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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라와 태양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홍한별 옮김 / 민음사 / 2021년 3월
평점 :
가즈오 이시구로는 참 유티크한 매력이 있는 작가 중 한 사람입니다. 비단 그의 작품을 전부 다 섭렵하지 않았지만 매번 그의 작품을 접할 때 마다 느끼는 감정 중에 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전작 <나를 보내지 마>를 통해서 SF장르도 충분히 서정적이고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듯이 이번 신작인 <클라라와 태양> 뛰어난 감수성을 표출하고 있습니다. 사견이지만 <나를 보내지 마> 보다 더 진한 향을 발산하고 있는 작품이라고 보여 집니다. 복재된 인간의 개념에서 한발 더 나아가 AF(인공지능 로봇, 뭐 기술적으로 복재인간과 AF의 우위를 논할 수는 없고 솔직히 논할 이유조차 없지만요) 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인간과 로봇의 관계 그리고 미래 인간성에 대한 고찰을 보여 주는데요. 정확하게 말하자면 미래의 인간성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현재 우리 자신들의 자아상을 빗대어 표현하고 있다는 말이 더 타당할 것 같습니다.
인공지능 로봇, 유전자 편집을 통해 향상(업그레이드)된 아이들, 오블롱이라는 테블릿PC등 일반적으로 SF장르가 갖추어야 할 레퍼토리는 다 장착되어 있다고 보여지고요, 무엇보다 스토리의 짜임새가 단단하다는 것이죠. 일방통행으로 나아가다가도 해가 휴식 장소로 쉬러 가듯이 숨고르기를 하고 한편으로 미스테리방식을 던져주면서 독자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죠. 또한 내용의 서사면에서도 유니크한 면면을 보여주는데요. 예를 들어 해를 표현하는 방법은 거의 동화나 우화의 본보기를 보여주고 있죠. 해(태양)와 햇빛를 ‘자양분이 쏟아진다, 해가 휴식 장소로 향한다, 해의 무늬’ 등으로 묘사하는 부분은 절묘하다 못해 읽는 내내 따사로운 느낌을 받게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직접 생산한 소고기를 갑니다’ 라는 햄버거 가게의 캐치프레이즈 절로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하기도 합니다. 다소 생뚱맞은 서사일지 모르지만 작가가 당초 동화를 착안으로 두고 집필했던 아이디어가 그대로 녹아 들어있지 않나 라고 봤을 때 그다지 거부감이 없고 오히려 다소 암울한 분위기를 전환하는데 효과적인 서사임에 틀림없다는 생각을 가져보게 합니다.
어느 정도 예상된 결말에 도달하게 되지만 작가는 추리기법을 통해서 조시를 둘러싼 비밀과 클라라의 역할에 긴장감을 부여 하여 내러티브를 한층 더 맛깔나게 끌어가고 있습니다. 다양한 장르의 융합, 일종의 종합선물세트처럼 다양한 풍미를 느끼게 해주는 작품입니다.
큰 대척점으로 조시라는 소녀인간과 클라라라는 인공지능로봇이 대두되지만 어쩌면 작가는 클라라를 또 다른 하나의 인간으로 파악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선뜻 듭니다. 쇼윈도에서 선택받고 싶어 하는 욕망, AF끼리 경쟁하는 모습등에서 또 다른 우리 인간들의 민낯을 보여 주고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가즈오 이시구로는 다소 디스토피아적인 미래상에서 인간과 인간성이라는 근원적인 물음에 대해서 비록 작지만, 정곡을 찌르는 힌트를 던져주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네요.
로사와 내가 세상에 나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우리는 매장 중앙부 잡지 테이블 쪽에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도 창문이 절반 넘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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