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개인사 - 한 아버지의 삶
조동환 외 지음 / 새만화책 / 2008년 9월
품절


우리가 알고 있고 우리가 접하는 있는 역사라는 개념이 대체로 역사적 큰 사건을 배경으로 특정인물중심으로 기술된 역사서를 지칭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 만큼 일개인의 삶에 대한 역사적 조명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런면에서 [뜻밖의 개인사]는 많은 점을 시사한다. 어느 평범한 개인의 삶 그것도 우리 근대사중에서 일제강점기와 해방, 한국전쟁, 4.19, 5,16등 가장 격동적이고 일개인으로써는 감당하기 힘든 시절을 보낸 한 개인이자 남편, 그리고 아버지로서의 삶을 보여주고 있다. 자신의 출생에서 부터 유년시절의 성장과정 결혼생활과 직장생활등을 유서형식으로 남긴것을 후손들이 일종의 연대기 형식으로 재구성하였다.

일반 연대기와는 사뭇다른 드로잉이라는 기법을 가미하여 개인의 삶을 몇 컷의 드로잉으로 보여준다. 또한 아버지에 대한 추억이나 특별한 기억에 대한 자식들의 회상 역시 드로잉을 통해서 간략하고 단순하지만 정확한 표현을 하고 있다. 제목에서 말하듯이 이 책의 주인공의 시대정신에 대한 지각이나 특별한 의식은 볼 수가 없다. 그러면에서 극히 일개인의 개인사일 뿐인 것이다. 아마도 그 시대를 살았던 대부분의 아버지들의 공통적인 모습이 아닐까 하는 점이 더 솔직하게 다가 오는 것 같다. 일제감정기에서의 총독부 근무, 미곡생산비 조사업무, 동양척식주식회사의 근무와 한국전쟁시 지역인민위원회의 착출로 회계업무를 보고 난 후 국군의 수복으로 겪는 고초등을 기회주의자로 매도할 수도 있겠지만 아마 대부분의 아버지들의 삶이 아니였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 만큼 우리 근현대사에서 정체성이란 존재보다 민초들은 그동안 삶의 결정권 박탈에서 스스로 삶을 결정하는 형태로 나아갔지만 이러한 개인들의 경우 특히 타인의 삶에 적어도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 삶을 지탱하였던 것은 아닐까 싶다.

[뜻밖의 개인사]는 또한 우리근현대사를 한눈으로 볼 수 있는 정말 뜻밖의 역사이다. 암울하게만 느껴지는 일제강점기속에서도 우리 개인들은 또 다른 삶을 살아갔고, 전통적인 유교 교육을 받은 집안의 풍속이나 그 시대의 결혼식, 장례식, 수학여행, 그리고 고학생의 학비 마련방식등 어렴풋이 옛어른들의 구전으로 듣던 내용들을 드로잉의 한컷으로 볼 수 있는 즐거움 또한 있다. 그리고 해방후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자리잡게 되는 직장의 풍속도와 퇴직 후 겪게 되는 고충 및 사랑하는 가족들과의 이별등 어찌 보면 극히 개인사로 치부 할 수 도 있지만 이런것이 우리의 살아있고 생동감 넘치는 역사라고 할 수 있는것 아닐까?


이 연대기의 주인공은 소위 당시로서는 높은 교육을 받은 인테리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일대기를 유서형식으로 한문의 해서체로 작성할 정도의 식견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해방후 세무서에 근무하여 정년퇴직할 때 까지 나름 청렴한 공직생활을 하였고, 자신의 삶에 대한 자부심 또한 각별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역시 우리와 똑같은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그리고 가장으로서의 삶을 똑같이 살아갔던 인물이다. 아마 이 책이 더 가슴에 와닿는 것은 시대정신의 표출이나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한 저항의식보다 순수한 한 인간의 삶을 보여주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아버지들에 대한 아련한 향수를 느낄 수 있게 하는 책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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