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일 1 - 불멸의 사랑
앤드루 데이비드슨 지음, 이옥진 옮김 / 민음사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가 고 일

 

고일이란 중세 고딕성당 지붕 등에 날개가 있는 괴물의 상이 놓여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이 가고일이다. 원래 악마의 이미지로 만들어진 상이다. 기독교가 서양에 확산되자 그 때까지 믿고 있던 신들은 사신(邪神)이 되어 버렸다. 이 사신들이 건물 바깥에서 망을 보는 역할을 부여받게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이 조각상들이다. 책 제목에서 부터 풍기는 이미지가 이런 신성과 악마와 연관된 사랑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일종의 약간으 흔한 그리고 식상한 소재의 러브스토리로 여기서 책을 읽어나갔다.  

하지만 책을 읽어 나가면서 상당한 지적 수준을 요하는 소설임을 알게되었다. 우선 단테의 신곡을 읽었으면 좀더 다른 감동을 받지 않았겠느냐 하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수없이 나오는 중세의 언어들의 향연이랄까 라틴어에서 부터 시작하여 중세유럽의 다양한 언어로 점철된 내용은 마치 언어학교재로써도 손상없을 정도이다. 그리고 중세 기독교의 이해 특히 수녀원과 수도사들 그리고 삼위일체등의 성서적 지식 또한 필요할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또한 화상과 정신분열증에 대한 의학적인 지식 또한 풍부하게 설명되어 있고 무엇보다도 포로노영화의 실체를 알게 되었다는 점 또한 웃음짓게 하는 부분이다.  

소설은 1인칭 화자인 전직 포로노배우 겸 제작자가 우연한 교통사고로 전신화상을 입고 생사의 고락을 넘는 부분에서 시작된다. 엄청나게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을 자신의 척추속에 뱀이 들어왔다는 표현에서부터 그 뱀과의 사투가 시작되고 단지 살아있는것 보다는 죽는게 낫다고 생각한 그에게 어느날 마리안네 엥겔이라는 평범치 않는 여성이 나타난다. 물론 그 여성은 같은 병원 정신병동에 입원해 있는 정신분열증의 환자였고 더 커다란 충격은 자기가 700년을 기다려온 연인이라는 사실 그리고 자신은 중세의 수녀였다는 사실을 고백함으로써 소설의 시작을 알린다. 물론 여기까지는 여타 연애소설의 기본적인 구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현실의 시대와 과거 연인의 입을 통한 중세의 사랑이야기를 들으면서 특히 자신의 가슴에 난 상처의 역사적 인연을 알게 되면서 이 소설은 상당히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 

한 이 소설속에는 주인공 자신의 사랑뿐만 아니라 다른 사랑이야기가 몇가지 나온다. 물론 오래된 연인들의 사랑이야기이다. 바이킹과 일본 다이묘시대의 이야기, 영국에서 귀족과 사랑이야기등을 보여준다. 물론 이 이야기들의 결말은 비극으로 끝을 맺는다. 남자가 죽고 여자가 죽고 아니면 시간적인 간격을 두고 뒤따라는 죽는 그야말로 가슴아픈 사랑이야기이다. 이 사랑이야기의 전제에 바로 주인공 자신의 사랑이야기도 묻어있다고 본다. 700년전 이루지 못한 사랑을 현실에서 다시 이루고 싶은 절실함이 몇몇의 사랑이야기의 공통점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든다.  

이 소설의 또 다른 매력은 사랑을 소재로 펼쳐진 이야기이지만 상당한 역사적인 지식을 제공하고 있는 점이다. 중세의 기독교와 영주와 기사들의 관계 그리고 신곡을 둘러싼 필경사들의 내용과 일본의 다이묘시대상 그리고 바이킹의 삶등 다양한 면에서 역사적 사실을 기초로한 역사소설같은 이미지도 강하다.  

자는 소설을 통해서 많은 사랑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700년이라는 기나긴 세월을 기다려 사랑하는 사람을 재회하는 주인공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남녀간의 사랑과 동성간의 사랑, 그리고 우정, 배려등을 말하고 있다. 아마도 사랑이라는 것은 아무리 많은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변할 수 없는 그런 감정이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그 사랑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는 이상 자기의 목숨은 큰 부분을 찾지 하지 않는 다는 불변의 진리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사랑에 대한 각국의 언어로 표현된 말들은 아무리 이국적인 언어로 표현되어도 들을수록 더 듣고 싶고 말할 수록 더 하고 싶은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랑해. 아이 러브 유. 아이시테루. 에고 아모 테. 티 아모. 예흐 엘스카 시흐. 이히 리베 디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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