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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톈 제국을 말하다 - 중국 제국 시스템의 형성에서 몰락까지, 거대 중국의 정치제도 비판
이중텐 지음, 심규호 옮김 / 에버리치홀딩스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중국제국 시스템의 형성에서 몰락까지, 거대중국의 정치제도 비판-
I.
우선 삼국지강의라는 책을 통해서 이중텐이라는 작가를 알게되었다. 우리나라사람들에게 가히 폭발적으로 세대를 띄어 넘어 꾸준한 인기를 가진 그야말로 스데디셀러인 삼국지에 대해서 중국인의 입장에서 그 허와실을 명쾌하게 해설하는 그의 입담과 학문의 깊이 혀을 내두른 기억이 난다. 사람의 팔은 안쪽으로 굽게 마련인게 인지상정이지만 역시 어디에서 깨어있는 역사가들이 있듯이 그런면에서 이중텐이라는 이름석자가 쉽게 잊혀지지 않아나 싶다. 이번 그의 저작인 제국을 말한다는 중국 최초의 통일왕조인 秦에서 부터 마지막 왕조인 淸에 이르는 장장 2천년이 넘는 중국역사에 대한 정치제도에 대한 비판을 정말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수 있게 설명해주는 그의 또다른 역작이 아닌가 싶다. 특히 우리로서는 중국에 대한 중국인이 그들의 역사를 보는 시각에 대해서 좀 더 알 수 있는 계기가 된것 같다.
II.
기원전 221년 진왕 영정은 춘추시대를 거쳐 전국칠웅이 활거한던 전국시대의 마지막 제나를 치고 천하를 통일하게 된다. 중국역사상 최초의 통일왕조가 탄생하게 되는것이다. 역사란 상고이래로 뭉치면 흩어지고 흩어지면 뭉치게 마련이다는 진리를 다시금 증명해주는 왕조탄생이었다. 그 최초의 통일왕조 진을 필두로 한-수-당-송-원-명-청으로 이어지는 통일왕조의 역사를 이어왔다. 물론 한과 수사이의 위진남북조시대와 당과 송사이의 5대10국등 분열된 시기도 있어지만 대체로 一家의 왕조로 명맥을 유지해왔다고 해도 틀린말은 아닐 것이다.
그럼 이처럼 기나긴 시간동안 군주의 성만 바뀌면서 제국이란 틀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서 한번쯤은 생각하기 마련이다. 천자와 그의 신민이라는 아주 단순한 구도로 어떻게 그 기나긴 세월을 버텨왔을까에 대해서 말이다. 흔히들 지금의 민주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보기에 그당시 민중들의 역량이 부족해서 그러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치더라도 2천년넘게 그런 정치제도가 이어오다 1911년 갑자기 청이 망할수 있는 이유에 대해선 설명하기가 힘이 들지 않을까 싶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제국이 버텨올수 있는 근본원인이 제국의 제도에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제도가 가장 우수한 제도가 아닌 언젠가는 자멸할수 밖에는 없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제도로 파악하고 있고 그래서 20세기초 그렇게 강대한 제국이 하루아침에 멸할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럼 이러한 제국의 기틀을 창조한 인물은 과연 누구일까?
秦始皇은 중국 최초의 황제이다. 그래서 본인 스스로 처음 황제라는 시호로 시황제란 시호를 사용했던 것이다. 그럼 진시황은 전국칠웅을 물리적인 힘으로 통일한 중국 최초의 황제라는 상징성이외 후대가 말하듯이 분서갱유와 무리한 백성들의 부역을 통한 폭정의 대명사로만 알려져 있는게 과연 옳은 평가일까?
이에 대해서 저자는 다른 면을 보여준다 진시황이야말로 진정한 제국의 씨앗을 뿌렸다고 봉건제 철폐와 군현제 채택이라는 위대한 통치방식을 도입하므로써 향후 2천년의 명맥을 이어가게 만든 장본이라고 본다. 통일 진나라이전은 주나라를 필두로 하여 봉건체제국가 시스템이었다. 명복상 주나라의 왕을 천자라고 내세우고 나머지 봉국들은 그에 합당한 권리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천명이라는 미명하에 땅따먹기 놀이에 열중했던 것이고 승자는 자신의 영토를 확장하게 되는 것이고 패자는 승자의 밑에서 영주역활을 하면서 커다란 질서에 편입되어 살았던 것이다. 진시황이 중국을 통일하고 그의 책사인 이사와 함께 내세운것이 바로 군현제이다. 전국을 크게 주,군,현을 나누고 지방책임자를 중앙에서 임명하여 파견하는 방식의 군현제 바로 권의 중앙집권방식이었던 것이다. 별의미 없는 것 같지만 군현제가 가져오는 파장은 어마어마했던 것이다. 그동안은 명목상의 천자만 받들고 봉국으로서 각자의 영토와 권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제는 황제라는 초인에게 모든 영토와 권력이 집중되고 나머진 황제의 대리인자격으로 관원으로 남게 된다는 것이니 그 얼마나 파괴적인 제도의 도입이 아닌가 싶다. 물론 민초들의 입장에선 그밥에 그나물이지만.
중국 같은 거대한 국가라는 틀이 유지될 수 있었던 원인을 군현제도입(중앙집중권력), 관원대리, 그리고 윤리치국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진시황이 군현제와 그에 합당한 관원대리라는 하드웨어를 창조했다면 한의 무제는 이에 윤리치국이라는 소프트웨어를 가미해서 완벽한 제국의 틀을 만들었다. 윤리치국이란 그동안 중국의 많은 사상들중 유가를 정치의 도구를 채택했다는 것이다. 다른 사상은 이때부터 철저히 이단시 되고 배척되게 된다. 그는 진나라의 단명을 사상의 부재에서 파악하였고 그 대안으로 유가를 선택했다. 군사부일체라는 유가의 논리가 권력을 가진 황제와 그 권력에 붙어 살 수 밖에는 없는 유생들의 이해관계가 딱 맞아 떨어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나라 이후 탄생하는 모든 왕조는 중앙집권과 관원대리, 윤리치국이라는 트로이카를 내세워 통치의 정당성을 부여했고 그렇게 왕조의 명맥을 유지했던 것이다. 그게 원이나 청처럼 이민족이 다스리는 왕조에서도 철저하게 보존했고 마지막날을 맞이할때 까지도 한치의 흔들림이 없었던 것이다.
그럼 왜 그런 유슈한 기간을 가지고 이어져오던 제도가 하루아침에 허공으로 살아진걸까? 이에 대해서 저자는 태생자체가 잘못된 제도라고 본다. 우선 중앙집권(군현제)과 관원대리는 서로 같이 공존하는 제도이다. 중앙집권을 이루기 위해선 자연히 관리의 대리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어필보면 통치하기 참으로 편리한 제도이지만 뭐든지 오래가면 썩는다고 중앙집권이 강하면 강할수록 관원들의 수효 또한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선량한 양을 치는 양치기가 많아지면 많아 질 수록 양들만 고단해지는 논리와 같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런 수많은 양들을 주인이 직접 챙길수도 없고 사실 주인입장에서는 그럴 필요성도 없으니까 말이다. 중국왕조는 누구보다도 더 이런 병폐에 대해서 잘알고 있었다 하지만 굳이 이를 개혁할려고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고 봐야 할것이다. 관원이라는 개개인이 결국 또 하나의 이익집단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그들 입장에서는 주인이 누구인가가가 중요하지 않았고 알필요성도 없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관원이라는 집단은 항상 존재했고 사실 그들없이 정권을 유지하기란 거의 불가능했으니까 그래서 황제 또한 자기 권한에 흠집이 날정도가 아니면 묵과했던 것이다. 그렇다보니 의무만 있는 백성들의 고초가 쌓여갈 수 밖에 없는것이다. 그런데 이런 백성들이 민란이나 기의를 일으킬수 있고 관원중에서 황좌를 탐낼수도 있을것 아닌가? 근데 이상하게도 중국역사를 보면 그런 경우가 정말 손에 꼽을 정도로 작다는 것이다. 왜일까?
그 해답이 윤리치국이라는 정치철학때문이다. 군사부일체 군주와 스승과 아버지는 같다는 한마디의 말로써 그런 정권의 정당성을 가졌기 때문이다. 거기에더 황제는 하늘의 명을 받은 대리인이라는 것이 더욱더 정통성을 부여했던 것이다. 그래서 역대 왕조의 교체기에 신왕조는 구왕조가 천명을 잃었기 때문이라는 말을 앵무새처럼 되풀이 하는것이다.
III.
1911는 청나라가 멸망하고 중국은 그야말로 진흙탕속으로 접어들었다. 물론 비슷한 시기에 조선이라는 나라도 멸망하면서 험난한 파도에 묻혀듯이, 저자는 청의 패망원인을 외부요인도 있지만 내부요인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그것은 그동안 이어온 중앙집권,관원대리,윤리치국이라는 시스템속에 내재해있었고 단지 그게 외부로 표출된게 청대에 와서 나왔을뿐이지 언제든지 나올 수 있는것으로 보고있다. 청은 타살이 아닌 질식사했다는 그의 표현이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
또한 지금의 공화, 민주에 대한 저자의 생각 또한 상당히 진보적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그가 지금의 중국인이라는 견지에서 보면 더욱더 앞서가는 인사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이 책 또한 상당한 시간에 걸쳐 세상에 나올수 있었던것 것이고, 서양의 로마제국이 있었다면 동양에서는 중화라는 대제국이 있어음에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 긴 역사를 가진 제도는 세계에서도 찾기 힘들것이다. 그 만큼 제도의 우수성도 있었지만 제도내의 구성원들에 대한 생각을 다시금 갖게 하는 계기가 된것 같다.
이중텐 帝國을 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