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중용의 길을 의미 하기도 한다. 하지만 멀쩡함은 멀쩡하기 때문에 발전이 있을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가만히 생각해보라 과연 나 자신은 정말 멀쩡한가? 흔히들 어린아이들의 행동과 사고 그리고 우리가 광기라고 말하는 일련의 행동이나 사고들이 과연 멀쩡함에서 벋어난 것일까? 아마도 그건 아닐 것이다. 나 이외의 타인의 행동이나 사고는 광기로 생각하고 나 자신의 사고와 행동은 멀쩡함으로 인식해버리는 멀쩡한 사고체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동안 정말 멀쩡함과 광기에 대한 판단이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굳이 표현하자면 우리는 모두다 미치거나 정상인 것이다. 이것을 아는 것이 멀쩡함이라고 해야 하는것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