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와 쿠키...

다질링 살인사건 ㅣ 찻집 미스터리 1
로라 차일즈 지음, 위정훈 옮김 / 파피에(딱정벌레) / 2008년 7월

다질링 살인사건

흔희들 추리소설하면 박진감 넘치는 추격전, 꼬리에 꼬리는 무는 심리전, 그리고 베일에 쌓여있는 범인의 흔적을 하나 둘 씩 파헤쳐가는 민완형사 내지는 사립탐정을 연상하게 된다. 그리고 벌어지는 살인사건 또한 다소 엽기적인 살인으로 마치 범인이 세인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그런 구도가 대부분이다. 특히 일본 추리소설은 이런면에서 책장을 넘기다 보면 피비린내를 느낄 수 있을 만큼 강력하다.

이번 다질링 살인사건이란 추리소설은 그런 면에서 여타의 추리소설과는 사뭇 다른점이 한 둘이 아니다. 소규모 관광도시인 미국 남부의 찰스턴의 어느 마을에서 벌어진 독살사건을 주제로 전개된다. 마을 홍보차 열린 티파티에서 우연이 발견되는 그 지역 문화유산협회 회원이자 다소 악질적인 부동산개발업자 휴즈 배런의 의문의 독살사건, 그리고 우리의 주인공인 인디고 찻집의 멋진 여성인 시어도시아 브라우닝이 그 파티를 위해 모든 차를 준비하고 제공했다는 사실에서 그녀의 찻집과 살인사건 사이에 개연성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저자는 거기에 그녀의 찻집과 연관있는 배서니라는 여인이 얼마전 배런과 말다툼이 있었다는 증언들이 나오면서 경찰에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다. 그리고 휴즈 배런의 주위의 다양한 인물들 즉 혐의점이 갈 만한 인물들에 대한 관심을 갖게된다. 추리소설의 주인공들이 그러하듯 우리의 주인공인 시어도시아 또한 주변 인물들을 탐색하게 되고 그로 인해 협박과 질시의 눈총도 받게 된다. 결국 범인은 항상 그렇듯이 의외의 인물로 역시 남녀간의 치정관계에서 벌어진 사건으로 일단락을 맺게된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과연 이 책을 추리소설이라고 해야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존의 추리소설의 구도를 무시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내용이 지루하고 박진감이 없다는 말이 아니다. 주인공이 범인을 추격하는 과정과 끝에 범인을 찾아내는 부분에서는 대 반전을 이루면서 탐정못지 않는 기지를 발휘한다. 책 제목에서 약간의 내용을 짐작하게 하듯이 이 책을 읽는 동안 정말 입맛을 다시고 군침을 흘리게 한다면 무슨 요리책이야기냐고 하겠지만 정말 그렇다. 홍차나 녹차에 대해 문외한인 내가 다질링이 차의 종류 그것도 세계 3대차중의 하나라는 사실도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고, 차와 같이 곁들이면 어울리는 쿠키 및 다양한 식재료를 통해서 책 전체를 통해서 차의 향기를 느낄수 있는 책이다.

전형적인 미국 남부 도시를 배경으로 차와 그 지역의 특성과 그에 어울리는 음식 그야말로 기막히 앙상블을 이루고 있다. 마치 살인사건의 해결은 뒤전으로 밀리고 등장인물들의 세세한 묘사와 함께 주인공인 시어도시아라는 여인의 매력에 빠져들게 한다. 그녀의 날카로운 추리력보다는 어슬프지만 왠지 우리 같은 평범한 인간을 보는것 같아 더 끌리게 하는 요소가 아닐까 싶다.

선입관이 얼마나 무섭고 보잘것 없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다시금 느끼게 한다. 기존의 구도나 스토리전개 방식과는 확연히 다른 정말 색다른 추리소설의 세계를 본 것 같다. 물론 박진감 넘치거나 서스팬스를 기대하는 독자에겐 흥미가 다소 떨어질지 모르나 분명히 심적 부담없이 읽어 볼 만한 책임에 틀림없다. 정말 차한자과 쿠키를 옆에 끼고 읽으면 그 맛은 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