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일 때 그곳에 간다 - 박상우 산문집
박상우 지음 / 시작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혼자일 때 그 곳에 간다

 

▶ 오대산 월정사 전나무숲, 대관령, 양양의 조산리 앞바다, 말무리 반도, 청령포, 만항재, 김삿갓 계곡, 태안반도, 용유도, 자유로 사실 작가가 가본곳 중에 난 몇 군데를 가보질 못했다. 그래서 그런지 책을 읽으면서 더욱더 그 곳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게 들었다. 20여년전 김화영교수의 행복의 충격을 읽으면서 정말 시간적 여유와 경제적 여유가 될 시점에는 꼭 지중해 앞바다와 프로방스의 더 넓은 초원길을 가고싶다고 생각했고 시간이 많이 흘러지만 지금도 그런 생각이 간절하다. 이 책은 매력은 아마도 읽는 독자마다 느껴지는 감흥이 각양각색으로 달를것 같다는 점일 것이다. 작가처럼 한번이라도 모두 갔다온 이에게 느껴지는 생각이나 나처럼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동경의 대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것처럼... 하지만 책의 마지막장을 덥고 눈을 감았을때 마치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은 비슷하리라 생각된다. 

▶▶ 여행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에게 크나큰 매력덩어리이다. 18세기 연암이 청나라가 갔다오면서 집필한 열하일기에서도 느껴지 듯이 출발할 당시 낮선곳으로 행보가 설레임과 감동과 깨달음으로 이어지는 한편의 인생여정으로 다가오기 때문일 것이다.  하물며 어린시절 소풍이라는 작은 여행에도 전날밤 잠을 설치는데... 아마도 우리모두는 어느날 갑자기 아무런 목적지도 정하지 않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는 충동에 항상 젖어있는지도 모른다. 물론 이성이라는 고약한 발목잡이가 있어 선뜻 실행에 나서지 못하지만, 길을 나선다는 것은 한편으론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과 자연에 대한 정복욕도 있지만 다른 면에서 약간의 망설임과 두렴움도 상존하는것 같다. 그것도 다름아니 혼자서 길을 떠나 여행을 한다는것은 더욱더 그런 미묘한 생각들에 잠기게 될 것이다. 아마도 그래서 범인이 혼자 길을 떠나기가 쉽지는 않는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혼자 떠나는 여행은 자신을 발견하는 길이라는 말에 공감이 되는 부분이다. 

20여년전 학창시절 3박4일의 일정으로 동해 낙산사와 설악산을 혼자갔다온게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어 버렸지만 지금도 그 때의 감흥을 잊지 못해 혼자서 길을 나서고 싶은 충동은 항상 존재하는것 같다. 처음 출발할땐 혼자라는게 왠지 어색하고 어울리지 않았다. 항상 나가 아닌 우리라는 하나가 아닌 둘 이상으로 존재했기 때문이고 그런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삶을 살아가고 있는것이기 때문이겠지만, 가끔은 아주 가끔은 혼자만의 자유를 느껴보는것도 좋을것 같다. 물론 그런 여건이 갖추어지면 더 좋을테지만 막상 그런 여건이 갖추어져도 떠나지 못하는게 인생의 다반사일 것이다. 

 혼자일 때 갈 수 있는 곳, 혼자일 때 가도 항상 반겨줄 수 있는 곳, 혼자일 때 가도 항상 변함없는 곳, 작가처럼 몇군데는 아니더라도 정말 내게 맞는 그런 곳 한 군데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나 자신이 아닌 어쩌면 타인들의 삶에 내가 맞추어 살아가고 있지는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들 때 마다 정말 그런 곳 한 군데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하염없이 들게 하는 책이다.  한편으로 그런 대상이 있는 작가가 부럽기도 하고 시샘도 나게 만드는 책인것 같다.

마지막으로 책을 읽고 나니 더욱더 나 자신에 대한 생각들이 많아진다. 타인의 공간에 맞추어서 살아가고 있는 나 자신, 그리고 나 자신만의 공간에 대한 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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